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낮잠 때리기

산골통신 2006. 3. 22. 20:50

한나절 힘쓰는 일 하고 나면

점심 대충 땡겨먹고~ 나면...

 

늘어진다.

그럴때 지팡이 한개 짚고 산엘 가면 딱인데...

솔바람 부는 바위 한켠에 올라앉아 자울 자울~ 약묵은 삥아리모냥 졸다오면 되는데...

 

오늘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 날은

그마저도 싫드라...

만약... 오늘 비라도 뿌렸으면~

어거지를 써서라도 산엘 갔을껴...

 

우라질~   봄바람만 억수로 불어제끼드라구...

 

마당 한 바퀴 주욱~ 돌아다보고 들어와

늘어지게 한숨 퍼질러 잤다.

내는 몰러...

오늘 할일 다 했슈...

언덕밭에 거름 다 파헤쳐놓았고 비료도 다 뿌렸슈~

소똥도 한 수레 쳐냈고~

짚도 썰어놓았슈~

 

달구집 문도 열어줬고~

소 여물도 줬슈~

 

비란 넘이 말 억수로 안 듣구 안 오니~

더이상 밭일은 몬혀유~

비가 와야 고랑 맹글어 씨를 넣지~

 

오늘은 잠이나 잘 밖에~

하고 씩씩거리며 잠을 잤다네...

 

일어나보이~

얼라들은 핵교댕겨왔고~

해는 서산에 달랑 걸렸고~

해거름에 해야할 일들이 줄을 서있네 그랴...

 

연탄불은 두군데나 꺼져버렸고~

닭모이는 안 줬다말씨...

 

에혀...

달디단 낮잠 한숨 때린 여파가 쪼매 있네 그랴...

 

머 그래도~ 오늘도 자알 보낸 하루 아니갔어?

때로 이런 날도 있어야지비...

 

그나저나 진짜 비가 안 올 모냥일쎄~

까만하늘에 별이 둥둥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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