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세월...

산골통신 2007. 9. 6. 21:17
 
흘러가는 저 냇물을 뉘 막으랴마는...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맘은 더도 덜도 않아라.
 
하염없이 수십리 풀길을 걷다보면
흘러가는 저 냇물과
흘러가는 내 마음과
어데가서 한바탕 쌈박질 하고 있었던듯...
 
비가 원없이 뿌린다.
덜덜덜 추워서 아궁이에 불을 땔까 하다가
땔나무가 다 젖어... ㅠㅠ
진작 뭐라도 덮어놓을껄...
 
아궁이 거미줄 걷어내고 땔나무 차곡차곡 쌓아놓아야겠다.
그동안 마르라고 담장가에 놔두었었는데.
호박덤불이 퍼렇게 덮여있다.
 
그래도 이웃 홀애비~ 야금야금~ 가져다 키우지도 않는 개죽 끓이는데 쓴다.
왜 넘의 것은 내것~ 내것도 내것~ 이런 심사일까~ 그 홀애비는...
서로 나눠써야 좋은 세상이라네???
머 틀린 말도 아니고 좋은 말이다마는~~~
애써 농사지은 넘의 곡식은 왜 가져가서 넘 나눠주는데???
지꺼 농사지을 땅 판판이 놀려 풀밭 맹글어 호랭이 새끼 칠 정도면서...
 
그래도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청산유수요~~ 넘 한 마디 겨우 할 동안에
백마디 지낀다.  허이구~~  말말이 옳은 말이다마는...
내것 없으니 넘의 것이라도 가져다 없거나 있거나 넘 주고 보는 그 인사는...
어이구~ 내것 가져다 먹는 건 내 뭐라 안 할터이니~ 멀쩡한 넘 챙기지 말고
당신 입이나 좀 챙기소!!!
한소리 내질르고 싶다.
 
해서 올해도 그 홀애비로부터 땔나무 챙기자면 어지간히 신경전 별여야 되겠다.
과수원 전지해놓은거 두 트럭분이나 얻어놓았는데...
저짝~ 홀로 사는 홀어미~~
이짝~ 홀로 사는 홀애비~~ (이 양반은 불땔 아궁이도 없다!)
두 양반이 호시탐탐~~ 침 발라놓고 노리고 있어.
어찌될지 내도 모르겠다...  왜 내것만 그러시느냐고오~~~
내가 그리 착하게 생겼느냐고오~~ ㅠㅠ
 
어여어여 내집 마당에다 갖다 쌓아놓아야 되겟으~ ㅠㅠ
 
갈비를 긁으러 산엘 가야하는데~
만만한 동미산에는 갈비가 수북히 쌓여있어도 못 간다.
홀로 사시는 할매 갖다 때시라고... 암묵적으로 안 간다.
얼라들은 입이 불퉁 나왔으나~ 별말 못 한다.
해서 멀리~ 뒷산까지 가야하는데...  운동 한바탕 하지 머.
올해는 쌕쌕이도 있으니까.
 
시계가 찰나도 쉬지 않고 똑딱거리고 가니
세월도 따라 똑딱똑딱~ 후딱후딱 지나간다.
 
이 조그만 산골동네에 119 구급대가 몇번 댕겨갔는고...
북망산 가실 분들이 줄줄이 대기 중...
오늘 온 구급대는 누구네 집~
어제 온 구급대는 누구네 집~
척하면 척이다.
누군지 수소문해 묻지 않아도 뉘집에 갔는지를 다 아는... 그런 동네.
 
그러나 저러나
쥔장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축들이 먼저 낌새를 채는가...
어느날 송아지가 느닷없이 저녁내내 울어대서
시끄럽다고 냅다 걷어찼는데...
 
또 키우는 개가  새벽내내 시끄럽게 짖어대...
대여섯 번이나 쫓아나가 발로 걷어차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짐승들은 느끼는가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년전 내 동갑인 동네 아지매 하나 죽었을때...
그집 소가 하루종일 울었더랬다.
저놈의 소 왜저러나 모르겠다고~
배고파서 그러나~ 밥 줬는데 왜 그래! 하고 야단만 쳤더라나...
상여가 나가고 나서야 조용해졌다나 모라나...
 
그래서 요새 맘이 안 좋다.
짐승도 느끼는 예감을... 아무래도...
 
흐르는 물길따라 세월따라
맘도 흘려보내야 하는 줄 내 안다마는
그기 그렇게 쉬울 것 같았으면~
내 진즉에 부치보고 행님 하고도 남았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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