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비는 주구장창 내리고

산골통신 2006. 7. 26. 13:20

어제 얼라들이 냇가가서 첨벙거리고 놀때는

별걱정도 안 했더랬다.

공갈다리께 냇가 물이 꼬맹이 무르팍까지밖엔 안 왔으니까.

 

어제 밤 모두가 잠든 밤부터 퍼붓기 시작한 비가

아직까지다. 워메.. 잡것~

 

얼라들~ 어제 냇가가서 놀길 잘했다고 가심을 쓸어내리드라.

냇가물은 흙탕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돌변해버렸다.

높다면 높은 보뚝이 잠기고 급물살로 겁날 정도다.

 

얼라들이 요샌 다리께에서 논다.

상류쪽에서 놀면 좋은데 모래사장도 있고 자갈밭도 있고

헌데 거기까지 와서 놀 얼라들이 없는고다.

 

물건너 얼라들이랑 놀려면 물건너가는 다리께에서 만나서 놀아야

각자 집에 가는데 지장이 없다는건데...

 

구명복 있는거 몽땅 떨쳐입고

튜브는 빵구가 나서 던져버리고

헌옷들 주서입고 나가드라.

이따 빨래 엄청나겠군...

 

그래도 놀 아이들이 있어 좋다. 그나마...

이제 저 아이들 중학교가면...

더이상 저 냇가에서 노는 아이들 볼 수 없는거 아닌가...

 

노인보호지역이란 안내표시판이 이젠 낯설지 않다.

어찌하면 좋을 세월이란 말고...

 

비가 계속 뿌린다.

창가 참나리는 꼭 이렇게 장마철에 활짝 핀단 말다.

저 구석탱이에 있는 상사화 난초는 언제 촉을 틔웠던지

깜짝놀랬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을땐 코빼기도 안 뵈더니만

한 사흘 안 쳐다봤더이...

고새 촉이 나와 키를 키우고 있드라.

내일쯤 백합닮은 꽃이 필꺼야.

 

밭둑 풀은 어느정도 해결봤다.

논 벼도 이젠 검푸르게 잘 자라고 있고

넘 우사 안 당할 정도는 되지싶다고 가심을 쓸어내렸다.

 

콩밭 풀은 모 쪄내듯이 뽑아냈는데 이번 비에 안 살아붙을까 몰겠다.

 

강냉이는 언넘의 산식구가 또 내려와 작살을 냈는지

그 키큰 강냉이를 자빠뜨려갖고 강냉이 알만 야곰야곰 다 빼쳐묵었드라 말다.

언넘이여...

부애가 나신 할매가 쥐약을 갖다놨더이만 싹싹 핥아묵었더라는데...

 

올 여름 강냉이는 터밭에 심은 걸로 만족해야겠구만...

 

물건너 산이 온통 비구름에 휩싸였다. 안 뵌다.

저 전깃줄만 없으면 오붓한 오지 산속이겠는데...

 

아흐~~~ 아궁이 바닥에 물 들이찼다.

몬산다.

또 퍼내야지.

먼넘의 동네가 물구덩이여...

지하수모터 안에는 더이상 안 차나 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