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후... 춥다~

산골통신 2007. 7. 13. 11:24
군불을 쳐때야할까부다.

후덥지근 더위에 열대야에 시달리는 도시분들께는 미안시런 말이지만
여그 산골은 춥다말다.

낮에도 햇살아래 일하면 모를까~ 더운 줄 모르겠고.
시원시원~~~ 바람 살랑살랑... 그늘에 있으면 신선놀음~

밤에는 선듯선듯~ 새벽에는 썰렁... 싸늘...
이불을 마치 김밥 말듯이 돌돌 말고 자는 얼라들...

이러다 땡땡 땡볕 무더위가 찾아오리니...
그래도 산골짝 밤과 새벽은... 서늘하다.

이래서 산골짝을 뜨지 못한다.

이제 불좀 안 때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한 며칠 불을 안 땠다.
이불 두껍게 깔고 덮고 자면 되자나.. 이러면서..

그제... 온 몸이 뻣뻣~ 얼어죽는 줄 알았다.( 조금 뻥 좀 처서~)
이제 내 몸도 삭는가부다. ㅠㅠ

다시 보일러 가동~~ 군불때긴 싫고...
이럴때를 대비하야~ 이중으로 난방장치를 했자노. ㅋㅋㅋ

아주 따땃하게 잤다. 얼라들도 김밥말이를 안 하고.... 편하게 자드라.

밤새 비가 퍼부어.. 징하게 쳐내리드라.
방안에서 허구헌날 내 등짝에서 편하게 자던 괭이녀석~ 툇마루로 쪼차냈다.
이불에다 쉬야를 해서... (간만에 거하게 이불빨래를 하고나이~ 심술이 뻣쳐)

밤새 방문 열어달라고 난리를 지기드라. 그예 못 견디고 새벽에 뛰쳐나가
시끄럽다고 냅다 엉디를 걷어찼다.
와웅~~ 그러더니 제 집구석에 들어가 조용히... 찌그러지드라.
니는 털 있는 짐승이니까 바깥에서 자!
우리는 털 없는 불쌍한 짐승이니까 안에서 자도 돼!!!

참나리꽃이 한 송이 피었다. 올해 첫 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 벌새가 찾아왔다.
새는 새인데.. 벌 닮은 새. 나는 소리도 붕붕~~ 꼭 벌같다.
길쭉한 입??? 으로 꽃속에 들어가 꿀 먹나보다.

방티연못에 참개구리 이따만한 넘이 두 마리 산다.
거기 살던 올챙이들... 모두 개구리 되어 뛰나갔다.
풀밭에서 꼬리달린채 펄쩍 펄쩍 뛰댕기는 모습에 꼬맹이 웃느라 바쁘다.

저노무 전봇대 전깃줄만 아니면 오붓한 산속 분위기 낼 수 있는데...
작고 낡은 전봇대 교체한다고 새로 길쭉한 넘으로 새로 박은 뒤로는
저노무 전봇대가 눈에 거슬려서 똑 죽갔다.

어제는 하루종일 텃밭에서 살았다.
텃밭에 무시무시하게 터잡고 살던 쇠비름 참비름을 몽땅 걷어냈다.
감자는 아직 캘 때가 안 되어 냅두고 주변으로 싹 돌아가며 풀을 뽑았다.

호박덤불 사이사이 풀도 뽑아주고.
장마철이라 호박이 안 달린다.
장마 지나고 나면 줄줄이 달리는데.. 며칠전 올해 첫 호박 하나 맛 보곤 아직 깜깜이다.
오이는 처치곤란... 오늘은 정구지 썰어넣고 오이소백이나 담가볼꺼나.
가지도 굵다. 저 토마토는 뉘 다 먹을까... 캐찹이나 만들어볼까?

호미로 긁다가 안 되어 걍 손으로 쥐뽑았다.
명아주는 벌써 뿌리가 깊게 내려 낫이 동원되어야 하고.
참비름은 그 뿌리가 징그럽게 크고 튼튼해서 호미로 땅을 무수히 파야한다.
쇠비름은 마치 씨를 골고루 소복이 뿌린듯이 자잘하게 나서 호미로 긁은 다음
일일이 주워내야한다. 이넘은 안 그랬다간 다시 살아붙거든. 징하게 질긴넘이야.

논일 밭일 하면서 세상에서 젤루 미운 풀 순서대로 꼽자면
며느리밑씻개( 또는 이웃사촌 고마리도 합세)
소먹이덤불 (딴 이름으로 환삼덩굴)
바랭이... 오죽했으면 바랭이 융단폭격이라 이름붙였을꼬. 누가? 내가.
이넘은 첫 판에 싹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그대로 폭격맞는다.
한넘이 한평 이상을 덮는 겁나는 넘이다.
새갱이... 이름하야... 억새라고 하대? 같은 넘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선
절대 억새꽃을 이뻐할 수 없었다. ㅠㅠ
명아주 가만 냅두면 나무가 되어버리는 지팡이만드는 넘이고
독새풀도 가만 냅두면 흙을 한바가지 이고지고 나서야 뽑히는 넘이다.
망초 망초 개망초 첨에 작다고 무시하면 나중에는 온 밭을 허연 망초꽃밭으로 뒤덮어버린다.
피~ 이넘도 자라면 그 뿌리가 안 뽑힌다.
들나생이... 이넘도 그 뿌리를 전멸시킬 수가 없다.
쇠별꽃 이름이 이뻐 언 넘인가 했다. 징그러운 넘이다. 얘도 그 뿌리를 찾아 샅샅이 훑어내야만 후환이 없다.
도깨비바늘 이넘은 잘 뽑히긴 하는데... 한 넘이라도 살아남으면 씨가 사정없이 퍼지므로...
새콩덤불... 이넘도 무시무시한 넘이다. 절대로 밭에 이넘이 퍼지게 해선 안 된다.
새삼 이넘은 말 할 필요가 없다. 이넘은 두번 생각할 새도 없이 초토화시켜야한다. 단 한 넘이라도!
고추여뀌. 닭의장풀 쑥 머 이런 넘들은 당근 치아뿌러야하고.

기타 자잘한 풀들이사~~ 호밋날 한 번에 찌그러지는데...
위 얘기한 넘들은 밭일 하는 사람들에겐 웬수가 따로 없는 넘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소를 키우니까 그 풀들 몽땅 흙털어 고른다음 소한테 갖다주면 되는데...
어제도 서너 수레 실어다 상납했다.

이넘 소들도 입이 까탈시러운게~ 안 먹는 풀들이 많다고라...
고추여뀌 절대로 안 묵는다.
까마중도 안 묵는다.
망초랑 쑥대도 늙으면 입도 안 댄다.
호박덤불도 안 묵는다.
그거 일일이 골라내고 줘야한다.

모르고 걍 주면~ 앵돌아선다.
배고프면 먹겠지~ 지가 어쩔껴? 이러고 배짱을 부리면~
일일이 그넘들만 골라빼서 발로 밟아뭉갠다. ㅋㅋㅋ

해서 어제 오전엔 풀 뽑고 오후엔 그 풀 소한테 다 갖다줬다.

오늘은 비가 온다.
어제 밤부터 계속 온다.
논 물꼬 열어놓았고~~~ 밭에는 풀이 거진 잡혔다.
고추밭에 줄 다 매줬고 참깨는 꽃이 피었고 들깨 모종 다 했고
콩밭에 콩 잘 자라고 있다. 산비둘기~ 먹을 떡잎 엄똬~~ 놀갱이는 아직 안 보인다.

오늘은 뒹굴뒹굴 놀아보자~~~~ 이천오백만년??? 만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