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선택과 집중~

산골통신 2024. 5. 1. 08:58

선택과 집중~ 잘 못하는 일 중 하나다.
산녀 눈에는 그저 나물이고 꽃이고 그다지 갈구치지 않으면 냅두는 게 풀이라…
마당이고 밭이고 간에 좋게 말하면 자연스럽고 안 좋게 말하면 풀투성이인 무질서한 상황이다.

그걸 어제 반성이란걸 쪼매 하고 호미를 들었다.
꽃은 꽃이고 나물은 나물이고 풀은 풀이다!
적재적소에 살 곳을 정해줘야 한다.
꽃밭이라 경계를 지은 곳에 쳐들어온 풀들은 그게 설사 나물일지언정 가차없이 뽑아버리거나 옮겨주었고~
번식력이 좋아 마구 터잡고 뒤섞여 사는 애들도  적당히 무리를 지어주고 뽑을 건 뽑아버렸다.
서너 시간 마당에서 살았더니 그럭저럭 꽃밭과 마당이 구분이 되어지더라!
그동안은 꽃밭인지 마당인지 당췌 구분이 안되었던지라 정신사나웠었거든…

아침나절엔 고추밭에 말목 좀 때려박아주고 옥수수 씨앗 좀 2차 파종하고~
그러고나니 금새 점심때더라.
도시 일꾼 하나가 놀러왔다가 일손에 당첨되어 일만 하다갔다.
그게 참 미안시러워서 저녁에 숯불 피워 고기궈주고 모닥불도 피워줬다.
미나리와 곰취랑 이런저런 풀떼기 밥상도 차려주고~
이제 산나물철이 지나면 먹을 수가 없으니 마이 묵으라 했지.

봉덕이 데리고 산에 갔다가 금새 한주먹 뜯은 취나물이다.  뭐 다른 산나물들도 있을거인데 알아보는 눈이 없는 까막눈인지라 이걸로 만족한다.

텃밭에서 아스파라거스가 저만치 매일매일 나온다. 아이들이 서로 가져가고 먹어치운다. 그래서 매일매일 저금하듯 모아둬야한다구~ 아무래도 두어 판 더 심어야겠는데 파종한지가 언젠데 감감무소식이여… 얘는 좀 느린가보네…
뭘 키우려면 인내심이 강해야한다.

조선호박도 감감무소식인데 애호박은 왕창 났고~ 우린 애호박보다는 호박잎이 더 필요한데 애호박잎도 먹을 수 있겠지?! 어따가 물어봐야하나~

노각오이랑 수세미랑 여주가 싹이 안 텄다. 기다리다못해 다시한번 묻어놨는데 나것지?! 나야할거야 ㅎ
해마다 봄이면 씨앗들이랑 인내심 줄다리기를 한다.
풀씨들은 나지 말라고 해도 우후죽순 돋아나고 애써 심고 기다리는 작물들은 세상느려터지거나 안 나거나 그런다.
그래서 2차 파종을 일제히 해놨다.

새벽에 이슬비가 좀 내린듯하다. 땅이 젖어있어서 어제이어 마당 풀뽑기는 난감하고 푸성귀밭에  수두룩뻑뻑 올라온 잡초나 하나하나 걷어내야지.

닭집에 물 주다가 물그릇을 들어보니 왕지네 한 마리 들앉아있어!
엄마야~ 놀래라…
그놈을 냅다 닭들 쪽으로 던져주니 한 놈이 쪼아보다가 가버리네?! 그거 니들한테 좋은거야~ 묵어!!!
저노무 닭대가리들 관심없네! 지네야 너 운 좋구나!
집에서 발견되었으면 주금인데!

자는 방에서 지네한테 머리를 몇 방 물린 나무꾼이 지네만 보면 잡아족친다.
근데 언제부터인지 고질병인 두통이 사라졌다고… 이게 지네한테 머리를 물린 덕인지 모르겠다고 갸웃갸웃~
지네독 효능을 검색해보니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더 물리기도 그렇잖아 ㅎㅎㅎ
산골 오래된 집엔 지네도 같이 산다.
아무리 지네 퇴치제를 뿌리고 어쩌고 해도 어디서 들어오는지 기맥히게 들락거린다.
이젠 봐도 덤덤하다. 냅다 잡아서 죽이거나 내다버릴뿐…

암탉 여섯 마리가 서로 알을 품겠다고 알둥지에 그득 들어앉아있더라.
저녁마다 꺼내 집어던져버리는데 이 산녀와의 기싸움에서 이기는 놈만 알을 품을 수 있다!!!
며칠전 저녁에 병아리육아실 알둥지에 알 12개를 두고 암탉 한 마리씩 넣어줘봤는데 냅다 날라서 튀어나가버리고 한 놈이 남아있더라.
그래서 그놈 당첨!!!
육아실이 한칸 밖에 없어서 한놈만 품게 해준다. 두 마리를 품게 하고 같이 알까고 키워라 했더니 서로 못 두고보고 싸워대는데 징하다 정말…
딱 21일만에 병아리가 깨어날거다! 알 품는 기간동안 엄마닭은 물도 모이도 최소한만 먹고 알온도습도를 맞춰서 품는다. 인내심이 강하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사람 손이 가까이 왔다고 냅다 튀어나가는 닭은 알을 못 깐다! 사람 손을 쪼아대가며 사생결단 알을 보호하는 엄마닭만 끝까지 알을 깐다.

마당냥이들은 목련나무 아래 개집에서 모여 산다.
들냥이들은 산녀랑 봉덕이 눈치 봐가며 마당을 들락거린다. 비닐하우스는 노상 산녀가 들락거리며 물을 뿌려대니 밤에만 이용하는갑더라~
제발 새끼들만 데리고 오덜말어~ 니들까진 괜찮지만 니들 새끼들까진 감당못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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