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뜨겁다.
아침 해 올라올 무렵까지는 그래도 일할만하다.
해가 뒷산에 둥실 떠올랐을 때부터는 일 몬한다.
허겁지겁 뒤 안 돌아보고 집그늘로 쪼껴들어가야한다.
산골사람들은 해가 다글다글 구르던지 말던지 신경끄고
일만 죽어라 한다.
땡볕 참깨밭... 톡톡튀다못해 바싹 말라버린 참깨대궁을
낫으로 베어낸다.
할매와 선녀는 해 올라오기 무섭게 철수했다.
꾸여죽을까 겁난다... 어여 들가자. 이따 해거름에 나오자.
경운기 소리 딸딸거리고 들린다.
저짝밭에서 식전일 끝내고 이짝밭으로 아침일 하러오는 이웃 아재 아지매시다.
워메... 우린 들어가려는 참인디...
혀빼물겠넹..
이웃 참깨밭에선 할매 아들며느리 정신없이 깨를 베어나른다.
햇볕이 서서히 땅과 인간을 달구기 시작하는데...
그런것쯤 신경안쓴다.
그집 식구들 일하는 거 보면 경이롭다.
그 무서븐 땡볕아래에서 고추를 하루종일 따는 분들이다.
우린 식전아니면 고추밭엔 얼씬도 안 하는뎅...
숨도 못 쉬겠던뎅...
그 사람들은 무쇠로 맹글어진 몸일까...
저러다 일하다 쓰러지는 건 아닐까...
서둘러 깻단을 외발수레에 실어날라 천막에 널어놓았다.
이따 해거름에 묶어 세워야지.
소마구옆에 무덤가 평평한 곳이 있어 해마다 그곳에 깻단을 세워말린다.
느닷없는 소낙비가 와자자~ 퍼부어도 집에서 금새 뛰갈 수 있는 거리라
올해 참깨농사는 한달여 비가 퍼붓는 바람에 시꺼멓다.
또 수입깨가 판치겠구낭~
한자루에 육천냥한다고 오일장에서도 인기라대...
참깨는 해가 따글따글 볶아야 잘 된다는 넘인데 한달내내 비가 왔으니...
잘될리가 만무다.
늦게사 쨍하고 해가 나왔으나... 이미 늦었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살판나는건 풀이다.
갸들은 참 부럽다. 언제어디서나 마춤으로 적응해나간다.
서향으로 들어앉은 시멘트집이 겁나 남향으로 지어진 뜰아랫채 황토방으로
베개만 달랑 들고 줄줄이 이사갔다.
불볕더위에 하루종일 달궈진 시멘트집은 한증막이다.
요즘 땡볕이 얼매나 뜨겁냐고?
마당 소나무로 맹글어진 벤취??에 송진이 녹아내린다.
나무꾼이 무심코 앉았다가 워메 뜨거라~~ 옷 베렸다.
얼라들이 봉당에 있는 달궈진 신발을 신었다가 팔딱팔딱 뛴다.
아롱이 물그릇에 거품이 부글부글~
아롱이녀석 나무밑에 땅굴을 있는대로 다 파놓고 들앉아있다.
빨래를 새벽에 해널면 아침이면 바싹 타버릴 정도로 말라버린다.
얼라들 얼굴이 시꺼멓다.
낮에 사람구경하기 힘들다.
요며칠 울식구외에 사람목소리 들은 기억이 없다.
요새는 달하고 친구먹었다.
며칠전 보름이라... 아마도 칠월보름이었나?
달이 참 이뻤다.
달 떠오는 모습을 처음부터 기다리면서...
그 많던 별들 다 오데갔나 둘레둘레 찾아본다.
달빛이 닿지 않는 저짝에만 별들이 숨어있다.
나뭇잎사이로 달빛이 새어나온다.
가만히... 지켜본다. 무사히 다 떠오를때까지.
아으~ 저노무 해를 앞산 너머로 냅다 차던지던지 해야지
내 몬살겠다.
누가 울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해 살기좋다고 씨부렸노!!!
봄엔 황사바람불어 눈못뜨겠고
여름엔 장마비에 땡볕에무더위에 정신머리 가출하겠고
가을엔 태풍이 쓸어가고
겨울엔 추워디지겠고
중간중간 새에 환절기엔 적응하느라 몸이 몸살을 앓고~
철따라 옷 있어야 하고
철따라 냉난방비도 족히 들어가고
철따라 적응하느라 몸이고 맘이고 스트레스받고
아으~~ 가뿐하게 살 수 있는 나라 오데 없을까나...
근디.. 지금껏 먼 귀신씨나락까묵는 소리를 지꺼렸을꺼나..
아무래도 요새 참깨찌고 고추따느라 살짝 맛이 갔나부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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