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제사 가을하늘이...

산골통신 2007. 10. 7. 12:03
 
그동안 까묵었었다말이다. 가을하늘이 어떤 거였는지.
 
새벽에 이슬이 푸욱... 젖었다. 마치 이슬비가 내린 모냥으루다.
빗물받이 항아리에 드문드문 똑~ 똑! 떨어질 정도...
 
다 깨져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는 빗물받이 항아리지만
그래도 여기 살던 아흔 훨~ 넘으신 이제는 저 뒷산언저리에 묻혀계신
할매네 항아리다. 어찌 다 깨진 항아리를 그냥 두고 계셨던지...
 
간장도 못 담고 소금도 못 담을... 그냥 깨버리긴 아깝고 해서
지붕에서 때로는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빗물을 받아내는데 쓰기로 했었는데...
아...  빗물의 힘이여...  그만 항아리 밑바닥를 작살을 내고말았다.
안그래도 금가고 여기저기 깨진 상처투성이 항아리였지만...
그래도 항아리 모양은 갖추고 있었는데말이지...
 
오며가며 들르는 고물장수들이 처음엔 탐을 내었었으나 이젠 거들떠도 안 보게 된
고물꺼리도 못 되는 항아리가 되었다.
 
그래도 울집에선 아주 요긴한 빗물받이로 쓰이고 있지. 그거 없으면 마당흙이 다 패여나가고 없었을꺼야.
빗물받이 홈통을 달지 않은 옛날에 지어진 집이라.
이 항아리가 그 빗물 낙차힘을 어느정도 줄여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어느날 가만보면 비얌 한 마리 그 속에 들앉아 있기도 하고...
비가 안 오는 건조한 날씨에 궁금해 딜다보면 거미줄이 탱탱~ 울타리를 쳐놓고...
빗물이 어느정도 고여있는 날이면 개구리들이 튀어들어가 그만 못 나오고
우물안? 항아리안 개구리신세가 되어있기도 했다.
 
비오는 저녁에... 아니 또 새벽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 가슴을 또닥~ 똑! 또닥~ 똑! 두드리는 소리...
눈 감고 누워 같이 장단 맞춰본다.
 
이슬이 다 마르기 전에 아이들은 학교엘 갔다.
하늘이 너무 푸르고 맑아~ 반팔 입어도 되겠다고 설치는 아이들을 말려
긴팔을 하나씩 더 걸치게 했다.
오싹 추운 날씨다.  낮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늘 고구마를 캘까~ 덤불은 다 걷어냈는데.
소들이 짚도 마다하고 사료도 도리질을 친다.
풀을 달란다. 고구마덤불만 달란다.
 
들에 지천에 덮인 풀을 냅두고 사람들이 풀을 안 베다 먹이는 이유...
소들이 풀맛을 보게되면 짚도 안 먹고 사료도 외면하기 때문이란다.
주구장창 풀을 베다 먹일 수가 있나그래...
일손 없어 허덕이는데...
대규모 사육이나 드넓은 초지가 있지 않은 이상엔~ 일부러 엄두 안 낼 일이다.
 
들깻잎들이 낙엽이 진다. 노랗게 거뭇거뭇... 점들이 늘어간다.
하나하나 딴다. 참 아깝다.
 
전에 한 푸대 딴 것을 그냥 내버리고~ 어제 다시 한 푸대 땄다.
서울식구들이 내 없는 사이에 안 가져가고 냅둬서 다 시들어골아버렸다나~
아까비... 따는 일이 얼마나 성가신 일인데...
 
한 푸대 그득 따서 샘가에 씻어 건져놓는다.
물기가 쭉 빠져야 손을 대보지.
간장과 액젓만 갖고 담궈봐야겠다. 할매는 간장을 끓여서 식혀 서너 번에 걸쳐 부으라고 하시지만 그래야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하지만 내 성질급해 그럴 새 없다고요~ 원시적으로 걍 해묵읍시다.
 
아이들이 있으면 깻잎을 하나하나 깐줘달라고 하면 일이 쉬운데 혼자 하려니
여엉 성가시고 다리도 저리고 어깨도 결려온다.
내 서서 돌아댕기며 힘쓰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으나~
이리 쪼글치고 앉아서 하는 일은 돈 주고 하래도 못 할일이어니... ㅠㅠ
그래도 우짤끼여~  깻잎장아찌 맛볼라면 이정도 수고는 해야겠지?
안 그래도 나무꾼은 된장에 박은 깻잎장아찌 타령을 언제적부터 하고 있는데.
작은넘마저 깻잎양념장아찌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약간 싱겁게 만든 간장양념에 깻잎묶음을 하나씩 담궈 건져내서 통에 차곡차곡 눌러담아놓았다. 간단해서 좋다~~
헌데 문제는 이거다. 된장에 깻잎묶음을 박자니~ 된장항아리에 뜰내가 나서 안 되겠고~
궁리끝에~ 독창적인 방법으루다~
깻잎을 된장에 박는것만이 능사냐!!!   된장을 깻잎에다 박아보자!!!
내 사전에 우기면 안 되는기 어디있어??? 하면 되는거이지~~~
 
해서 차개차개 깻잎을 놓고 그 묶음 사이사이 된장을 켜켜이 쳐발랐다.
간간이 뒤집어 주고 섞어주고 해서 골고루 된장이 베이게~ 시간 간격을 두고 하루동안 신경을 썼다.
음...  이거 되긴 되는구만~~
오랫동안 된장항아리에 박혀있어야 제대로 맛이 든다하니...
이대로 두면 얕은 맛밖엔 안 날터이니...  또 머리를 짜본다.
일단 비닐봉지에 몽땅 집어넣어 꾹꾹 눌러봤다.  골고루 맛이 베라고.
흠... 안 될거 없잖아???   항아리 신세 지려니 성가시고...
 
진짜베기가 안되면 짝퉁이라도 맛을 봐야지~ 별 수 없다.
아침에... 아이들보고 간을 보라고 한장씩 집어주니 밥 한 그릇 해치우고 학교엘 갔다.
울 나무군 겨울반찬 한 가지 해결봤다!!!
 
지나다가 도시에 있는 큰 마트에서 깻잎장아찌를 팔길래 일삼아 물어봤지비~
1키로에 얼매??? 시껍했다. 오메...
그 식으로 어제 담근 걸 어림잡아 키로로 환산해보이... 오~ 예!!!  떼돈 벌겠네~ ㅋㅋㅋ
작은넘이 옆에서 중얼대는 어미말을 듣고 있다가 저도 같이 놀래버린다~ ㅎㅎㅎ
 
또 주절대다보이~ 중구난방 정신없는 잡글이 되고 말았다.
늘 이렇다네~~~
이럴땐 튀는 수밖엔 도리가 없지비요...  =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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