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얼라들이 냇가가서 첨벙거리고 놀때는
별걱정도 안 했더랬다.
공갈다리께 냇가 물이 꼬맹이 무르팍까지밖엔 안 왔으니까.
어제 밤 모두가 잠든 밤부터 퍼붓기 시작한 비가
아직까지다. 워메.. 잡것~
얼라들~ 어제 냇가가서 놀길 잘했다고 가심을 쓸어내리드라.
냇가물은 흙탕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돌변해버렸다.
높다면 높은 보뚝이 잠기고 급물살로 겁날 정도다.
얼라들이 요샌 다리께에서 논다.
상류쪽에서 놀면 좋은데 모래사장도 있고 자갈밭도 있고
헌데 거기까지 와서 놀 얼라들이 없는고다.
물건너 얼라들이랑 놀려면 물건너가는 다리께에서 만나서 놀아야
각자 집에 가는데 지장이 없다는건데...
구명복 있는거 몽땅 떨쳐입고
튜브는 빵구가 나서 던져버리고
헌옷들 주서입고 나가드라.
이따 빨래 엄청나겠군...
그래도 놀 아이들이 있어 좋다. 그나마...
이제 저 아이들 중학교가면...
더이상 저 냇가에서 노는 아이들 볼 수 없는거 아닌가...
노인보호지역이란 안내표시판이 이젠 낯설지 않다.
어찌하면 좋을 세월이란 말고...
비가 계속 뿌린다.
창가 참나리는 꼭 이렇게 장마철에 활짝 핀단 말다.
저 구석탱이에 있는 상사화 난초는 언제 촉을 틔웠던지
깜짝놀랬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을땐 코빼기도 안 뵈더니만
한 사흘 안 쳐다봤더이...
고새 촉이 나와 키를 키우고 있드라.
내일쯤 백합닮은 꽃이 필꺼야.
밭둑 풀은 어느정도 해결봤다.
논 벼도 이젠 검푸르게 잘 자라고 있고
넘 우사 안 당할 정도는 되지싶다고 가심을 쓸어내렸다.
콩밭 풀은 모 쪄내듯이 뽑아냈는데 이번 비에 안 살아붙을까 몰겠다.
강냉이는 언넘의 산식구가 또 내려와 작살을 냈는지
그 키큰 강냉이를 자빠뜨려갖고 강냉이 알만 야곰야곰 다 빼쳐묵었드라 말다.
언넘이여...
부애가 나신 할매가 쥐약을 갖다놨더이만 싹싹 핥아묵었더라는데...
올 여름 강냉이는 터밭에 심은 걸로 만족해야겠구만...
물건너 산이 온통 비구름에 휩싸였다. 안 뵌다.
저 전깃줄만 없으면 오붓한 오지 산속이겠는데...
아흐~~~ 아궁이 바닥에 물 들이찼다.
몬산다.
또 퍼내야지.
먼넘의 동네가 물구덩이여...
지하수모터 안에는 더이상 안 차나 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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