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계속 시달린다.
시달린다는 표현이 좀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몇년 전부터 할매표 된장을 울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퍼주기 시작했었다.
김장김치도 퍼주고 간장도 고추장도 머 이것저것 손에 닿는대로
퍼주기 바빴다.
워낙 할매도 그렇고 선녀도 그렇고 손이 크다보이
담기도 많이 담고 퍼주기도 많이 퍼주고...
그냥 그렇게 편하게 살았더랬는데...
한입 두입 그 집 된장 맛있다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자꾸만 손을 내밀더라...
팔라고... 이젠 그냥 얻어먹진 않겠다고...
그걸 누차 거절하고 계속 퍼줬더랬는데...
사람집에 장이 가장 기본인데 그걸 팔 수가 있겠느냐고
그런 이유로...
왜 쌀은 팔면서 장은 안 파냐고~~ 한방 먹인다~ ㅋㅋㅋ
이젠 퍼주는거 안 받겠단다. 돈주고 사먹겠단다.
사실 산골에서 장담기는 머 그다지 힘든건 없다.
아궁이 불때는 가마솥 있겠다.
농사지은 콩 있겠다.
염전소금은 조합을 통해서 구하고
물이야 암반 천연지하수 아니겠나.
메주만 잘 띄우고 소금간만 잘 맞추면 되던데...
머 메주쑤고 담을때 좀 분주하긴 하더라마는~ ㅋㅋㅋ
아까까정 할매하고 한참을 어두운 봉당에 앉아 의논을 했다.
저리 팔라고 아우성인데 어쩌냐...
조금만 팔아보꺼나..
어케 먹는 장을 파노~~ 그것도 그렇다.
그래도 요즘 세상이 변했자뉴.. 따라가야지 별 수 있소...
다들 마트에서 사먹는다는데... 아파트 살아서 메주를 못 띄운다는데...
그런 세월인데 도와준다 셈잡고 한번 팔아봅시다.
머 우리가 떼돈 벌자고 하는 노릇도 아이고... 걍 품값만 받고 넘긴다 생각합시다~~
그리 편하게 생각해야 건강에 좋아유~~ ㅎㅎㅎ
해서 며칠 후에 있을 큰넘 학교바자회에 된장을 1키로씩 통에 담아 내기로 했다.
낸다는 말 떨어지자 마자 품절될까 걱정들 하더라마는.. ㅠㅠ
또 몇몇에게 간장 된장 고추장을 택배로 보내기로 하고.
산골짝에서 그냥 편하게 룰루랄라 농사만 지어 자급자족하렸더니
자꾸만 일거리를 준다. 도시아지매들이... ㅠㅠ
쌀이야 머 먹고 남는거 처분할 길 없으니 판다치지만... 쿨쩍~
된장 간장 고추장까정~~ ㅠㅠ
워낙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편하게 사는 성격인지라
고민은 짧게 굵게 하고 치우지만
이 일을 어찌 수습해나갈지 걱정이다.
뭘 판다는 거이 수월한거이 아니더라고오~~
이 선녀는 산수 몬한다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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