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골마을 가운데 아주 아주 오래된 큰 우물이 하나 있는데 마을 공동우물터였더랬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집집마다 개인 지하수관정을 파면서 이 우물은 잊혀졌고 방치되었다.
그 우물 한참 바로 밑에 우리 논이 있는데 이 우물 물길이 논을 관통하는듯하더라. 항시 논에 물이 그득하여 수년 전에는 물막이 공사를 한 적도 있었다. 도랑으로 물 내려오는 소리가 콸콸 날 정도로 수량이 많다.
이 물로 그 아랫논 그 아래 아랫논까지 벼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였다나…
그 도랑에 미나리가 언제적부터인가 자라고 있었다. 미꾸라지도 많고~ 막힌 도랑 칠 때 삽질 한 번에 미꾸라지가 쭉쭉 빠져나가는 걸 볼 수가 있었지.
해마다 모내기철 앞두고 논둑 보수하고 논 삶기 전에 미나리를 벤다.
도시장정들이 미나리를 베러 온다.
이건 뭐 미나리를 따로 재배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냅둘 뿐인데 논도랑에 그득그득이다.
천연 미나리꽝이다!
베고 베고 또 베었는데도 저만치 남아있다.
이웃 논들은 다 뽀송뽀송한데 우리 논만 저리 질퍽이다! 물막이 공사를 한 번 더 해야할지 말지 그건 추후 논의를 해봐야겠다.
어제그제 연속 미나리를 베어 날랐는데도 아직 반정도 남아있다. 그건 나무꾼 일터로 매주 가져갈거란다~
마을 이웃들이 간간이 베어가겠노라고 말을 하고 조금씩 베어가더라. 그래서 가져간다는 말만 하고 원하는 만치 가져가라 했다. 적어도 누가 베어가는 지는 알아야하잖유…
요즘 미나리로 온동네 잔치를 한다. 도시장정들도 두어 구루마씩 베어갔고~
그동안엔 다들 베어도 아직 어려 베기가 좀 그래서 미뤘는데 어제그제 나무꾼이 운반차 그득 베어갖고 왔더라.
아래 다섯 바구니는 나무꾼 일터로 갈거다.
이 바구니들은 도시로 갈거고~
미리미리 구분해서 담아놔야한다. 그래야 안 헷갈리지~
나무꾼 일터로 가져갈 것들 따로 빼고 여기저기 나눌 것들을 다듬어 담아놨다.
다듬을 군사가 많은 곳에는 그냥 담아주고 도시로 갈 미나리들은 1차 다듬어야 한다.
도시에선 음식물 쓰레기도 다 종량제라 돈 내고 버린댜~
비가 오는듯 안 오는듯 그렇게 내리는 날이다.
어제 고구마순 두 단 심었다.
잘 살아붙겠네!
주말 일꾼인 나무꾼은 일만 하다 간다.
금화규 심을 밭 장만도 해야하고 고구마밭도 장만해야하니 쉴 틈이 없다.
관리기로 갈다보니 이 연약한?! 나무꾼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아파도 아프단 소리 안 하고 마치 소처럼 묵묵히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이 나무꾼이다.
그래서 일을 시키기가 그렇다. 좀 적당히 하라고 말리는 지경이다.
도시 일꾼 하나가 쉬러 왔다가 일손 당첨~
거름내고 금화규 밭고랑 만들어주고 갔다.
입이 짧아 잘 안 먹는 사람이 우리집만 오면 밥 두 그릇 먹고 간다.
두유를 만들어줬더니 두 컵이나 마시고~
쌀국수를 해줬더니 더 없냐고 더 달란다…
고기도 안 먹고 채식만 하던 사람이 울집에 오면 고기도 잘 묵더라~
고구마를 두 단 심기는 했는데 우린 고구마 잘 안 먹는다. 대신 고구마 줄기를 엄청나게 잘 먹는다. 나무꾼 일터에도 매주 덩굴을 걷어다 보낸다. 작년에 엄청 잘 먹었다고 올해도 고구마줄기 농사를 지어보잔다!
세 고랑 만들어 두 단 심었다. 남은 세 고랑엔 고사리 종근을 심었다. 하동에서 구해왔다는데 그 고사리 반찬 만들어 먹으니 참 맛있더라!
잘 키워서 해마다 봄이면 고사리도 뜯어야지!
뜯을 산나물이 하나 더 늘었다.
모란꽃이 너무너무 이뻐서 여러 장 찍었다!
어쩌면 이리 화사하고 멋질까?! 오며가며 눈 호강이다!
오늘은 아이가 가져온 꽃씨들을 뿌리고 나면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