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감자밭 거름내기

산골통신 2006. 3. 19. 13:56

글치~  입으로 떠들기는 어지께 감자밭 장만한다고 혔어.

근데 어디 일이 말대로 된다디?

 

어제그제는 고춧대궁하고 씨름혔지.

비닐집 세군데 싹 정리했어.

그 흙먼지~ 아우... 눈에 다 들어가서 아직까지 눈알이 아파...

흰자위가 충혈되고 먼가가 까끌까끌~ 아직도 박혀서 안 나오는 것 같애.

그래서 슬포서~ 눈물을 마이~ 흘렸지~ ㅋㅋㅋ

 

오늘 외발수레 끌고 소마구로 올랐지.

언덕위에 있어서 빙~ 돌아가야 해.

지름길이 있긴 하지만 그건 비탈 계단이라 수레가 가기엔 골 아푸지.

 

거름더미를 앞에 두고 이걸 어케 끄집어 내야만 잘했단 소리듣고 수월하게 할까나...

잠시 묵념하고 궁리좀 한 다음~

 

삼시랑을 들고 푹푹~ 겉엣것들을 떠집고 갓쪽으로 무졌다.

거름은 속엣것이 가장 좋지~

와~~ 김이 펄펄 난다.

잘 떴는걸?

허연~ 균사가 좌악~ 들어붙었다.

거름이 푸실푸실하다.

쇠스랑으로 뜨기가 안 좋다. 쇠스랑으로 파헤치고~

삽으로 퍼 실어야 하겠다.

이러면 일할 맛 나지~

거름이 수분이 많아 떡이 되어 있으면 그거~ 힘 억수로 든다구우...

 

넘의집 푸실푸실한 거름더미를 보면서

얼매나 부러워했던동... 왜 울 거름은 저케 안 되는고야... 하면서

억울해했었지.

원인은 수분과다였어.  거름더미 위에 지붕을 해씌우니까~ 문제는 해결되누만...

 

올해 감자는 텃밭에 심을꺼야~

외발수레에 가득가득 거름을 쳐싣고 나른다.

다행히~ 밭으로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 얼매나 좋은고... 이건 참말이지 고마운겨...

오르막이었어봐~~   뽀글뽀글 거품 문다니께...

 

봄바람은 살랑살랑 뺨에 스치고~

거친 숨소리는 나도 땀은 안 날 정도의 일하기 좋은 날씨...

 

예닐곱 수레 쳐날랐나... 밭이 그다지 크지 않아 금방했다.

두시간 반 걸렸나...

 

밭 여기저기 골고루 갖다 부어놓았다.

이따가 쇠스랑갖고 이리저리 흐트러 놓아야 한다.

그러면 호미로 골을 만들어 흙을 덮으면 되지.

고랑을 만들면 싹난 감자를 재에 버무려 두었다가 심으면 되여...

심을 준비는 다 해놨어.

 

할매가 절대로 로타리는 안 한다 하시니~

걍 호미로 할 수밖에..

 

옛날엔 다 그리 했다네?

옛날에야 어디 관리기나 있었간? 트렉터도 생긴지 얼마 안되잖여~

조금씩 조금씩~ 한 고랑씩 한 고랑씩~ 해나가면 된다고 하시니...

어디 올해는 그리 한번 해보자구...

 

선녀 거름 나르는 동안에 할매는 감자 수제비를 끓이셨다.

멸치다싯물 내서 쪽파넣고 감자넣고 거기다 냉이까지...

 

꼬맹이는 짚가리위에서 송아지하고 놀고

작은놈은 뜨개질에 취미를 붙여  마루에 오두마니 앉아 뭔가를 뜨고 있다.

코가 첨엔 열다섯이었는데~ 스무코로 늘었단다~ 이걸 우짜면 좋냐는데...

내는 다 까무따~ 니 알아서 혀봐봐... 

 

큰넘은  지리산 학교생활이 재미있단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죽겠단다.

배도 고파 죽겠고~ 삼시세끼 끼니때마당  세그릇씩을 먹는데도 배가 고프단다.

그놈도 우짜면 좋냐는데...

알아따~  미숫가루라도 보내주께~

나머진 목마른 사람이 샘파야지~ 부모보고 해달라하지말고 니들이 알아서 만들어 묵엇! 해버렸다.

 

밴드부에 들어가 기타 오디션을 봤다는데~ 붙었는강 몰겠네~  안되면 드럼을 치겠다누만?

연극수업도 받고 외국어도 워크캠프로 배운단다. 너무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단다.

 

아... 그만 떠들고 나가서 밭고랑 헤집어야지...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거름...  (0) 2006.03.21
[산골통신] 소똥하고 한판 붙기!  (0) 2006.03.20
[산골통신] 이런 아침이면...  (0) 2006.03.18
당하고 또 당해도...  (0) 2006.03.17
초여름 봄날씨땜시...  (0) 200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