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일을 제대로 해야지.

산골통신 2006. 3. 11. 08:34

너는 가만보면 멍해~

오며가며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뭘 갖고 가야 하는지~

뭘 가져다 놓고 정리정돈해야하는지 당췌 신경을 안 쓰드라~

그래갖고 우예 사노!

 

어제 쥐눈이콩을 다듬느라고 키를 가져다 까불고 놓아뒀는데

그걸 고마 봉당에 냅두고 딴일 보러 갔답니다.

콩도 그냥 둔 채로~ ㅎㅎㅎ

 

쌀도 깜부기랑 나락이랑 섞어있는거를 할매가 앉아서 고르고 계시길래

냅두고 딴디로 튀었더이만~~ 기어이 한소리 들었슴돠...

 

전 가끔 몸따로 맘따로 머리따로 놀 때가 많습니다.

방아를 찧고 난 다음 왕겨푸대를 으랏차~ 짊어지고 언덕 계단을 오를때면

저위 복숭아 나무 맹아리가 돋았나~ 자두 맹아리가 얼만치 나왔나~

길옆 쑥부쟁이잎을 달구새끼들이 얼매나 뜯어묵었나~

참나물 순이 제법 돋았던데 뜯어묵어도 될라나~~

머 요런 것만 눈에 들어오니...

 

왕겨푸대 옆에 있는 썩은 호박이랑 감자랑~ 소마구로 가지고 올라갈 것들이 눈에 들오냐구요~ ㅎㅎㅎ

쌀씻고 난 구정물도 콩깍지 담아놓은 것들도...

 

몸은 이곳으로 가는데...

맘은 천지사방을 헤멥니다.

머리는 그것 교통정리하느라~ 늘상 분주합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름더미에서 살아야 하는데...

딸기밭에도 거름기가 부족할 듯 하고

고추밭 고춧대궁 마저 정리하고 거름내다 깔아야 하고

감자 심을 밭에도 거름을 고랑고랑 퍼날라줘야 하는데...

 

자꾸자꾸~ 산과 들로 눈이 가고...

심어놓은 나무들한테 맘이 가고~

집안 구석구석 정리정돈 보다는...

바구니 옆에 꿰차고 뒷골밭으로 튀고 싶은...

 

저 위 산밑에는 야생초들이 엄청나게 돋아나고 있는데...

묵은 대궁들을 쳐줘야~ 갸들 숨좀 쉴 텐데...

머 이런 생각들만 나는데 우짭니껴...

 

할매는 그런 선녀가 여엉 못마땅하다 이겁니다.

니 농사질래 말래?

내는 이제 암것도 몬한다. 니 다 해라~

할래 말래?

 

올해는 논둑콩 심지말자~ 논둑 못 멘다.

올해는 뭣도 하지말자~ 힘들다.

 

고개를 주억주억~  그려요...  먹을거 지천인데... 무신 영화보자고

그리 많이 심어유~ 몸만 골먹고 뼈만 삭지...

 

작은놈이 어제 이런 말을 했어요.

이웃밭에서 일하는 할매가 너무 불쌍하다고요...

어찌 그리 일을 무지막지하게 하느냐고요~

젊은 사람들한테 일을 맡기지 그 몸을 끌고 일을 하느냐고요...

논을 다 밀어 과수원을 새로 만드는데 돌 골라내는 작업인가... 며칠을 하더라구요.

 

우리 조금만 농사짓자고요~

먹고 남은 것들 처분이야 어케어케 되겠쥬~

덜 먹고 덜 쓰고  머 그러쥬...

 

봄은 정신없이 들이닥치는데...

일도 따라서 뭉텅이로 몰아치는데...

맘은 아직도 철딱서니없는 봄처녀이니~ ㅋㅋㅋ

아... 정신차려야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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