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거름...

산골통신 2006. 3. 21. 13:51

한참 밭에 거름낸다.

감자밭을 시작으로 고추밭 고구마밭으로...

 

아침부터 쇠스랑잡고 힘을 좀 썼더이 허리가 묵지근하다.

그래도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맞으며 일을 하니

더없이 기분좋은...

 

아침부터 문 안 열어준다고 시끄럽게 말 일구는  달구새끼들 다 내쪼까내고~

요새 엄청 밥때되면 얼렁 안 준다고 소리 지르는데 취미붙인 소들한테도 여물 듬뿍 주고~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짐작해본다.

감자밭 고랑을 다듬을까...

언덕밭에 거름을 낼까...

걍 이거저거 다 치우고 날도 좋은데 산으로 튈까~

 

아냐... 오늘 밤에 비온댔으니~ 오늘 거름마저 내야할꺼야~

그래야 흙이랑 거름이랑 푹~ 젖어서 좋지.

 

산에 가는건 내일 비뿌리걸랑 가자...

언제라도 갈 수 있잖아?

 

거름터미 한켠에 쇠스랑 똥삽 삼시랑 바가지삽 다 가져다 놓고 일을 시작한다.

어느쪽 거름을 파내야 좋을꼬나~~

어느쪽이 더 잘 떴을까나...

이리저리 파헤쳐본다.

음... 쪼오아! 됐으~ 여기 찍었으~

 

와우!  허옇다! 김이 펄펄 난다.

켜켜이 꼭 밤색 시루떡같다.

 

덜 발효가 된 겉엣것을 걷어내고 속엣것만 푹푹 떠서 파낸다.

한참 그러다보이~ 꼭 동굴하나 파놓은거 같드라~ ㅋㅋㅋ

 

외발수레에 퍼싣고 나른다.

바로 옆 밭이라 오르막도 아이고  내리막도 아이고~

걍 굴리면 되니 일이 얼매나 쉽던동...

 

여기저기 열댓 수레 퍼나르고 나이~ 좀 땀이 날락말락한다.

톱밥푸대더미에 기대앉아 눈을 감는다.

 

햇살이 참 따뜻하다.

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눈을 감으니 이러다 잠이 들까 싶드라...

 

멀리 산을 바라본다.

아직은 초록이 덜 찾아온...

이제 서서히 초록으로 뒤덮일...

 

마당 참꽃이 이제 막 터질라 해~

살구꽃맹아리도 쪼매 생기고

복숭아꽃맹아리는 아직이야...

배꽃맹아리도 아직이고~

앵두꽃맹아리도  옥매화도

하지만 저위 산밑밭에 있는 매화 자두는 벌써 맹아리가 굵던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노래가 절로 나올~ 그런 철이 곧 돌아온다.

겨우내~ 책속에 파묻혀 구들장 지던 날이 언제였던고... 아득하다.

 

놀며 쉬며~ 한참을 꾸무럭거리면서 거름을 낸다.

일은 막 몰아쳐서 하면 힘들어~

이렇게 놀며 즐기며 해야해~

할매랑 일할 때는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아이구... 낸 그리 안 할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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