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나무가 왜이리 헤푸냐 말다.
아궁이가 포도청이라도 되냐~ 자꾸만 자꾸만 들어간다.
들이대도 들이대도 자꾸만 달라고 한다.
처마만치 쌓여져있던 땔나무가 바닥을 보인지 오래다.
아껴뒀던 나무도 다 땠다.
무늬만 나무꾼은 다음주에나 오신단다.
불은 때야겠고~ 나무는 없고~
천상 산엘 가야한다.
얼라들을 살살 꼬셨다. 우리 산에 가자.
나무하러 가자.
학교끝나고 숙제도 하고 공부하러 친구집에 갔다와야한단다.
또 바뿌단다. 머하고 또 머하고~
으잉.. 너들~ 엄마만치 바뿌냐??? 너들 그럴텨!!!
허긴 요즘 얼라들 진급평가시험이라나~ 그거땜시 바뿌긴하다.
머 글타고 시험공부를 하냐? 건 또 아니다.
뺀질뺀질 놀면서 저~ 입으론 공부한다~ 머 이칸다.
그럼 시험끝나고 가자~~ 한발 뒤로 물러섰다.
드뎌 어제 작은넘은 만점받았고 꼬맹이는 한개 틀렸단다.
작은넘 반에선 다섯명이 탈락이고
꼬맹이네 반에선 세명이 탈락이란다.
설마하니~~ 낙제했다고 유급시키진 않을꺼고... 재시험봐서 통과시킬꺼이다.
대신 방학때 학교엘 댕겨야겠지비... 발산적기초학습 어쩌고 저쩌고... 이름도 어렵다~
꼬맹이가 한글을 제대로 못 떼서 엄포를 디게 놨었지~
너 그러다 낙제한다.. 방학때 내내 학교가야해~ 또 2학년 못 올라간다~ 내년에도 일학년 댕기야해~~
너 어칼래?? 하고 눈 크게 뜨고 팡팡! 뻥을 쳤더랬다.
이 말이 먹히긴 먹혔나보다.
헌데... 이넘들... 나무하러 못 갔다.
물건너 산너머 친구들하고 노느라고...
어둑어둑해져서 나무하러 가자~~~ 이카고 덤비는데... 혼낼 수도 없고~ 끙...
오늘 산에 갔다.
이넘들 기달리다간 냉골에서 자겠넹~
상다에 올라간다.
매실 심은 산밭을 휘휘~ 한바퀴 둘러보고 물나는 곳도 살펴보고...
왜 포크레인 기사는 온다하고 안 오는지...
<새한도>를 연상시키는 소나무들 밑 바위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해바라기를 했다.
산밭에 수십년된 듯싶은 소나무 일곱그루가 있다.
이따만한 바위덩이도 여러개 있어서 앉아서 놀아도 되겠드라...
나무들이 삭을대로 삭아서 가볍다.
참나무 벌목하고 남겨둔 것도 제법 있고
지지난해 폭설에 넘어간 소나무들도 많이 있다.
군데군데 모아둔다.
이걸 다 한꺼번에 가져갈 순 없자노~
구루마라도 가져올껄... 끈이라도 가져올껄~~
준비도 없이 털레털레 산에 온 선녀를 또다시 탓을 해본다.
머 맨날 이래...
시제철이라 그런가.. 산길 지겟길이 좋게 나있다.
가시덤불이 많이 치워져있고 주욱~ 곧게 길이 나있네.
성묘온 사람들이 예취기로 한번 날렸나보다.
산식구 발자욱이 몇개 보인다.
놀갱이인가...
길옆 나무들이 껍질이 많이 벗겨져있다. 이 머꼬? 멧돼지인가?
누가 그랬지?
걸음걸음 걷다가 선녀는~ 나무하러 온 건 홀라당 까묵고 산꼭데기까정 올라가기로 작정했다.
머 늘 이렇다.
산식구들 소리가 바삭바삭 들린다.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인다. 누구지? 너 누구니?
소리가 멀리 멀리 사라진다.
꿩이 튄다. 소리가 요란하다. 장끼다.
군데군데 나무껍질이 많이 벗겨져있다. 근데 그 껍질은 온데간데 없다.
갉아묵었나???
발밑에 밟히는 낙엽들 소리가 참 좋다.
막 땀이 난다. 가파른 오르막이라...
능선이 보인다. 역시 겨울이라.. 길이 시야에 다 들어온다.
나무둥치들이 많다.
들고 갈 만한 놈들을 몇개 집어든다.
에고... 두개 세개째는 들만하더이... 네개째는 못 들겠네...
낑낑 거리고 들고 내려와...
천배골 넘어가는 고갯턱에 내려두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개만 가져가자... 싶어서...
지게가 있으면 이런건 아무것도 아닌데~ 이참에 지게를 져볼까나...
할매네 집 뒤안에 쳐박혀있는데...
에라~~ ㅎㅎㅎ
산밑에까지 구루마를 끌어다놓고 조금씩 조금씩 해다날라야겠다.
이따만한 소나무 하나를 뿌리채~ 잡아 끌고 내려온다.
끌려오는 소리가 요란타.
집엘 갖고와서 톱으로 썬다.
아롱이가 웅얼웅얼거린다.~ 머땜시???
그대로 아궁이에 쳐넣고 땐다.
낙엽 긁어놓은 것이 많이 있어 불쌀개론 제격이다.
요샌 매일매일 때야한다.
겨울이라~ 안 때면 새벽에 춥다.
나무에 불이 붙자 다리많이 달린 벌레들이 막 겨나온다.
에구...
뭐를 하던 살생을 안 하곤 인간이 살아남을 재간이 없지비...
숨도 쉬지 말아야할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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