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는 없었다.
늘 둘 아니면 셋이서 일을 쳐나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렸다.
멀뚱멀뚱 밭둑에 서서 둘레둘레 사방을 쳐다본다.
이 먼일이고...
세월이 무심히 무심히 흘러간다마는 유심한줄은 알았었는데...
막상 닥치고보면 늘... 허둥댄다.
아이들도 커나가면서 하나씩 둘씩 품안을 떠날 준비를 해...
그 썰렁함과 빈자리를 무얼로든 채워나가면서 아무리 해도 익숙치않아
늘 허한 마음 부여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비좁다고 아우성치던 집이 운동장같이 넓게 느껴진다.
하루종일 입 한번 뗄 일이 없다. 위아래 입술이 풀로 붙여놓은 것 모냥...
딱 달라붙어있다.
애써 소한테 닭한테 고추한테... 무배추한테 말을 걸어본다.
걸어가다가 장화한테도... 발길에 채이는 풀들한테도...
머리를 한대치고 흔들거리는 감나무 가지에게도...
홀로사시는 할매들... 일삼아 동네 한바퀴 도시는데...
말벗이 없어... 평소 사이가 좋던 안 좋던... 그 사람이 맘에 들던 안 들던
아무나 만나기만 하면 붙잡고 말을 시키고 본다 한다.
내는 그지경까진 안갔지만... 가뭄에 콩나듯하는 인기척에 고개를 빼버릇하게되었다나...
발바리 아롱이도 짖지 않는다. 사람기척이 드무니 짖을 일이 없는거다.
집안에 틀어박혀 낮잠만 퍼질러자고 있다.
아이들이나 학교파하고 와야... 놀아줄꺼나.
오늘 혼자 고추를 땄다.
머릿속에선 생각들이 하염없이 헤엄치고...
손은 쉴새없이 고추를 따담는다.
이젠 소들도... 닭들도... 쥔장 사정을 알아차렸는지 풀기가 없어보인다.
머 그래봐서 그런가...
어제 혼자 배추를 다 심었다.
두뼘반정도 간격을 두고 쌍골로 심어야 하는데
하다보이 이골은 좁고 저골은 넓고 들쭉날쭉이다. 비는 퍼붓지~ 발은 질척거리지~
지렁이는 돌아댕기지~~ 언넝 퍼뜩 하고 들어가려고 서둘러 그렇다.
오늘내일까지 고추를 다 따서 말려야 한다.
날이 이래서 말릴 수나 있을꺼나~~
올해는 천상 태양초는 포기해야할꺼같다.
건조기 신세를 져야겠네...
내 그랬다.
올해 태양초라고 파는 고추는 몽땅 가짜거나~ 중국산일꺼다!!! 라고...
일부 날씨가 쨍한 곳에서는 가능했을꺼나...
비닐하우스안에서 아니면 방안에서 온풍기돌려 억지로 말린 거면 모를까.
방아도 혼자 찧어야한다.
땅콩도 혼자 뽑아 털어야 하고...
풀도 혼자 깎아야 하고...
고구마도 혼자 캐야하고...
깨도 혼자 털어야 하고~
콩도 혼자 타작해야한다.
아... 저 나락들은 어쩔까... 이번 비에 군데군데 쓰러졌는데...
에잇! 나만 혼자 농사일하는 것도 아닌데 먼 소리고!!!
이 동네 혼자 그 많은 일 이겨나가는 사람들이 얼만데!!!
혼자 늦은 점심 채려먹고 또 고추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