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벌아 벌아~

산골통신 2007. 10. 10. 14:15

벌아 벌아~ 꿀벌아...

내는 꽃이 아니란다... 으이~~

 

시방 팔이 욱신욱신 팅팅 불어있다. 가렵긴 억수로 가렵고

벅벅 긁고 싶지만 시원하지가 않다.

 

어제 차나락 논 콤바인 들어간다고 갓돌림 해놓으란다.

할매가 낫을 서너 개 잘 갈아서 숫돌이랑 들고 갔지비...

 

나락은 3분의 1은 쓰러졌으나 올해 날씨가 안 받쳐줘서 그런걸 우짜노 말이다.

거기다 잎마름병인가? 와서 쭉정이도 많고... 머 그렇다.

덜 먹어야지 별 수 없는 거이지.

이웃 논처럼 약을 예방차원에서라도 치고 했으면 좀 나았으려나...

쓰러진 나락 묶어세울 일손도 없고~ 면에서 지원나온다 하더니 소식도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안팍에 우환이 휘몰아치고~  해서 걍 냅둬버렸다.

 

넘들은 병충해가 없는 해에도 예방차원에서 서너 번은 논에 약을 친다.

제초제까지 합치면 한 다섯번은 되지 싶다.

 

이웃논 나락은 힘있게 서있는데 우리 나락은 우째 군기가 빠져있는 모습이 그다지 보기가 좋지가 않네...

 

할매는 오른쪽으로 선녀는 왼쪽을 맡아 베어나간다.

콤바인이 들어설 수 있게끔~ 모퉁이를 돌아 나갈 수 있게끔 그만치 나락을 베어내야 하는 것이 갓돌림이다.

기계가 돌아야 할 모퉁이는 기계면적만치, 가로세로는 한줄씩 베어나간다.

 

나락이 상태가 별로 안 좋다. 그래도 쑥쑥 베어 넘긴다. 논둑에 척척 쌓아놓으면서 앞으로 앞으로...

논이 덜 말랐다. 푹푹 빠진다.

물꼬를 열어놓았는데 아랫논 쥔장이 자꾸만 물꼬를 막아버린다.

제논에 물 들어온다고... 그 심보는 뭘까?

물이 아래로 흐르지 위로 치솟을까?

 

논 안쪽이 물이 흥건하다...

선녀 심술이 발동해서 막아놓은 걸 뚫어 물이 흘러나가게 해버렸다. 또 막아봐!!! 그럼 또 뚫지!!!

내도 한 고집 한다고...

옛날엔 물꼬땜에 칼부림도 났다던데... 내도 한성질하는겨... 순딩이처럼 가만있으니까 업수이보는데 말이지...

 

두더지가 논둑하나를 파놓아 동굴이 생겼다.

그동안 이리로 물이 빠져나갔었나보네... 웃기는군...

해마다 논둑 터진 곳 중의 하나가 여기였나보네...

아무래도 올 겨울엔 포크레인을 불러서 대대적으로 논둑보수를 해야겠어. 아무래도 이대론 농사 못 짓겠네.

 

논 안 쪽 논도랑은 논보다 도랑바닥이 더 높을 지경으로 되었단다.

윗밭에서 내려오는 토사량이 많아서 그렇지.

물이 아래로 흐르지 위로 치솟진 않는단 말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 대책을 세워야지. 할 수 없지.

윗밭 쥔장하고 의논좀 해봐야겠다.

이논 저논 해도 의논이 젤루 나은거 아니가... 사람이 입이 달렸으니 말로 해야지~ 안 그러노...

 

한참 나락을 베어나가다가 아얏! 따가라...

 

황급히 팔을 부여잡았다.

손가락에 먼가 물컹 잡힌다.

벌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 이놈!!!

옷 위를 뚫고 쏘았다. 내 너한테 해로운 짓 안 했거늘... 왜 그러는거냐...

잡아죽이려다가 손을 놓았다. 나중보이 날라갔나보다. 너 침은 갖고 간거냐?

 

에혀~~ 이번엔 팔이 수난이군...

지난주엔 꼬맹이덕분에 눈탱이 밤탱이~ 지난달엔 낫질에 손가락~

이번주엔 벌이냐...  에고 내신세야...

 

물이 질척질척대는 모퉁이에서 발이 묶였다. 완전 수렁이다.

한발 띄기가 난항이다. 발에서 쥐가 나려고 한다. 아이구..

 

할매는 왜 거기서 얼쩡거리느냐고 야단을 하시고~~

내는 움직이질 못해 죽갔고~

이래서 논일할때는 맨발로 하던가 물장화를 신고 해야하는데

이리 진창일 줄 몰랐단 말이다.

 

또 아랫논 쥔장한테 귀먹은 욕 바가지로 와장창 퍼부었다.

왜 엄한 물꼬를 막아갖고 이지경을 만들어놔!!!

 

급기야 할매가 오셔서 나머지 나락을 베넘기셔야했다나... ㅠㅠ

 

내일 콤바인이 들어온단다. 나락 말릴 마당을 마련해야겠네~

어디가 좋을까? 먼저 자리를 잡아야겠는데...

 

진흙투성이 몸을 이끌고 털털거리고 집엘 오는데

돌담가 길섶구석에 바스락~~~  뱀이다. 으헉!!! 이젠 뱀까지...

다행히 독사는 아니었던듯... 잽싸게 돌틈으로 사라진다.

 

시방 성질나는데 너까정 건디리지 말거라~ 너 그러다 죽는 수 있다.

나 시방 낫들고 있단 말다. 어떨땐 내도 내가 겁난단 말다.

 

벌에 쏘인 자욱이 저녁때부터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아우... 오늘 돌아가시겠다. 띵띵 부었다. 벌겋다. 밤새 긁어댔는지. 내도 모르게.

 

아마 뒤통수 빼고 온몸 여기저기 다 쏘여본거 같은데...

 

아오~~~~~~ 가려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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