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황소바람 들이치는 집에...

산골통신 2005. 11. 16. 21:31

여름엔 그지없이 시원하고 좋기만 하던 바람이...

겨울 들어서면서부터 봄까지

왜 그리 웬수가 되어버리는지 원...

 

가을이 지나가버렸다.

겨울.. 입동이란 단어가 달력 숫자보다도 더 크게 눈안에 그득 들어온다.

절로 창문에 눈이 간다.

 

저 창문들에 또 비닐장막을 쳐야겠지...

그래야 올 겨울도 무사히 안 얼어죽고 나겠지...

해야해... 언제 하지?

어서 해야하는데...

 

서향집이라 햇살도 장난이 아니지만

저 아래 냇가에서부터 밀어올려쳐오는 바람도 대단하다.

 

아무리 더운 여름 한낮이라도 바람부는 골목에 서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카이~ 그 바람골이 바로 웃채와 아랫채 사이 좁은 구석이다.

 

그 바람을 다 맞고 서 있는 집이 바로 웃채다.

창문도 오지게 많아요~

들락거리는 문짝도 세개나 되어요~

 

오늘 드뎌 나무꾼과 선녀는 일을 내기로 했다.

할매는 콩타작해야하고 메밀타작해야한다고 그 전날 저녁부터 야단야단하셨지만도!

완전 묵살해버리고~(혼나야 혀..)

 

마루 전면 창문과 마루문을 비닐하우스 덮는 두꺼운 비닐을 이중으로 겹쳐 둘러쳤다.

청색테프로 붙이고 나사까지 돌려박아 요지부동 안 떨어져나가게 단디 했다.

 

얼라들 방 창문도 똑같이 둘러쳐줬다.

우와~ 저 바람봐라~ 꼭 풍선불어지듯이 비닐을 고정시키고 있는 와중에도

비닐이 부웅~ 뜰 정도다.

이러이... 얼라들이 이 속에서 잤다는 말여...

"에구 불쌍한 울 얼라들..."   혀를 끌끌차는 어미선녀말에...

이 매정한 에비나무꾼 하는 말쌈보소!

"갸들이 불쌍해???  이불 다 걷어차고 창문까지 열어놓고 자는 얼라들????"

흐흐흐~ 실은 그렇다...   고마... 하하~ 웃었다.

 

그래도 이런 바람속에 얼라들 겨울내내 둘 순 없으~~ 언넝 하자구우...

 

자아 이제 문제의 바람은 막았소! 그럼 저 눈부신 햇빛은 어찌 막을건데...

비닐을 쳐놓았으니 더 환하고 눈부시네 으아... 눈을 못 뜨것어...

 

전엔 이불 호청을 가져다가 대충 나무막대에 꿰맞춰 달아놓았더랬는데...

그 이불 호청은 본연의 임무로 돌려보냈고~ ㅎㅎㅎ

결국은 거금을 들이기로 결정~ 나무꾼을 멀리 커텐집으로 보냈다.

하는 김에 확실히 월동준비 하자구요...

 

오래된 옛날 집에 사는지라 집을 새로 짓는거이 낫지

수리하는 비용이 해마다 들어~ 이거이 잘 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

 

이리저리 편하게 내입맛에 맞게 고쳐가며 사는 재미도 만만치 않지만~

쏠쏠하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않다 이거여...

 

내년 봄이 오면 다시 걷어낼 비닐장막이지만

그래도 단디 쳤다.

그러노라고 하루를 다 보내버렸다.

 

그러노라고 흰콩 선풍기앞에 날리는 일은 할매 혼자 다 하셔야했고

메밀타작도 할매 혼자 다 하셔야 했다.

고작 우리가 한 일은 푸대에 담아놓으신 흰콩과 메밀푸대들을

창고로 옮기는 거...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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