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직은 몸이 덜 풀렸나봐~

산골통신 2006. 2. 19. 23:03

외발 수레를 끌어다놓고

연탄재를 실어날랐다.

 

그동안 춥다고 무져놓은 것이 제법 되어서

마당꼬라지도 볼썽사납고  먼지도 날리고~

연탄 갈적에 이젠 놓아둘 데도 없고~ 으이...

 

두어 수레 논으로 실어다 나르고보이~

숨이 턱에 찬다.

에고~ 이걸 갖고 벌써 이러냐...

몸이 말이 아닐쎄~~

 

이런 몸갖고 먼 농사 시작하냐? 클나부렀다.

할매는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하라고 그러신다.

 

꼬맹이 부리나케 쪼차나오더이 지도 해보겠다고 두발 수레를 몰고 나온다.

조금만 실으란다. 무거워 못 한다나~

아롱이까정 데리고 나왔다~

흐미...그러고 먼일을 한다냐??? 놀러 나왔니?

 

그 와중에 작은넘까지 해보겠다고 나오네~

그려~ 니들도 한번 해봐라~

 

논까지 가는 길이 내리막이다.

마을 집들은 중간쯤에 있고~

논들은 마을 밑~ 냇가쪽으로 있고

밭들은 마을 위 산쪽으로 붙어있다.

그러니 농사일할 때면 오르락 내리락~ 억수로 해야한다~

 

논에 가보이 첨엔 얼음이 그대로 있더이만~

차츰 해가 올라오면서 녹아 질척질척~ 미끄럽기 그지없다.

수레가 덜컹거리면서 자빠질듯~ 휘청휘청 가는 건 그런대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데

이거야 원~ 발이 미끄러워 내가 자빠질까 겁난다.

 

마지막 연탄 내버릴때 보이 얼음은 완전히 녹아 물이 컹~ 하드라.

 

꼬맹이 연탄 대여섯 개씩만 싣고 가는데

그것도 무겁고 힘들다고 두어번 해보더이 그만둔다.

해서 나머진 작은넘이 마저 했다.

 

물건너 이웃 마을에 혼사가 있었는지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다녀오는 듯 싶고~

저녁참까지 풍물이 울리는 걸 봐서~ 그 집 마당에서

풍물치며 한바탕 놀았던 가 보드라... 옛날처럼...

 

내 어릴 적 기억에 결혼이든 회갑이든 깽메기치며 노는 모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안 하던 일을 모처럼 해서인가~

아니면 아직 몸이 안 풀려 그런가~

고단해서 좀 쉬었다.

 

저녁참에 마당에서 말썽 일구는 달구새끼들 저위 산밑 닭집으로 올려보냈다.

큰넘 작은넘 다 나오게 해서

자루에 닭들을 붙잡아 담아 짊어지고 가게 했다.

 

닭들이 질식해서 죽으면 안 되니까 언넝 뛰가라고 일렀다.

깜깜한 밤에 산밑 까지 가는 일은 익숙한 사람은 아무일도 아니지만

첨 하는 사람은~ 억수로 겁난다~ ㅋㅋㅋ 전설의 고향 찍는당께라...

 

넓고 넓은 닭집에 닭들을 풀어놓으니 죽겠다고 난리를 친다.

이놈둘아~ 여그 니들 살 집이여~ 딴디 갈 생각말고 여그서 살어!!!

 

마당 닭집엔 이제 봄에 이뿐 병아리 깔꺼여~

니들은 이제 너무 커서 안 이뿌고 시끄러워~ 새벽마다 왜 그리 소리를 지른댜...

이웃들 잠 깨우기 딱 좋다 말이다...

 

내일은 거름 좀 헤집어 봐야겠다.

고추밭 좀 손질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