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호랭이

산골통신 2007. 7. 21. 10:47
봉당에 퍼질러앉아 할매랑 옥수수 껍질 벗기다가
할매 문득 하시는 말씀.

금동댁이 그러드라.
금동댁 밭에 발자욱이 몇개 있는데...
그기 꼭 호랭이 발자욱 같더라고.
큼지막한거이 일렬로 주욱~~
조심하라고...

그 얘기를 석천댁이 듣고는 저기 상진네 밭에도 있다하이더...
그러더란다. 상진네 고추밭에도 그런 발자욱이 선연히 났더라고...

너 산밭에 갈땐 꼭 라이터 가지고 가거라~
신문지 똘똘 뭉쳐서 갖고가고~~

호랭이는 불을 무서워하니까. 뵈걸랑 바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라.
그러면 호랭이 가버린다.

저기~ 준석이도 물건너 산에서 바로 코앞에서 봤는데 담뱃불을 붙여 물었더니
스르르 가버리더라고 그러더라.

에이~~ 요새 호랭이가 어딨어요~~
남한 이남엔 없다던데...

봤다잖냐~ 발자욱도 있고~
그 사람들 거짓말 하는 사람들도 아이고...

가서 발자욱 확인해봐라~~

너 하여간 조심해라... 어둡기 전에 밭에서 내려오고...
꼭 라이터 갖고 댕겨!

알써요~~ 요새 아궁이 불 지피느라고 라이터가 꼭 주머니에 하나 있긴 있어요.

흠흠...
그래서 요새 놀갱이가 밭에 안 내려오나? 잡혀먹어서???
살쾡이도 안 뵈지? 요새 닭들 잡아먹힌 피해봤단 소리가 안 들리는 걸 봐서... 설마 뒷산에 호랭이 출몰???

믿거나 말거나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 이야기지만...
그래도 잠자리에서 얼라들한테 이야기를 해주며~
한껏 전설의 고향 분위기 살려봤다~ ㅎㅎㅎ


해서...
오늘 호랭이 발자욱 확인하러 감돠!!! (겁도 엄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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