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한여름..

산골통신 2006. 8. 21. 17:16

드디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슬며시...

 

걷는다. 뭐가 그리 바빠 허겁지겁 걷는가...

이미 습관이 되버린 빠른 걸음걸이..

꼬맹이가 허덕거리며 쫓아온다.

 

구름이 끼긴 했으나 그래도 한낮..

더위를 느끼며 마냥 논두렁밭두렁 걷는다.

 

공갈다리를 건너다가 꼬맹이 소리친다.

"엄마~ 누나 신발 저기 걸려있어~~

저기 큰새 있는데~ 백로인가? 두루미인가? 걔옆에 바위에 걸쳐져있어~"

 

그 소리에 대충 면 볼일 봐버리고~

냇물에 텀벙 텀벙 들어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어디냐~ 저기? 저기?

 

새는 이미 인기척에 날라가버리고~

애써 텀벙거리고 가봤지만 신발은 온데간데 없어..

이노무 자석아~ 너 시방 엄마 훈련시키냐?

머쓱해진 꼬맹이... 입만 우물우물...

눈 나쁜 나를 탓해야지 어쩌겠노... 쯔비...

그나저나 옷 다 베렸네~

 

멀쩡한 신발을 한짝 잃어버리고 온 작은넘이나~

그 신발을 한참이나 아래쪽인 다리밑에 걸쳐져 있다고 소리소리 치는 넘이나~

그 말을 곧이 듣고 쭐레쭐레 들어가 신발 한짝 건지겠다고 물에 들어간 너그엄마나..

똑같다카이... 수준이...

 

털레털레 다 젖은 옷덕분에 덜 덥게... 산길을 걸어 집으로 온다.

꼬맹이 강아지풀로 목덜미를 간지럽히고 웃으며 도망간다.

억새풀도  하나 뽑아 맞장뜬다고 둘이 장난치며 걸었다.

아카시 줄기도 하나씩 뽑아 가위바위보도 하면서...

 

산길가다보면 중간참에 숲그늘이 하나 있었는데 언젠가 참나무 벌목한다고 베어버렸다.

한참 땀나게 걷다가 힘들어질참에 잠깐 쉬어가는 길목인데... 참 아쉬운 일이다.

 

허물어 버린 빈집터에 풀이 무성하다.

관리하는 이가 풀을 대충 베어넘겼나보다.

그 풀이 아까와 할매는 푸대갖고 긁어오잔다.

외발수레 갖고 낑낑거리고 끌고 비탈을 오른다.

냇물에 젖은 옷... 다시 소금땀에 젖는다.

나무꾼이 사온 고무신이 너무 커 벗어던지고 맨발로 했음 싶다.

 

꼬맹이 한 수레 하고 지쳤는지 사라졌다.

나무꾼이 마저 하고 있다.

소들이 풀냄새를 맡고 야단이다.

 

덥다.

그래도 뜨겁지는 않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다.

새벽에는 춥다.

 

아침나절에 김장배추심을  밭장만을 했다.

곧 쪽파씨도  골을 기리고 심어야한다.

당근씨도 조금 뿌릴까.

 

콩밭엔 풀이 그득이다.

참깨찌고 난 들깨밭에도 풀이 그득이다.

오데가나 온통 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