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동제

산골통신 2006. 2. 4. 19:59

대략~  두문불출~

집구석에 쳐박혀있다가

가끔 발동이 걸려 산에 갔다가~

냇가길 밭두렁 논두렁 헤집고댕기다가~

 

하루에 한번씩 산과 마을을 한바퀴~ 도는 나무꾼과 아롱이는

몸살도 안 나는지 모르겠다.

뒷산을 너머 산아래 이웃 마을에 갔다가 비잉~ 둘러 딴 마을로 해서~

다시 울 마을로 들어오는 코스는

말로 해서 쉽지~ 꽤 먼 거리다.

전에 얼라들과 함께 갔다가 두번다시 안 가는 코스인디...

 

선녀는 걍~ 뒷산 언저리만 돌아댕기며 냄새만 맡고 댕기는디...

오늘도 그냥~

이리저리 푹푹 파묻히는 풀섶과 낙옆더미와

가시덤불 헤치며 찔려가며~ 워메 징한거!

새소리만 잔뜩 듣고 왔다.

 

온갖 잡목이 우거진 <터>가 외롭게 남아있다.

나무꾼과 선녀는 그 <터>에다가 먼가를 지어볼라꼬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다.

온갖 풀과 딸기가시나무 찔레꽃덤불 참나무 들에~

소나무까지 싹이 터서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이제는 밭이 아니라 야산으로 변한지 몇년...

 

그 <터>에 우리는 무슨 희망을 가지는 걸까...

 

올해부터 그 <터> 일부에 야생초를 옮겨심을거다.

포크레인이 들어가면 일순간에 뒤집어 엎어 깔끔한 밭을 맹글겠지만

삽과 호미만 들고 조금씩 해볼란다.

 

독도할미꽃님이 주신 야생초들은

산밑밭에서 산마늘만 빼고 무지막지하게 번식이 되어 자라고 있다.

갸들 뜯어말리지 않으면 발 디딜틈도 없이 번질 거 같은데~

그러기 전에 뜯어말려~ 이사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이제 감나무들이 커야 하니까...

비워줘야지.

 

아~ 동제이야기 하다가 딴디로 샜다.

 

어제그제 동제를 지냈단다.

우리도 이젠 마을사람으로 쳐주는가...

호주 한 사람씩 와서 제물 받아가란다.

 

마을 사람 다 모여봤자~ 마루 하나 가득이 안 된다.

명절날 대식구 모인 정도나 될까나...

 

두부넣고 맛있게 끓인 동태국과

백설기 대추 밤 북어포에

음복 한잔 했다.

 

제주랑 만나면 마주 큰절 해야한다고 할매가 일렀는데

오라비뻘되는 제주는 그냥 악수만 하고 말자고 웃으며 말한다.

 

노는데는 재주가 약에 쓸래도 없는 멋적은 선녀는

한참있다가 점심까지만 묵고 걍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얼라들 밥준다는 핑게로~

집에 와보이 얼라들 라면끓여묵고 있넹~ 으으...

 

이웃 산너머 산골 마을 여기저기~ 동제 지낸다고 금줄을 쳐놓은 곳이 몇마을 보이드라...

 

동제에 모여서 마을의 이런저런 대소사를 의논하나보더라.

올해 주제는 장례식 문제?

 

상여꾼들이 없어 애를 먹고 있고~

또 일손부족으로 집에서 초상을 치르게 되면 다들 애만 묵고 힘만 들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번거롭고...

 

요새 장례식장이 농촌 여기저기에 막 생겨난다.

수요가 있으니 장사가 잘 되나보드라...

 

그래서 대처로 다 뜨고 식구가 없는 집에서는 그짝에 가서 할 모냥이드라...

그럴 경우 그간 잘 운영이 되어왔던 마을단위 상포계가 의미가 없어지며...

그럴 경우 어찌 대처해야 하는가를 의논하는 것 같드라...

 

하아~ 우리도 어찌해야하나..

올해 할배 연세 여든다섯이시다...

산골마을 최고참 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