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날궂이???

산골통신 2007. 7. 1. 14:30
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이다.
이런날 우산쓰고 댕기기도 그렇고...
걍 대충 댕긴다.

할매... 오늘 점심엔 머를 먹노 말이다.
거 안 먹고 살순 없나?
왜 삼시세끼를 챙겨먹어야 하게 맹글었노~ 누가?
구찮다.

산골... 여름...
풀이 눈돌아가게 자라고 있다. 미쳐 돌아갈 정도로...

정구지도 풀이요~ 오이도 풀이요 가지도 풀이요~ 호박도 풀이다.
비름나물도 풀이요... 고추도 풀이다.
세상에 풀 아닌거이 어데있나?

집앞 텃밭에 정신못차리게 돋아나 자라고 있는 비름나물을 볼작시면...
누가 씨뿌렸노? 내 안 뿌렸다 말다.. 지들맘대로 쳐들어와 자라는거이지.

열무도 배추도 시금치도... 아무도 돌아다보질 않는다.
잡초나 다름없다.

토마토가 둥글둥글 매달렸으나 아무도 안 쳐다본다.

그래도 점심 한끼니... 점은 찍어야 되지 않겠나???
언덕밭에 올라 정구지를 쓱쓱 베어갖고 와 다듬는다.
마당 귀퉁이에 퍼질러앉아 신문지 깔고 다듬는다. 성가시다.
확~ 물 틀어서 씻어버려?? 머 흙만 떨어지면 되자녀...

정구지 뚝뚝 썰어넣고
첫물 애호박 하나 따고 양파 몇개 꺼내오고 고추 매운놈으로 골라따고
칼로 척척 채썰고 다져서 밀가루 넣고 퍽퍽 갠다.
이거 이거 손으로 해야한다. 국자고 숫가락이고 여엉 손에 안 붙는다.
양푼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아귀로 쓱싹 쓱싹~ 골고루 반죽한다.

후라이팬에 들기름 둘둘 두르고~
한장 두장 꾼다.

꼬맹이 그새 냄새 맡고 달려온다.
이넘은 밥 한주발 다 먹고나서도 정구지적 한장 뚝딱 해치우는 위대한? 넘이다.

작은넘~ 입이 삐쭉 나온다. 깻잎전 해주~~~
이넘아 들깨 그제 심었다~ 성질도 급하다~~
이넘은 입이 까탈스러워... 한대 줘박고싶다.
큰넘은 김치부치개 아니면 상대도 안하는지라~ 꽃다지에서 알아서 해묵거라~ 했다. ㅋㅋ

할매할배... 큰 접시에 두어 장 구워 드리고 휘발유대용으로다 오미자주 한잔 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해결봐야한다.

오미자주가 좋을까? 매실주가 좋을까??
이런날 날궂이 핑게삼아 한잔 걸치면 딱 좋은데..
어데 좋은 막걸리가 있어야 말이지... 직접 담그지 않고서는 대갈통 깨지는데...

날이 하루걸러 궂다.
풀뽑다가 이젠 질렸다. 낫질하다가 팔뿌라지겠다.
그 풀 다 소갖다주니까 소들은 입이 호강하지만...
이제 한발 물러서야겠다. 기계힘을 빌어야지.

방티연못에 노랑 분홍 수련이 이뿌게 피어올랐다.
자그마한 새들이 항상 물마시러 놀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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