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풀베기 한판

산골통신 2006. 7. 21. 20:15

할매는 논둑 베시고

선녀는 밭둑 베고

 

요새 소만 살판났다.

 

소값이 또 파동조짐을 보여 일단 값 좋을때 팔아치우려한다.

우리 수준에 소 마이 키워봤자 사료값도 못 대고

풀베다 멕이자니 허리 휘고

짚만 멕이자니 모자른데다 영양실조걸리겠고

 

소 한끼 풀 베자면 서너 구루마  그득그득 실어날라야 한다.

논에서 실어온 풀갖고는 어림없드라.

밭둑으로 올라갔다.

고추밭 가는 길에 풀들이 길을 덮었다.

 

사람발로 밟고 댕겨야 길이 반듯하게 나는데

이 길을 댕기는 사람이 할매하고 선녀밖에 더 있노~

사람 발보다 풀힘이 더 세다.

 

혹여 뱀있을까봐 낫으로 툭툭 기척을 내가며 앞으로 앞으로 베나간다.

풀베긴 날도 좋고 낫질도 잘 되네그랴.

오늘은 소들이 포식하겠네.

 

자잘한 풀들은 그냥 툭툭 쳐나가고 긴 풀들만 일일이 베다 쌓는다.

우와...   많네.

 

소들이 풀냄새를 맡고 웅웅~~ 소리를 지른다.

소들이 내는 소리가 왜 음메~~ 라고만 알고 있었을까.

참 다양한 소리를 내는 놈들이다.

 

등 긁어달라고 아양떠는 소리

밥달라고 보채는 소리

오줌똥 질척거린다고 짜증내는 소리

할매가 물 틀어놓고 걍 가셔버렸다고 야단야단 항의하는 소리

왜 저놈들만 주고 내는 안 주느냐고 질투하는 소리

소마구를 깔끔하게 치워주면 좋다고 훙훙~ 거리는 소리

별노무 소리를 다 낸다.

 

모기들이 엥엥~ 귓가에 돌아댕긴다.

구찮다.

벌써 팔뚝 여기저기 부어오른다. 징한 넘들이다.

풀독은 안 올라서 맨팔로 일하긴 좋은데 풀모기들이 극성이라 별루다.

 

대파를 모종해야하는데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할매가 일은 착착 빠르게 하시는 분인데 올해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허다하시다.

아무래도 몸이 안 따라주시는가부다.

 

들깨모종을 끝으로 모종은 거진 끝났는데

곧 참깨찌기가 시작되겠지. 벌써 밑 대궁엔 꽃이 지고 열매가 여물어가기 시작하던데.

 

내일은 밭둑을 계속 쳐올라가며 풀을 베나가고

저 위 산밑밭에까지 쳐올라가야겠다.

 

 

에궁~ 이따가...

얼라들이 밥묵고 하자고 아우성!!!

민생고해결부터 하고...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