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뜨겁다...

산골통신 2007. 8. 20. 15:30
이젠 날씨에 대해 더이상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참말로 징하다는 말밖엔!!!

비오는 날 비닐집 고추따려고 비오기만 기다리다가~
망할 일기예보... 앵돌아져서
아침일찍 해가 지구를 달구기 전에 고추를 따러갔다.

해가 지구를 달구기 시작하면 세상없어도 바깥일은 못 한다.
아니... 하는 사람은 하더라마는~ 쩝~~

어제 그 뜨겁고 뜨거운 대낮에...
밭에서 고추따던 이웃은... 암탈 안 났을까?
그것도 긴팔 긴바지 목까지 덮는 모자를 눌러쓰고...
온 가족이 나서서 고추를 따더라.
내는 숨이 턱턱 막혀서 문밖도 못 나가겠던데...

할매와 선녀는 아침나절 고추 비닐집 세 군데 후딱 돌았다.
어여 어여 따고 이 비닐집을 탈출하자~ 싶어서.
아침도 안 먹고 덤볐다.

마당에 고추를 주욱~ 늘어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집안으로 튀었지비...

아롱이는(발바리똥개) 평상밑에서 나올 꿈도 꾸지 않고~ 흙구덩이를 파고 들앉아있고
강냉이는(배불뚝이 아기고양이)는 툇마루 그늘진 곳에 헤벨레~~~ 배를 드러내고 늘어자빠져있드라.

봉당위의 신발은 뜨거워서 발도 못 대고...
신발 신고 아 뜨거~ 아 뜨거~ 를 외치며 마당을 팔짝 팔짝 뛰댕겨야 했다나...

얼라들은 며칠째 냇가에서 해가 져야만 겨들어오고...
시꺼멓게 타서 까마귀하고 사촌해도 되지싶을 정도더라...

한달 가까이 퍼부은 비덕분에~ 냇가 물이 많고 맑아...
얼라들 세상이 되어버렸다.

시뻘건 흙탕물이 한차례 무섭게 휩쓸고 내려간지라~ 돌이끼도 별로 없고
하얀 자갈들이 말갛게 비치드라...

냇가가 가까이 없는 서중에서도 자전거 타고 올라오고
저 위~ 상류쪽에서도 놀 친구가 없다며 내려오더라나...
해서 울 마을 앞 보뚝에는 얼라들이 바글바글이다.

땀이 범벅된 몸을 샘가 수도꼭지에 들이대고 씻으니
어우~ 차가워라...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땅위가 뜨거울 수록 땅밑 물은 이리 차가우니...
먼 조화냐...

마당 참나리꽃은 다 떨어지고 꽃범의꼬리가 한창이다.
뱀꽃이 피려고 준비중이고...
망할 뱀꽃~ 이거 있으나마나다~ 뱀이 싫어한다고 안 뽑고 냅뒀는데~
잘만 돌아댕기드라~

벌개미취가 이쁘게 피어있고 초롱꽃은 이제 다 졌다. 세번에 걸쳐 피어나더니.
황매화가 제철을 모르고 간간이 피어오르고~
해바라기가 한 송이 피었다.

봉숭아는 지천으로 피어났는데... 봉숭아 물 들일 처자가 없다.
딸내미 혼자 기를 쓰고 혼자 손톱 발톱에 물을 들였나보던데...
이 맛이 살짝 간 선녀조차 올해는 봉숭아 물들일 생각을 안 했다나..
점점더 무심해져가나보다.

콩밭엔 헛고랑이 안 뵐 정도로 덤불이 무성하게 자랐고
고구마밭도 덤불이 엄청나다.
더덕밭엔 더덕보다 풀이 더 많고...
정구지밭은 게으른 쥔장 덕에 꽃밭이 되어버렸다.
(이 말은 정구지를 키워본 사람만이 해석할 수 있다나~ ㅋㅋㅋ)

참깨는 아직 덜 여문 넘들만 밭에 냅두고 다 베어 묶어 세워놓았다.
올해 깨는 평작도 못 되고 머 그럭저럭~ 깨소금거리나 나올 정도인가?
머 기름도 좀 짤 수 있으려나?
막판에 비가 퍼부어 다 썩어내려앉았다. 에잇!

논에는 풀들을 다 어찌하나...
논안의 풀은 어찌어찌 다 잡았는데 논둑 풀이 가관이다.
이 동네 논들 중에 젤루 풀이 무성할꺼다. 다들 욕 안 할꺼나?

넘들 다 치는 풀약 안 치고 넘들 다 하는 예취기도 안 들이댔으니~~
내년엔 기필코~ 예취기 들어갈 수 있게 논둑 보수를 해야지.

아우~~ 덥다. 앉아만 있어도 덥네...
다시 흙방으로 피신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