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과 아기~

산골통신 2025. 3. 8. 17:04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가 아니라
봄은 아기다.

봄냉이를 캐다 냉이된장국 끓이고

쪽파 뽑아다 무치고

봄동 뽑아다 겉절이하고

도토리묵 한 솥 쑤어내고 달걀 후라이 좀 해서 대충 그냥 되는대로 아침밥~

점심엔 상추 뜯고 수육 좀 해서 먹고~
이따 저녁엔 마당에 불 피워 솥뚜껑삼겹살이나 해묵을꺼나~
몇집 식구들이 모인 김에 왁자하게 해먹을 판이 벌어졌다.
지난 겨울 서너 번의 폭설에 우지끈 부러진 소나무들과 삭정이들 실어다가 모닥불 한바탕~

아기는 하루죙일 할아버지 품에서 놀았다.
배고플 때와 자고 싶을때만 살짝 투정을 부리는 아주아주 순하디 순한 아기다.
엄마는 삼남매를 키운 고수 중의 고수라면서 엄마한테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다들 믿거라 하는 모양인데…

저놈 봐주면서 든 생각은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손모가지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거…
제법 묵직해진 손주녀석은 이미 등짝센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할아버지의 품에서 안 떠날 작정이더라…
눈치는 안 보지만 눈치는 빤한~ ㅋ

봄햇살 따사로운 마당에 손주와 할아버지가 나와 앉아 해바라기 하는 모습은 참 평화 그 자체였네…
아이를 낳으면 모두 자기네들이 자라던 그 방식으로 키우고 싶은 아이들 삼남매…
모두 이 산골로 데려다놓겠다는데…
그저 허허 웃을 뿐…

너구리가 찾아왔다.
아마도 들냥이들 밥 냄새를 맡고 온 모양인데 늘 봉덕이랑 대치하다가 쫓겨가더라…
조기 구석에 숨어서 눈치만 보다 갔다.
저 건너 대숲으로 도망가는 걸 봐서는 거기서 사는듯~
요새 너구리들이 늘었다.
간간이 산에 갔을때만 봤지 마을까지 온 적은 없었는데… 산에 먹을게 없나?!

도시장정들이 온 김에 장작이나 패주고 가라 했다.
유압도끼를 꺼내주고 이거 저거 다 패라고~
시방 신나게 쪼개고 있다.
내일은 고추밭 두 군데 거름 내고 로타리 쳐달라 해야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손 생긴 김에 밀린 일 확 해치워야하는겨!!!
밭 거름 내고 로타리만 쳐주면 나머지 일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덕이랑 숲멍~  (14) 2025.03.12
감자놓기~  (16) 2025.03.11
이제 슬슬 나오는~  (16) 2025.03.07
미리미리 꽃나무 캐옮기기~  (13) 2025.03.06
봉덕이와 삼숙이(사진왕창)  (12)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