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힘쓰는 일 하고 나면
점심 대충 땡겨먹고~ 나면...
늘어진다.
그럴때 지팡이 한개 짚고 산엘 가면 딱인데...
솔바람 부는 바위 한켠에 올라앉아 자울 자울~ 약묵은 삥아리모냥 졸다오면 되는데...
오늘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 날은
그마저도 싫드라...
만약... 오늘 비라도 뿌렸으면~
어거지를 써서라도 산엘 갔을껴...
우라질~ 봄바람만 억수로 불어제끼드라구...
마당 한 바퀴 주욱~ 돌아다보고 들어와
늘어지게 한숨 퍼질러 잤다.
내는 몰러...
오늘 할일 다 했슈...
언덕밭에 거름 다 파헤쳐놓았고 비료도 다 뿌렸슈~
소똥도 한 수레 쳐냈고~
짚도 썰어놓았슈~
달구집 문도 열어줬고~
소 여물도 줬슈~
비란 넘이 말 억수로 안 듣구 안 오니~
더이상 밭일은 몬혀유~
비가 와야 고랑 맹글어 씨를 넣지~
오늘은 잠이나 잘 밖에~
하고 씩씩거리며 잠을 잤다네...
일어나보이~
얼라들은 핵교댕겨왔고~
해는 서산에 달랑 걸렸고~
해거름에 해야할 일들이 줄을 서있네 그랴...
연탄불은 두군데나 꺼져버렸고~
닭모이는 안 줬다말씨...
에혀...
달디단 낮잠 한숨 때린 여파가 쪼매 있네 그랴...
머 그래도~ 오늘도 자알 보낸 하루 아니갔어?
때로 이런 날도 있어야지비...
그나저나 진짜 비가 안 올 모냥일쎄~
까만하늘에 별이 둥둥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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