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밭에 거름낸다.
감자밭을 시작으로 고추밭 고구마밭으로...
아침부터 쇠스랑잡고 힘을 좀 썼더이 허리가 묵지근하다.
그래도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맞으며 일을 하니
더없이 기분좋은...
아침부터 문 안 열어준다고 시끄럽게 말 일구는 달구새끼들 다 내쪼까내고~
요새 엄청 밥때되면 얼렁 안 준다고 소리 지르는데 취미붙인 소들한테도 여물 듬뿍 주고~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짐작해본다.
감자밭 고랑을 다듬을까...
언덕밭에 거름을 낼까...
걍 이거저거 다 치우고 날도 좋은데 산으로 튈까~
아냐... 오늘 밤에 비온댔으니~ 오늘 거름마저 내야할꺼야~
그래야 흙이랑 거름이랑 푹~ 젖어서 좋지.
산에 가는건 내일 비뿌리걸랑 가자...
언제라도 갈 수 있잖아?
거름터미 한켠에 쇠스랑 똥삽 삼시랑 바가지삽 다 가져다 놓고 일을 시작한다.
어느쪽 거름을 파내야 좋을꼬나~~
어느쪽이 더 잘 떴을까나...
이리저리 파헤쳐본다.
음... 쪼오아! 됐으~ 여기 찍었으~
와우! 허옇다! 김이 펄펄 난다.
켜켜이 꼭 밤색 시루떡같다.
덜 발효가 된 겉엣것을 걷어내고 속엣것만 푹푹 떠서 파낸다.
한참 그러다보이~ 꼭 동굴하나 파놓은거 같드라~ ㅋㅋㅋ
외발수레에 퍼싣고 나른다.
바로 옆 밭이라 오르막도 아이고 내리막도 아이고~
걍 굴리면 되니 일이 얼매나 쉽던동...
여기저기 열댓 수레 퍼나르고 나이~ 좀 땀이 날락말락한다.
톱밥푸대더미에 기대앉아 눈을 감는다.
햇살이 참 따뜻하다.
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눈을 감으니 이러다 잠이 들까 싶드라...
멀리 산을 바라본다.
아직은 초록이 덜 찾아온...
이제 서서히 초록으로 뒤덮일...
마당 참꽃이 이제 막 터질라 해~
살구꽃맹아리도 쪼매 생기고
복숭아꽃맹아리는 아직이야...
배꽃맹아리도 아직이고~
앵두꽃맹아리도 옥매화도
하지만 저위 산밑밭에 있는 매화 자두는 벌써 맹아리가 굵던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노래가 절로 나올~ 그런 철이 곧 돌아온다.
겨우내~ 책속에 파묻혀 구들장 지던 날이 언제였던고... 아득하다.
놀며 쉬며~ 한참을 꾸무럭거리면서 거름을 낸다.
일은 막 몰아쳐서 하면 힘들어~
이렇게 놀며 즐기며 해야해~
할매랑 일할 때는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아이구... 낸 그리 안 할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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