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7월 장마

산골통신 2007. 9. 6. 21:18
 
아직 음력으로 7월이 지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절기를 음력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이건 농사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버릇된...
 
어정칠월 건들팔월 동동구월...
 
아직 한달여 여유는 있다. 동동구월까지는...
지금 풀들세상이다. 얼마나 열심히 자라고 있는지...
논밭 작물들이 따라잡기가 벅찬가보다.
 
풀들은 바람에 비에 땅에 드러누워도 잘 자란다. 씨앗도 번개같이 맺어버리지.
허나... 논밭작물들은 비바람에 드러누우면 썩어버린다나...
야성이 사라진 덕분이겠지.
 
솎아내고 남아도는 정구지 뿌리들을 산에다 심어놓고 버려놓아봤었다.
풀속에 다 녹아 버렸겠지... 하고 몇년동안 눈도 안 돌린채 무심했었는데...
어느해... 도라지 캐러갔다가 문득 발견한 정구지들...
아... 너그들 살아있었니... 세상에...
얼마나 향이 강하고 맛도 좋았는지...
텃밭에서 애면글면 키운 넘들은 향도 덜하고 맛도 그저그런 정도였는데...
 
밭에 자라고 있는 놈들은 주구장창 장마에 다 녹아버렸는데
이넘들은 참으로 씩씩하게 강하게 살아남아있더라는 것이지.
이건 무얼 뜻하는건가... 무얼 말하고 있는건가...
 
자연스런 생명에 모진 인간들이 손을 대면 생명이 크던작던 생채기를 입는다는 것 아닐까???
 
비가 하염없이 뿌린다.
밤새... 하루종일 뿌린다.
며칠째 냇가 작은 물줄기가 강이 되어버렸다.
나뭇잎이 낙엽도 채 지기도 전에 떨어져버린다.
 
온 세상이 적막하다. 내 마음처럼.
밭에서 하루종일 일을 해도... 사람 하나 구경하기 어렵다.
비를 그대로 맞고 일을 한다.
 
풋감이 떨어진다. 벌레도 안 먹은 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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