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거미줄에 걸린 나비

산골통신 2006. 7. 30. 09:54
창 앞 참나리꽃 찾아온 흑나비
아차 실수...

거미줄에 걸렸다.

거미는 줄창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어떤 넘이라도 좋다. 걸리기만 해다오.
공들여 거미줄로 덫을 놓았겠지.

지금 거미는 기분이 업되었을가?
칭칭 나비를 감아매고 있다.
넓게 펼쳐졌던 나비의 날개가 오무라져 길쭉하게 되어버렸다.
거미는 바쁘게 왔다갔다 바쁘다.

그래도 여전히 참나리꽃에는 나비들이 많이 찾아온다.

거미줄이 많이 흔들린다.
거미보다 나비가 더 커서 출렁인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꼬맹이가 말한다.
"나비가 불쌍해."

작은넘이 맞받아친다.
"아니야. 거미도 먹고살아야지. 다 그런거야."

아이들은 빈 거미줄에 나비가 걸렸을때부터 계속 지켜봤었나보드라.

뒤안 문을 열다가 닫을때 지렁이가 문틈에 끼었다.
꼬맹이는 미처 못 보고 문을 쾅! 닫았는데
작은넘이 오다가 보고 소리를 꽥! 지른다.

"야! 문 다시 열어~ 지렁이 끼었잖아~"

후다닥 문을 열어봤지만 지렁이는 동강나 있었고
안쓰럽지만 밖으로 내보낸다.
어쩌냐...

아롱이 집에 장수풍뎅이가 쳐들어왔나보드라.
몰랐다.

어제 저녁께부터 아롱이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지만
집에 안 들어가고 자꾸만 보채는 소리만 들었는데
쟈가 왜저래~ 아까 놀러갔다 왔잖아~
내일 또 놀자~~

모른척 신경껐더랬는데
아침에 아롱이 집밖에서 자고 있드라.
밤새 노숙을 했었나?

이상하게 생각한 아이들이 아롱이 집엘 딜다보이
디따 큰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아롱이 집을 차지하고 있드라.
아마 그놈이 아롱이를 깨물고 못 살게 굴었었던가부지?
된통 당한 아롱이 다신 집엘 안 들어간다.

배롱나무 가지에 개미들이 많다.
억수로 많다.
먹이가 많나부다. 뭐지?

며칠동안 찬찬이 살펴보이 잎 뒷면에 진딧물이 잔뜩 끼었다.
잎이 자꾸 꺼멓게 곰팡이인지가 끼어 죽어가고 구멍이 뻥뻥 난다.

안되겠다싶어 진딧물 약을 구해 쳐버렸다.

개미가 다신 안 온다.
잎과 가지는 살아났다. 키를 키운다.

진딧물은 죽고 개미는 안 오고...
그러면 꽃은 필까?

마루창에 청개구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파리 모기 하루살이 나방 등등을 잡아묵으려고
그러다 아차! 문을 연 틈에 집안으로 폴짝 뛰들어온다.

아침에 보면
먼지투성이가 된 청개구리... 질식사...

사람 사는 곳에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딴엔 치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