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양푼 열무비빔밥~

산골통신 2007. 8. 23. 14:29
 
한달여 비가 추적거리는 바람에 호박이 안 달린다.
아무래도 가을바람 살랑 불어야만 여기저기 정신없이 맺힐 모냥인데...
 
오이도 이젠 끝물이고 가지도 달랑달랑 애기 고추같다.
상추는 지리한 비끝에 벌레도 먹고 억세져서 상추맛이 별로다.
이렇게 비가 자꾸 지랄을 떨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말이다.
 
일찍 씨앗을 뿌린 열무는 아주 비때문에 아작이 났다.
옮겨심은 대파도 반이상 녹아버렸고.  늦게 심은 넘들한테 기대를 걸어봐야지.
 
이밭 저밭을 댕기다가 뭐 점심거리 마땅찮은거 없나 둘레둘레 살피다가
며칠전에 헛일삼아 뿌린 열무씨앗이 제법 돋았더라.
얼레?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네?
이거 솎아먹어도 되겠다야~
 
그래서 씨앗을 여러번에 나눠 뿌려야 된다고라.
날씨가 하도 요지경을 떠니 한번에 씨앗 싹 뿌리고 파장 맞고 손구락 빨고 있을 일은 없어야 하잖유...
 
소쿠리를 들고 여기저기 되는대로 쑥쑥 뽑아갖고 왔다.
샘가에서 씻어 건져놓고
바로 된장찌게를 자작하게 끓일 준비를 했다.
이거 이거 열무비빔밥은 짭짤한 된장찌게가 제격이지. 암~
 
멸치다시마버섯양파마늘고추 넉넉하게 넣고 향 좋으라고 깻잎도 좀 썰어넣어가며
국물 적게 끓여놓고~~
 
금방 한 뜨거운 밥을 열무위에 얹고 된장찌게를 끼얹으니
얼라들이 금방 뛰온다.
 
참기름 깨소금 고추장 살짝 맛나게 곁들여서~
뚝딱! 한끼니 해결했다.
 
각자 그릇에 비벼먹는 것 보다 이따만한 양푼에다가 넉넉하게 비벼서
먹거나 각자 덜어먹거나 해야 맛나다.
 
요새같이 날뜨겁고 비가 추적거리는 요상한 날씨에는
입맛이 똑 떨어지기 일쑤라
해서 아주 간단한 일품요리가 제격이지 말이다.
 
날 뜨거운날 불앞에 오래 있다가는 성격 파탄자 되기 딱 좋거든.
해서 그다지 불 많이 가지 않고 손 많이 가지 않는 요리를 해먹어야 한다구.
 
그리해서 며칠째 양푼 비빔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담은 김장김치와 이런저런 텃밭에서 나는 야채로 올 여름 나고 있다.
 
밥 준비하다말고 뛰쳐나가서 고추니 상추니 열무니 파 깻잎 등등을 따가지고
들어와 뚝딱뚝딱 즉석 밥상 차려먹는 재미...
아는 사람은 안다. 시장에 안 간지 가물가물이다.
 
머 그러니 저러니 해도 세월이 약이라~
이제 여름도 한풀 꺽일 모냥인데..
오늘이 처서라고...  역시 절기는 못 속인다.
새벽에 너무 추워서 창문 다 닫고 이불을 꺼내 푹 덮고 자야만 했었다.
확연히 틀리더라. 어제와 오늘이.
 
열대야??? 그런건 여기서 안 키운다.
땔나무 걱정하고 솜이불을 꺼내놓아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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