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마구 물이 땡땡 얼었다.
열선을 감아놓자고 해도 할매 말을 안 들으신다.
까짓 양동이로 퍼다주면 된단다.
갸들이 얼매나 묵는다고 비싼 전기를 쓰느냐고 그러신다.
사실 농촌전기도 심야전기도 쓰다보면 혀빼물게 비싸다.
겨울에 밥묵고 운동할꺼리가 있냐~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여야지~~
그러시는데 무신 말을 더 할 수 있겄소... 걍 묵묵...
달구집 물도 땡땡 얼었다.
갸들은 추우면 안 되니께 비닐로 겹으로 쳐주고 보온을 단디 해줬다.
그래도 가끔 문쪽 물이 언다.
뒷골밭 달구집은 문을 안 열어줬다.
눈도 퍼붓고 날도 춥고 바람은 집하나 떠메갈 정도로 불어제끼니
이거야 원~
이노무 소가 새끼낳을 날이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낳을 기미가 없다.
할매는 이 추운날 안 낳아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그러신다.
짚을 수북이 어미소옆에 깔아줬다.
바가지로 소물통 얼음을 깨주다가 바가지 깰 뻔했다.
다음엔 돌덩이를 가져다 깨야지~
저녁에 헛간에 갈무리해둔 무시레기 삶아무려고 꺼내고
무구덩이에서 무를 댓개 꺼내려다 무 구덩이에 빠져서
신발 잃어버릴 뻔 했다. 에구~
내 신발 돌리도~~
종종걸음으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할매도 바쁘시고~ 선녀도 나름대로 바뿌다?!
아침이면 가마솥에 물을 끓여 소한테 양동이로 퍼다 나르고
그 불땐 아랫목에 청국장 띄우고... 냄새 죽여준다~ 크으...
집엘 들어오니 한참 솥안에서 시레기 삶기는 냄새~
이 냄새도 좋다하는 사람은 좋다카는데...
안 좋다하는 사람은 소죽끓이는 냄새라 카드라~ ㅋㅋㅋ
선녀한테는 이 냄새가 겨울냄새로 각인되어져있다.
아침저녁으로 연탄불 돌보고~
군불 한 부엌 때고
소랑 닭이랑 물 퍼다 날라주고~
이런저런 일 하다보면 집을 몇 바퀴 도는지 모르겠다.
언덕위에 있는 소마구를 몇번 오르내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할매말씸이~ 머하니라꼬 그랬는지 모르나 한 스무번은 더 오르내리셨단다.
겨울이라고 방구석에 들앉아 놀았다간 키우는 짐승들 다 굶기기 딱 알맞단다.
저녁에 시레기 삶아 쫑쫑썰어넣고
된장 두어 숫갈 풀고
파 양파 썰고 마늘다져넣고 고춧가루 한숫갈 풀고
다시마 멸치 다싯물에 자작하게~ 끓여서...
들기름 한방울 띧기고~
흠... 이 냄새도 죽여주누만...
모과차 뜨끈하게 한잔~
오붓하게 둘러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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