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농사일에는...

산골통신 2007. 10. 6. 09:38
지난일을 떠벌릴 필요가 없다.
지금과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엔 농사가 잘 되었었는데... 지금은 그렇다. 라고 지난일을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지금... 지금 이 땅에 발딛고 선 이 흙 위에서 끝장을 봐야지
지난일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풀은 제맘대로 자라고...
작물은 내뜻대로 자라주질 않고...

허겁지겁 벌레에 싹쓰리 될 뻔한 무 배추를 응급소생시켜놓고
안도의 한숨을 돌릴 무렵...
나락들이 멋드러지게 쓰러졌다.
일으켜 세울 엄두가 안 났다. 면차원에서 지원나온다고 하더니~
입빨좋고 왈왈대기 좋아하는 논에만 차례가 갔나보다 소식이 없다.
그래 그냥 냅뒀다. 땅에 닿은 부분은 썩어가고 싹이 날 거고
위에 드러누운 부분엔 새들의 잔치가 열릴 것이다.

논에 물은 싹 뺐다.
이제 여러 날 있으면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겠다.
남녘엔 벌써 베어서 말리고 있더라.

나락 널어 말릴 때 날이 좋아야 할텐데..
올해는 똥개훈련 별로 땡기지 않는데.

나락을 바삭 바삭 차르륵 차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말려야
방아가 잘 찧어지고 벌레가 덜 생긴다.
어느정도 습기가 있어야 벌레도 알에서 까나오걸랑.
갸들도 적당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그리 설치진 않더라고.

가을겨울 이른봄까지만 나락이 잘 찧어지고
여름엔 여엉~ 젬병이다. 현미가 잘 찧어지질 않는다말이다.
갸들도 봄부터 시작해서 생명활동이 왕성해져~ 껍질 속에서 들썩들썩하고 있어그렇다.

전에도 그랬지만 농사일 하면서 더 유난스러워졌다.
지난일 그만 지꺼려라. 지금 논밭을 보고도 지난일 지낄래?
당장 호미들고 낫들고 삽들고 오니라~
그리고 내일로 일 미루지 말거라~
내일은 와야 온거다.
하루해 지나고 내일 태양이 뜰지 안 뜰지 니 아냐? 장담하냐?
뜨니깐 아~ 뜨는구나~ 아는기지.

지금 현재가 중요하고 올지 말지 모를 내일이 중요하다.
하염없이 흘러가고 지나쳐버리는 찰나보다 더 빠른 지금이 겁난다.
맘이 급한 지금... 지난일을 이야기하고 떠들고 보내는 시간이 참으로 아깝고 안타깝다. 그래서 내는 동창회고 계모임이고 머시기고간에 달갑지가 않단말다. 징그럽다.

머리속으로 책속에서 배운대로 떠들지 마라~
지금 당장 바지 걷어부치고 논에 들어가 풀 뽑아라.
뉘 농기계 좋은 줄 모르나~ 혀빼물게 비싸고 고장 잘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두발로 버팅기고 두손으로 해치워야 할 농사일이 훨~ 많다말이다.
기계힘만 바라고 태평세월 보내기엔~ 농작물은 안 기다려준단 말다.

지난 일은 거름으로만 쓰면 된다.
입으로 나불나불 떠들때는 안 써도 된다.
거름은 그 필요에 의해 쓰여질 때가 정해져 있니라.

마당에 참새들이 수십마리 떼지어 놀러왔다.
방티연못이 생긴뒤로 울집 마당이 인기가 참말로 좋다.
머 이런저런 긴 것들도 들어와서 골치지만.

아기고양이와 두꺼비가 장난을 친다.
두꺼비를 처음 본 아기고양이 가만 웅크려있는 두꺼비를 툭툭 건드려본다.
가다 말다 아기고양이 장난에 시달리고 있는 두꺼비가 안되어보여서~
그만 고양이를 쫓았다.

꼭 해거름이면 나타난다.
청개구리 수십마리와 두꺼비 몇마리가 외등아래 날것들을 사냥한다.
보고있노라면 참 잽싸다.

아기고양이도 날것들을 사냥해보지만 그들보단 잽싸지 못해 그냥 헛발질만 해댄다.
사마귀를 한 마리 물어봤다가 되려 목덜미를 물려~ 와웅! 혼비백산~ 내뺀다.

그들에게도 지난일은 별 소용에 닿지 않는다.
다만 경험으로 축적된 저장퇴비일뿐.

다만 그들에게도 현재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간다. 지금도...
그 지금이 바로 찰나찰나 지난일이 되어 버리는 것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