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논둑 풀베기

산골통신 2006. 8. 25. 11:25
 
하늘이 꾸무리하다.
새벽나절에 안개가 자욱하길래 오늘도 더울까 싶어 일찌감치 논일을 나갔다.
낫이 잘 안 들어 할매꺼 뺏아들고.
얼치기농꾼이 연장탓은 억수로 하고자빠졌다.
 
이제 앞논둑은 다 했고 그럭저럭 대충이나마... 눈가리고 아웅식이지만도...
뒷논둑 두 개 남고
옆논둑 두개 남았다.
 
이웃논 아재가 예취기 들고 내려가신다.
예취기를 부러운 눈으로 째려본다.
내도 예취기 쓸 수 있는뎅...  몇번 해봤는데...
그 무게하며 사정없이 덜덜거리는 거땜에 팔이 떨어져 나가더라고~~
한번 하고 나면 온 삭신이 다 까무러치더라구우...
이럴때 또 여자로 태어난거이 몸서리나게 억울하고 또 한탄시럽다말다!
 
헐 수 있나말다. 천상 낫들고 뎀벼야지.
사람키를 훨 넘는 바랭이숲속으로 들어간다.
바랭이는 낫으로 치기가 아주 마했다말씨. 손으로 휘어잡고 쳐도 한번에 안 되고
방동사니랑 피는 한번에 싹뚝!이 잘 되는데... 이넘은 잘 미끄러지고 질겨서리...
사람 애묵인다고.
비탈진 논둑에 비스듬히 무게잡고 서서 낫을 휘둘러댄다.
몇번 낫질을 안 해도 한아름씩 지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풀이 많다.
척척 베서 넘기며 또 넘기며...
논도랑에는 도깨비풀이 아주 나무가 되어 자라고 있드라.
뽑아서 될 일이 아이고 걍 베어냈다.
개구리들이 난리가 쳐들어왔나 싶을정도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차~ 낫질에 개구리 하나 사지 쭉~ 뻗고 도랑으로 다이빙한다.
얼레? 너 뇌진탕이냐? 붙잡아갖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물속에 넣어주니 두둥 배를 까뒤집고 떠있넹... 죽진 않았는디...
 
한참 낫질을 하다 말고 뒤를 돌아다보이.. 논둑하고 논도랑이 깨끔하다.
개구리밥이 좌악~ 융단마냥 깔렸다. 이뿌다.
맘속 깊은 곳까지 깨운해진다.
 
근데... 살생이 무어더뇨... 살아움직이는 넘들 피보는 것만이 살생이더냐...
문득...  묵념 한번 하고 다시 낫질한다!
 
이웃논 예취기 아재는 벌써 한논둑 해치우고 아랫논으로 내려가신다.
속상하다. 에잇~ 주저앉는다.
이기 머꼬?
 
빗방울이 하나 둘 뜯는다.
어쩐지... 새벽부터 삭신이 꾸무리하드라고~~ 하늘모냥...
몸이 기상청 된지 오랜데... 영락없구만~
 
전에 한참  논 한가운데서 피 뽑다가...
느닷없이 장대비가 후두두... 마치 등짝을 송곳으로 콕콕 쑤시듯이 짜들때...
하늘을 쳐다보고 온 얼굴에 장대비를 그대로 꽂히게 맞으며
으아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웃었지.
그래... 맞장 함 떠보자고...
 
전에 언제던가...
참깨를 쪄서 묶어 밭둑에 세워놓았는데...
맑은 하늘에 날벼락~ 먹구름이 갑자기 쳐들어온다.
바람이 막 불어제낀다.
저 거대한 먹구름이 먼저 닥치냐
깻단을 먼저 덮냐...  
하늘하고 달리기 시합했다.
 
후덥지근~ 비가 느껴지는 바람을 등지고 오르막 비탈길을 내달렸다.
깻단에 달려있는 비닐을 후다다닥~ 이리덮고 저리덮고
대충 묶고 나이...
기다렸다듯이 퍼붓는 비야...
그대로.., 정신없이 맞았더랬다.
비가 뜨겁드라...
 
 
오늘도 그래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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