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꽃 나누기~

산골통신 2024. 7. 13. 09:25

며칠전 전화가 왔다.
울집앞을 지나가다 꽃이 많길래 너무 이뻐서 한참 봤다고
좀 나눠달라고 하시네!

그래서 언제라도 와서 갖고가고 싶은것들 가져가시라고 했지…

오늘 오셨다.

큰꿩의비름 한 포기
소국 세 포기
타래붓꽃 두 포기
맥문동 두 무더기
샤스타데이지꽃 씨앗 두 줌
부레옥잠 한 무더기

제라늄이랑 수국이랑도 드리고 싶었으나 노지월동이 안되는 얼띠기라 못 가져가셨다.
화분에는 못 키운다고 지레 두 손을 드시네…
그냥 맨땅에 심어 잘 자라는 애들이라야 좋다고!!!
ㅎㅎ 저도 그래요~

이 산골마을에서 산녀를 가장 잘 챙겨주시고 이뻐라 해주시는 아지매시다.
생전 울 엄니 말씀하시길…
이 마을에서 가장 인성이 좋고 사람 됨됨이 반듯하고 본받을 만한 이는 한 집 뿐이다! 라고…
바로 그 집 아지매시다.

꽃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 집안팍으로 꽃이 심어져있는 울집을 지나가다 너무 좋으셨던가벼…
그리고 올봄에 상당 샤스타데이지꽃길을 보시고 홀딱 반하셔서리~
꼭 그 씨앗 좀 받아달라고 하셨거등~
내년 봄에 샤스타데이지 몇 무더기 파서 갖다 드려야겠다! 꽃 많이 빠르게 보려면 그게 가장 좋다.
종종 이쁜 꽃들 생기면 챙겨드려야겠다.
……………………………………………………

요즘 멍때리기와 유튜브 강의시청과 책읽기로 시간을 대량 소비?! 하고 있다.
말그대로 시간죽이기 시간흘려보내기 중이다.
일 못하는 장마철엔 어쩔 수 없다.

세계사에 유별난 관심을 갖고있는지라 세계지도를 탁자에 펼쳐놓고 비루빡에 대서양이 중앙으로 된 이따만한 세계전도를 붙여놓고 지구본을 빙빙 휙휙 돌려가며~ 책을 뒤적인다.

중앙아시아사
팔레스타인 100년전쟁
세계사편력
통섭
숙론
문학이 차린 밥상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등등이다.

덕분에 그동안 원래 거의 장식용이었던 티비는 유튜브전용이 되어버렸고
컴과 폰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 전락…

봉덕이는 가끔 가는 산책으로 입이 댓발이 나와있고
마당냥이 다섯마리는 어쩌다 와서 밥 먹고 사라진다.
마당을 점령한 들냥이들 여섯마리가 참 볼만하다…
기어이 마당을 차지하네!
땅콩 두쪽 달려있는 놈들이 네 마리 아마도 두 마리가 암컷인듯한데 어디선가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지 싶다…
보면 볼수록 쟈들 할배 똘망이를 닮아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

닭집 식구를 줄여놓은 순돌이네 내외가 아직도 전전긍긍 산녀만 보면 어쩔줄 몰라하신다.
어제는 돼지고기 한보따리를 낑낑거리고 들고오셔서 주고 가신다. 곧 초복인데 이거라도 나눠드시라고…
아이구… 이제 그만하시라고 괜찮다고 아무리 그래도 멈출 생각이 없으신듯!
아마도 그 당시 단호하게 개 묶어두라는 말 외엔 아무 피해보상도 요구하지 않은 산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의 표시겠다.

그때 죽은 닭 여덟마리 중 세 마리는 우리 먹고 다섯마리는 나무꾼이 일터로 가져가서 여기저기 나눠줬다.
그중 세마리는 누가 사겠다고 했다는데 나무꾼이 어디 팔 사람이여? 두루 인심쓰고 허허 웃을 사람이지!

나중에 말복즈음해서 장닭들 좀 잡아서 순돌이네에 한 마리 금동할매네 한 마리 드시라고 드려야겠다.
개시키들 덕분에 그나마 간간이 드리던 달걀이 귀해져서 못 드리고 있었다.

문제의 그 개시키들 중 한 마리가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단다. 순돌이가 데리고 온 여친인데 유기견인지 아닌지 알수 없는채로 순돌이네가 어쩔 수 없이 봐주고 있다가 그 사단이 난건데…
새끼까지 낳으니 어째… 유기견센터에 연락해서 새끼들이 젖떼면 다 데려다주기로 했단다.

그러고보니 그 사단이 났을때 산녀가 몽둥이로 두 번이나 후드려팼었는데…
새끼 가진줄 내 알았나!!! 그렇다고 우리 닭들 물어죽인게 용서가 되는건 아니지!!!
그놈시키 산녀만 보면 으르렁댄다!
그러면 나도 같이 몽둥이 휘두르며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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