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핑핑 돌아가는 산골살림살이

산골통신 2006. 3. 2. 18:36

오늘 새벽 여섯시부터 시작된 일과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눈발은 날리고~

새벽 댓바람부터 큰넘은 떠나보내야 하고~

운전실력은 허구헌날 거기서 거기인지라... 주구장창 헤매면서

시내 터미널까지 델다 주고 오는디...

왜 그리 눈은 오는겨...

 

눈이 차창을 막 때린다. 

눈이 쌓여 차선이 안 보이네... 앞차 바퀴자국따라 갈 수밖에...

온몸이 소름이 돋으면서 긴장 또 긴장을 하며... 차를 몰았다.

다행히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 눈발이 약해지더이

면에 접어드니  고마 여그는 눈이 안 오네그랴... 먼일이여...

길이 반짝반짝이네...

 

꼬맹이는 그 와중에 초등입학한다꼬 저혼자! 설치고 댕기고...

큰넘 중학입학땜시 꼬맹이의 역사적인? 초등입학은 그만 감동이 묻어져버렸다.

그래도 어쩌냐... 챙겨줘야지...

쭐레쭐레 꼬맹이 데불고 학교엘 가니~

썰렁하다. 역시나...

입학식이 열리는 보통 생각되는 학교분위기는 약에 쓸래도 없고~

거기다 을씨년스럽게 눈발은 날리고...

하나 둘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여들긴 하나~

다들 무덤덤한 표정...

그 흔한 꽃다발 카메라 하나 없는 산골 작은학교 입학식!

본교 입학생 열네명~ 분교 다섯명! 포함해서 열 아홉명이 다인 입학식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끝났다.

 

성의없는 입학식 준비?로... 학부모만 느낀것인가... 몰겠다...

일학년 교실에 책상의자가 모자라 미처 못 앉은 여섯명은 내내 서 있어야 했고

이름표라도 달아줬으면 좋았으련만...

누가 누군지~ 누가 왔고 누가 안 왔는지 담임선생님조차 헷갈리시네...

선생님들 업무가 가중되어 바쁘시면...

자리나 이름표정도는 학교운영위나 자모회에서 해도 되는데...

 

또 입학식날 하루 일정을 미리 학부모에게 안내해주면 좋았으련만~

급식을 하고 끝나는지 입학식만 하고 가는 것인지~

교실 수업참관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채로

우왕좌왕... 학부모들은 무리를 지어 경험자 뒤만 쫓아다녀야만 했다.

 

모르겠다... 왜 그런 부분만 유달리 눈에 띄어 맘이 아픈지...

 

부모들이 원하는 초등학교는 작은 인원의 장점을 살려 오붓하고 정겹게..

꾸려지는 그런 것인데... 너무나 큰 욕심인가...

 

그럭저럭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일이 태산이다.

쌀방아는 급히 찧어야 하겠고~

눈은 안 그치고~ 바람은 불어라~ 열풍이고...

이거야 원~ 기계를 돌릴 수가 있나 말씨...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고~ 더는 늦출 수 없는지라

바람을 등지고 방아기계를 돌려야 했다.

이번주 내로 도착이 되게 하려면 오늘 늦어도 부쳐야 하는데...

부랴부랴 찧어 담아 포장해서 트럭에 싣고 또 달렸다.

늦어도 토욜까지는 도착이 되도록 부탁 또 부탁을 하고 왔는데... 몰겠당...

 

아무래도 이런 일 접어야 겠다.  가심이 뛰어 못 살겠다.

약속을 어기고는 못 사는 성질머리에다가...

일정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맘이 불편하고 남한테 폐를 끼치고는 불안해 못 사는..

해서 착착 일이 진행이 되어야만 맘이 개운한 이 성질머리를 갖고 어찌 세상 사노 말이다...

 

부랴부랴 집엘 왔더이만 할매는 저어기~ 도랑가에

누가 얼은 호박을 버려놓았다고~  그거 가지러 가자고 성화...

외발 수레를 끌고 낑낑거리고 가파른 오르막 소마구까정 실어다 놓으니~

헥헥~  숨이 턱에 차다 못해~ 숨이 막힐라 한다~ ㅋㅋㅋ

소가 한 이틀은 먹겠다나... 마른 짚만 먹자니 소도 얼마나 고생이겠노... 이러신다~

 

왕겨푸대 두개 이고지고 소마구로 져다 날라놓고~

닭잡으러 가잔다.

헥헥~~ 뒤따라 산밑에 있는 닭집까지 올라가니...

전화는 왜그리 오는겨~~ 몬산다~

에고~ 닭은 이따 밤에 잡자구요~~ 핑핑 날라댕기는 닭은 못 잡아유...

갸들 밤되면 까막눈되니께... 그때 잡으러 다시 와요...

하고 냅다~ 도망쳤다.

 

소짚도 더 썰어놓아야 하고

사료도 더 져다부어놓아야 하고~

소똥도 한참 더 쳐내야 하고~

닭똥도 쳐내서 거름 맹글어야 하고~

이것저것 할일이 나만 쳐다본다.

 

할매는 이제 내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 라고 한숨만 쉬고 계신데...

이제 어쩔거나... 선녀 혼자!

 

이럴땐! 헐 수 없다!!!

내배째라~~~~ 라고 막가파로 나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