산골통신

[산골통신] 아궁이 불때기...

산골통신 2007. 10. 14. 09:25

아후~ 뜨거라...

 

날이 눅어서 그런가 장작 조그만거 세 개 넣었는데 이리 뜨거울 줄이야..

마루 문을 열고 자야했다.

툇마루 구석탱이에서 자고 있던 강냉이가 언넝 겨들어오려고 대가리 디미는걸 잠결에 톡 쳐버렸다.

이넘아~ 넌 아궁이 옆에서 자~~~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서 그런가.. 동네 들고냥이들이 죄다 울집에 집합한다.

아궁이 곁이 따뜻한지 지들도 본능으로 아는건지...

이넘들아~ 똥은 딴디다 싸고~ 쥐잡아온거 암데나 놓아두고 가덜말어... 내 못 봐주겠으...

 

들고냥이들이 닭을 사냥하지 않고 쥐를 잘 잡아내자 할매는 이제 쥐약을 안 놓기로 하셨다.

오래묵은 고냥이들과의 감정이 이제 화해가 이뤄진건가...

통통하게 살찐 쥐 한 마리를 물고가는 고냥이를 보시고는.. 너무 좋아하시드라~ ㅎㅎㅎ

 

헛간에 있는 나락푸대를 다 쏠아놓고 천막을 다 쏠아놓는 서생원들 덕에

해마다 나락 수확하는 가을이면 푸대랑 천막이랑 누덕누덕 떨어진 곳 지어대느라

애먹걸랑...

 

나무꾼이... 전기톱갖고 장작을 다 썰어놓았다.

그거 디게 힘들대... 땀을 바가지로 흘린다.

이웃집에서 아랫채 뜯어낸 거 울집에 두 트럭이나 갖다 줬는데

아름드리 기둥감들이라... 그냥 톱갖곤 말도 안 된단 말이다.

전기톱이나 엔진톱이 있어야지.

나무가 있어도 못 썰어서 못 땐다카이...

하여간 나무꾼이 이틀이나 고생했다. 

마당에 산처럼 쌓여있는 땔나무를 보고 입이 함박만치 벌어져서...

나무꾼이랑 선녀랑은 호두나무 옆에 착착 나뭇단을 쌓아나갔다.

첨에 진을 잘 짜야해. 기초가 튼튼해야 위에 많이 쌓을 수가 있거든.

 

이제 나뭇단이 세 개나 되었다. 올 겨울엔 넉넉히 때겠네.

단! 이웃집 홀애비 조심해야해... 지금은 호박덤불이 나뭇단을 덮고 있지만

서리내리고 호박덤불이 쭈구리 되고나면...

나무들 야금야금 빼내갈꺼야... 퍼뜩 집마당으로 실어날라놓아야지.

불때는 아궁이도 없으면서 땔나무 훔쳐가는 그 심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키우는 개도 없으면서 개죽끓이는 그 심리도...

 

이른 아침... 아궁이를 막아놓은 양철판을 들어내고 재를 친다.

그리고 이런저런 불쏘시개들을 쑤셔넣고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인다.

자알 탄다.  굴뚝으로 연기도 잘 빠져나가고...

 

작은넘... 잠에서 깨자마자 아궁이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장난한다.

이넘 덕분에 부지깽이가 남아나덜 않는다.

 

아침 차운 공기에... 재채기를 하다가... 아궁이 불 앞에 앉아 꿈을 꾼다.

불꽃은 내게 언제나... 이쁜 꿈을 꾸게 해준다.

 

이렇게 이른 아침... 불 때는 여유로운 시간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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