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모내기

산골통신 2007. 5. 27. 01:14

며칠전 비가 온 덕분에 논 삶을 물이 그득했다.

양수기 물을 퍼야 하나... 하고 하늘만 째려봤더니...

 

남보다 나중에 모내기를 하면 물걱정은 좀 덜어서 좋긴하다.

남들 논 삶고 나서 물을 뺄 적에 나오는 도랑물을 대면 좀 수월하니까.

 

그제 논을 삶고 깔끼질을 좀 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 볼만했다.

이젠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도 없고 일도 그리 힘들지도 않은거 보니

이젠 농사꾼 다 된걸까?

 

일 도와주던 이웃 동생이 한마디한다.

이젠 농사꾼 다 됐네요~~

가끔 누나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녀석이다.

워낙 사교성 꽝이라 다가와도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하지만...

맘은 늘 안 그런데

 

한나절 조금 안 되게

논 열마지기 트렉터가 삶는거 다 따라댕기면서 군데군데 흙무더기 깔끼질을 해서 뭉개고

평평하게 다듬었다.

 

논에 물이 그득 잡혀야 논이 푸리~~ 하게 잘 삶겨지고 고루 섬이 안 생기는데

우라질 언넘이 심술을 부려 우리 논물을 지네 논으로 다 빼간 사건!!! 이 생겼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네번이나 논을 들락거리면서 물꼬를 단속하셨던 할매...

부애가 나셔서 신발을 벗어 땅을 치신다.

그 언넘이 언넘인지 확연히 알지만... 당췌 말 안 들어먹는 그넘을 어찌해볼 수 없는것이...

참 불쌍타... 인생을 그따구로 사는 것이.

 

선녀가 인사를 해도 받지않고

울 얼라들이 인사를 해도 째려보고...

 

할매가 문득

물은 저절로 간다.. 저거 봐라~~ 하시면서 그넘 논을 가리키신다.

울 논에서 그넘 논으로 들어간 물이 죄다~~ 밑엣 논으로 빠져나간 흔적이 보인다.

에고~ 잘코사니... 그래... 넘의 눈에 눈물빼니 니눈엔 피눈물 안나겠나..

그넘 논은 바짝 마르고 그 밑엣논에 물이 한강이다.

그 밑엣논 쥔이 와서 보고 기절하겠군~ ㅋㅋㅋ

지네 논 물꼬 단속을 안 하고 엄한 우리 논 물꼬를 열었으니... 벌받은겨...

 

덕분에 도랑물을 대서 물을 즉석에서 대가면서 논을 삶아야했다.

 

꾹 참는다.

이젠 두고보는 것도 하지 않을란다. 그냥 냅둘란다.

에그... 불쌍한 인간아... 좀 잘 살면 어디 덧나니...

도와줄께.. 좀 제대로 살아봐...

우리 갈궈서 너한테 득될게 뭐가 있니?

왜그리 우릴 웬수 취급을 하니. 그런다고 좋을게 뭐가 있어?

3대에 걸친 웬수를 4대까지는 가져가지 않을라고 꾹꾹 참고 또 참고...

 

그집 얼라들과 우리 꼬맹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너들한테까지는 그 여파가 미치지 말아야하는데... 싶어서...

말을 아끼고 표정관리를 한다.

꼬맹이보고 그집 어른들 만나면 인사 잘 하라고 누누이 이른다.

꼬맹이왈:

"그 아저씨~~ 내가 인사하면 째려봐... ㅠㅠ 울먹울먹~"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듣고 입이 있으면 말을 하고...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하고

마음이 있으면 양심을 챙기고... 해야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요즘 용서란 낱말을 자꾸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린다.

용서해... 나도... 당신도...

 

오늘 차나락논에 모내기를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징하다는 것을 느낀다.

 

새벽까지 잠이 안 와...

맥주 한병 까고... 글을 친다.

내일부터는 풀하고 또 쌈박질 벌여야한다.

이젠 호미로는 안 되고 낫을 들어야 한다.

 

나무꾼은 제초기로 해얀다고 하는데...

장마오기 전에 한번은 초토화시켜야겠지???

 

 

* 이제사 마왕이 끝났다.

끝나면 이젠 정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아... 오판!  후폭풍이 엄청나다.

이젠 벗어날 생각을 말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