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소똥을 쳐내야 했다.
그동안 거름터미를 보면서 저래 거름을 맹글어갖고 먼 농사를 짓노~
하면서 억수로 타박을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저걸 어찌어찌 쇠스랑하고 똥삽갖고 하면 될 거 같은디말야...
내힘으로 부족일까?
머 까짓 하는데까정은 해보자구우...
허름한 일옷을 입고 긴장화를 신고~ 온갖 품은 다 잡고 소마구엘 올라갔다.
소똥부터 먼저 칠까나~
거름터미부터 먼저 손볼까나...
소들이 소똥치워주러 온 걸 눈치채고~ 소리를 막 지른다.
알쓰~ 치워주께! 먼저 치워주면 되자나... 소리지르지 말어~~
문을 여니 송아지들이 후닥닥 도망친다.
가만 있다가 걸리적거리면 이 심술선녀한테 쇠스랑으로 얻어맞거든!
외발수레를 가지고 들어가 똥을 퍼싣는다.
요노무 송아지들이 얼매나 돌아댕기며 빠대놓았던지~ 삽으로는 절대 안 된다.
쇠스랑으로 퍽퍽 걷어올려야지.
음... 몸풀기 작업부터 해야쓰겄네~
녹이 마이 슬었어... 헛둘 헛둘~
암송아지는 가만 얌전히 지 어미곁에 있는데
요 뿔난숫송아지는 어케하면 저 열린 문틈으로 뛰쳐나가볼까~~
그 궁리만 하면서 선녀랑 숨바꼭질 한다.
어느틈에 숨어있다가 선녀가 한눈 파는 틈을 타서 문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그 바람에~ 고럴땐 잽싼 선녀한테 똥삽으로 콧잔등을 한대 맞았지비...
그렇게 맞고서도 금새 이자묵었는지 또 다가온다.
손을 갖대댔더이 킁킁 냄새를 맡으며 혀를 내민다.
장갑을 막 벳길라한다.
이놈아~ 내놔... 장갑 먹을거 아녀!
첫번째 소는 저짝 자리부터 치워야 옮긴다며 요지부동 꼼짝도 않는다.
비켜봐아~~ 여기부터 치워주께~~
등짝을 두드리고 꼬리를 잡고 땡겨도 안된단다~ 저짝부터 치우란다.
요놈이 똥고집이여... 알쓰~ 저짝 먼저 치우께 그땐 비켜야해?
저짝을 먼저 치우고 뒤로 물러서니~ 냉큼 옮겨가는 저 소대가리...
머리가 좋다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두번째 소는 비스듬히 여물통에 기대서서~
제딴엔 치우라고 비켜준다.
이놈아~ 그기 비킨거냐? 저짝으로 안가?
얘도 말 안 듣는다.
세번째 소는 얼매나 그 덩치가 잽싼지~
영차 끙차! 열댓 수레 쳐내고 나서~
말끔해진 마구안을 송아지들이 뛰댕긴다.
후아~ 하면 되지~ 못 할 건 무에있노!
봐~~ 다 했자나...
거름터미로 가서 이리저리 무져진 소똥들을 교통정리했다.
묵은 거름은 묵은대로~ 새 거름은 새것대로...
어제 감자밭에 나가서 비어있는 쪽엔 오늘 쳐낸 소똥을 무지고
반대쪽 묵은 거름쪽엔 비워두었다.
왜냐문 고추밭에 나갈 거름이거든!!!
꺼내기 좋게~ 들어가는 길을 비워둬야 해~~
이리저리 흐트러진 소똥들을 죄다~ 삽으로 쇠스랑으로 끌어올려
위로 쳐무져 올렸다.
그러곤 소똥 산으로 올라가 팍팍 밟아제꼈다.
그래야 속에서 잘 뜨거든~~ 뜬다는 건 발효한다 란 말여...
한참을 똥밭에서 폼 재가면서 해치웠다.
휴우~~ 한시름 덜었네~ 운제 하긴 해야는데~ 미루고 못 했더이
오늘 날도 좋고~ 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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