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군고구마는 아궁이에서

산골통신 2006. 12. 16. 11:19
땔나무가 떨어져
혼자 터덜터덜 구루마 끌고 토꾸바엘 올라갔다.
삭정이라도 줏어올라고...

비는 안 오지만 날씨는 잔뜩 흐렸고
날은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참말로 서글픈 날씨였고...

에라~ 군불이나 잔뜩 쳐때고 들앉자~ 싶어
씩씩거리고 올라갔다.

잡풀들이 많이 우거져서 갈비를 긁기엔 좀 성가셔서
그냥 삭정이들만 줏어담았다.

왜 굵은놈들이 별로 없네..
더 깊이 들어가야할라나...

전에 산불난 길 쪽으로 들어가봤다.
우와~ 누가 나무를 베어놓았네?
죽은 소나무인가?
아님~ 묘쓸라고 베어놓은건가?

낑낑거리고 잡아댕겨봤지만
나무둥치가 너무크다.
내힘으론 안 되겄네~ 우씨...
더 삭정이가 되걸랑 끌고가야겠다.

대략~ 부러지는 넘들만 집어갖고 한 구루마 맹글어 끌고내려왔다.

이거갖고는 안 되는디...
구루마 집어치고 걍 끈만 갖고 올라가자.
통나무 몇개 묶어갖고 질질 끌고오지 머~
셈잡고 올라가려는데...
혼자가긴 또 싫네그랴~ ㅋㅋㅋ

마당 방티연못 물이 넘 탁해져서
물이나 갈아줄까나~~ 하고 호스를 들이대놓고 앉아있는데
작은넘 털털거리며 집에 들어온다.
먼 생각을 그리 곰곰이 하고 들오냐?
이넘~ 마당에 엄마를 못 봤던지 깜짝 놀랜다.

둘이 방티연못 물을 다 빼고 새로 갈아넣었다.
물고기들이 제법 논다.
이넘들 다 살아있었네...
돌을 몇개 집어넣어줬더니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었나보다.

전에 꼬맹이가
이웃 물건너 아저씨가 어항을 하나 봇도랑에 넣어두었던걸
이놈이 꺼내어 거기 잡힌 물고기들을 죄다 끌고온 적이 있었는데
그걸 도로 갖다주기도 뭣하고 해서리~ ㅎㅎㅎ
모르는 사이도 아이고~

그넘들을 죄다... 방티연못에 풀어넣어두었더랬다.
바로 그넘들이다. 매운탕 끓여달라고 했었는데~ 차마~ ㅋㅋㅋ

작은넘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거기다 고구마 몇개를 호일에 싸서 넣어두었다.
우리 이거 넣어두고~ 나무하러 갈래?

작은넘 쭐레쭐레 따라나선다.
털옷은 벗어버리네~ 씨앗들이 달라붙는다고...

상당 산에 올라가
매실나무들이 잘 살아붙었는가 둘러보고...
이리저리 한바퀴 돌아본 다음...
솔숲에 가서 나무를 한다.
우리힘으로 끌고갈 만한 나무가 있나..
몇개를 끄집어내본다.

전에 폭설이 내렸을때 눈 무게에 못 이겨 자빠진 나무들이 좀 있었다.
그 나무들이 이젠 삭정이가 되어..
땔나무가 되지싶었다.

작은넘이 끌고갈 수 있게 몇개 끈으로 묶어주고
선녀도 큰 나무 두개를 양쪽에 끌고 내려왔다.

둘이 질질 끌고내려오는 소리가 요란하더라.
산길과 풀숲에서는 그런대로... 괘안았는데...
마을길로 내려서니 따다다다~ 따다다다~
따그르르~~ 별소리가 다 나드라.
동네사람 놀래 뛰쳐나올까봐 우습드라~

마을이 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서 보이
울집만 굴뚝에서 연기가 폴폴 나드라.
모든 집들이 다아~ 보일러로 바꾼지 오래라...
불때는 집이 없다.

부랴부랴 내려와서 군고구마 꺼내기 바빴다.
이야~ 익었다 익었어~~~
언넝 먹어보자~야야~~

때마침 집에 오는 꼬맹이 소리..
이넘이 어디서 놀다가 이제사 겨들어오는겨?
해지기 전에 집에 오라고 누누이 그리 일렀건만~
말 억수로 안 듣는다카이~

그래도 군고구마를 본 꼬맹이~ 엄마가 혼내거나 말거나
귀밖으로 듣고설라무네~
아궁이앞에 펄썩 퍼질러앉고본다.

군고구마를 하나씩 집어들고 작은넘 꼬맹이 선녀
맛있게 먹는다.
이야~~ 이거 진짜 제맛이네...
아궁이 불빛 따갑게 쬐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는 이 맛~
어데가서 느끼랴...

금새 하나 다 먹고 또하나 집어들려는 꼬맹이...
야야~ 고구마 더 갖고온나~ 더 꿉자~
네댓개를 더 집어넣고 덮어놓는다.
산에서 해온 땔나무를 몇개 더 집어넣는다.
손에 시꺼먼 검정이 마이 묻어있길래
꼬맹이 얼굴에 그림 그려주려했더이 펄쩍 뛴다.

고구마껍질 벗겨낸거 아궁이에 도로 던져넣고
땔나무 마이 쳐넣고 들왔다.

한참 더 있어야 해~ 저녁밥 묵고 다시 나오자~~
아궁이 앞을 안 떠나려는 꼬맹이를 잡아끌어내야했다.

한참 후 다 구워진 고구마를 꺼내~
이거 뉘 먹을래?
저녁밥 먹고 배부른데... 하고 놀렸더이
이넘들...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저놈들 뱃속에 뭐 들었니?

작년엔 연탄불 속뚜껑위에 고구마를 궈먹었더랬는데...
올해부턴 아궁이신세좀 져야겠다.

작은넘 옆에서 감자도 궈먹으면 맛있다네~ ㅎㅎㅎ
그려...

땔나무만 마이 마이 해온나~
다 해주께~ 다 해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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