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묵밭과 묵논

산골통신 2006. 3. 29. 09:08
 
산골에 묵논과 묵밭이 늘어난다.
묵논이 수렁으로 변하고
묵밭이 잡목이 우거진 야산처럼 변해간다.
 
화전민들이 일궈놓은 산 속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밭들은 이미 울창한 숲으로 변해버렸다.
산너머 또 너머 그 넓었다던 큰골을 또 큰절골 작은절골을 물어물어 찾아가봤더랬는데...
영화 OK목장을 만들어도 좋다던 드넓은? 그 전설의 계곡은 어디 갔을까...
하릴없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자란 나무들만 보고 돌아왔다.
 
허물어진 돌담새에 조팝나무들과...
보아주는 이 없는 난초싹들과...
함박꽃 싹들이...
여기가 그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곳임을...
 
왜 나는 여기를 헤매고 다니는 걸까...
여기서 무엇을 찾고자했던 걸까...
 
그 옛날 어렸었던 아이들은 왜 커서 이곳을 못 잊어
자꾸 찾으려 하는 걸까...
미쳤다 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산골 마을에 농사짓는 이들이 자꾸 줄어간다.
농기계가 다 갖춰진 집들만이 겨우겨우 꾸려간다.
 
일손없고 농기계하나 없는 우리는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자급자족을 목표로 몇년을 일궈왔는데...
 
출생율이 10년 가깝게 제로다.
우리식구가 귀농을 안 했으면 그나마 아이들 소리조차 못 들을 상황이다.
올해 초등입학생 14명 중 우리 리에 딱 한명! 울 꼬맹이다.
중학 입학생 11명 중 우리 리에 있는 학생...  없다!
고등학교는 진작에 폐교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도 해마다 통폐합 설문지 조사를 한다.
무조건 반대를 하고 보지만...
대안이 없다.
 
아니.. 대안이 있으나 아무도 듣지를 않는다.
소귀에 경읽기다.
 
9명의 학생이 빠져나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고 딴에는 말려보려
학교에 제안?을 했지만  씨도 안 먹혔다.
다들 말로는 관심있어 하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학교에선 학교 법이 그렇다 발뺌하고
학부모는 그렇다면 나가겠다 한다. 그 법이란 것! 사람위해 있는 것 아닐까...
헌법도 잘못되면 고치는 판국에...
 
농촌에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와 학교문제이다.
학교문제 또한 따지고보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묵밭과 묵논이 늘어나는 것을 매일 눈으로 보면서...
학교가는 초등 아이가 우리 아이 둘 뿐인 것을 보면서...
 
이 마을이 앞으로 어찌될까...를 미리 땡겨 걱정한다.
저 산너머 마을 전체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남의일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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