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감자놓기~

산골통신 2025. 3. 11. 17:47

이곳에서는 감자 심는 걸 ’감자 놓는다‘ 라고  표현한다.
산골 이웃들 오늘 집집이 모여 품앗이로 감자놓더라.
한 대여섯 집 모여서 하는데 남정네가 있는 집은 딱 한 집 뿐…
다 70~80넘은 할매들이다.
큰집 작은집 사돈댁 등등 다 뭐 그런 사이들이다.
산녀도 그 품앗이에 끼어서 감자 놓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농사량이 적어서 우리 일 조금 하자고 밭이 큰 몇집일을 돌아가며 하기는 너무 버거웠다. 그래 처음부터 안 끼었다.
그리고 그 품앗이에 끼는 아지매 할매들은 농기계와 남정네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니 천상 단 하나 있는 그 남정네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 셈이다. 그래서 그 남정네 아파서 병원이라도 가는 날이면 큰일난다.

어느해 그 남정네가 속이 안 좋아 병원에 장기입원했을때 그해 모내기를 몇집이 못할 뻔 했더란다. 볍씨 파종을 못해서 모를 못 키우는 바람에 육묘상에서 모를 사서 해야했다는 말을 들었다.

요샌 밭농사도 최소한 관리기라도 있어야 한다. 산녀야 뭐 수틀리면 무경운농법이라고 무대뽀로 해치우지마는~
관리기나 트렉터 없이는 농사 못짓는다고 봐야한다.

산녀는 일손 생긴 김에 거름내고 밭갈고 어쩌고 저쩌고 후다닥 해치우느라고 며칠을 바빴는데
오늘 트렉터가 단 30여 분 만에 두 집 밭 네 군데 갈고 고랑따놓더라~
거기에 할매들 대여섯이 덤벼들어 비닐 씌우고 구멍 뚫고 감자 넣고 흙 덮으니 이건 뭐 번갯불에 콩을 볶은듯 후딱 해치운 그런 느낌…
그때 산녀는 상추 모종 한다고 텃밭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는데 다 심고 둘러보니 다 심고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더라는…
한시간 더 걸렸나?! 2시간은 안 걸린듯…
세상에… 그러고는 다음 집 감자 놓으러 다들 고개 넘어갔다.
그렇게 대여섯 집 감자 심기는 한나절 만에 다 끝난듯 하더라. 다들 척척 프로들이다.
기계가 일을 다 하고 사람은 그저 뒷마무리만 한다. 그냥 트렉터가 일하는 걸 멍하니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만 봤다… 내 언제고 트렉터랑 골따는 휴립기는 하나 사고 말기야!!!

산녀는 지난 주말에 장정들 일손 생긴 김에 밭 로타리쳐서 비닐 씌워놨는데 감자는 천천히 춘분이나 되어서 심을까나… 그리 여유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에라~ 우리도 심자 까이꺼~
감자 박스 꺼내서 자잘한 건 그냥 심고 큰 건 반 또개서 아궁이 재에 둘둘 굴려 묻혀 심었다.
씨감자를 안 사고 작년 감자를 그냥 묻었는데 수확량이 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감자를 그리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
총 7고랑 반이다.

텃밭에 상추 모종 두 판 심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추위에 강한 애들이라 잘 살을거다. 작년 늦가을에 파종한 상추들은 반타작이 났지만 그래도 먹을 건 나왔다.

미숙냥이가 처음으로 텃밭에 놀러나왔다.
저대로 성장이 멈추고 안 자라면 보는 사람이야 귀엽겠지만 야생에서 잘 살까 걱정이다.
호미질에 흙덩이가 튀어나가니 그거갖고 놀고 있다.

도시장정들은 한데 아궁이에 가마솥 솥뚜껑 걸어주고 장작불 피워주면 자알 논다.
솥뚜껑에 라면을 끓여줬더니 맛있다고 다들 난리난리~ 그 다음날 아침에도 끓여묵더라마는~ 그리 맛있나?! 내는 아침엔 라면 안 먹히던뎅…

이번에 묵은 나무 둥치들을 모조리 장작으로 패줘서 아낌없이 때라고 허락해줬다.
아마 밤 늦게까지 모닥불 놀이에 심취했을끼라…
산녀는 초저녁에 피신~ 이젠 같이 놀다간 다음날 일 못한다구…

나른하고 고단한 봄날이다.
어느새 또 이리 되었다.
꽃샘추위가 한두 번은 올테지만 그래봤자다.
사방 천지에 일이다.
이게 봄인걸~ 우짜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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