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상사화의 수난사~

산골통신 2024. 4. 3. 22:57

이번 상당 축대 보수공사를 하면서 가장 수난을 겪었던 아이는 축대 밑에서 살고 있었던 상사화와 국화였다.
상사화는 흙에 파묻혔어도 이듬해 봄에 돌 틈에서 싹을 틔워 대부분을 살릴 수 있었으나
국화는 그대로 흙무더기에 파묻혀 이듬해 봄에 새싹을 못 올리더라…

공사중~
농막과 아미타부처상 사이 돌축대 밑으로 물이 스며들어 돌과 흙무더기가 쓸려내려앉은 거다.
그걸 다시 돌 한 차 더 실어와서 좋게 쌓았다.
부처상 뒤로 둥글게 해자를 파서 물길을 돌려잡아냈다. 오른편으로 도랑하나가 절로 생겨부렀다네~
저 아미타부처상도 여기로 오게된 사연이 기막히지… 15년간 비바람 맞으며 버려져 있다가 그냥 갖고 가라는 바람에 덥석 갖고온…

다 쌓아진 축대를 보러 갔다가 사흘전 파내놓은 상사화 한 구루마와 꽃댕강 작약 아이리스들을 얼른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호미를 들었다.

축대 저쪽 끝에 물이 살짝 째어나오는 곳이 있어 그곳엔 아이리스 다섯 무더기를 심어줬다.
얘들은 물을 좋아하니까 잘 살겨.

저짝 끝에서 이짝 끝까지는 상사화를 일렬로 좌라락 묻었다. 저 모종들이 다 들어가네…
심는데 마을 갑장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땅파고 심어줬다. 이 친구가 매일 저녁 식전에 산책을 하는데 여기 상당에 와서 앉아있으면 너무 좋다고 자주 오게 된단다.
꽃이랑 나무랑 많이 심어놔서 구경하는 재미도 좋고 또 그때는 매화가 만발해서 너무 보기 좋았단다.
근 사천여 평 되니까 오르락내리락 산책코스로도 좋고 연못가 벤취에서 멍때리기도 좋고 이모저모 좋다네~

작년에 삽목한 국화들은 축대 윗자리에 심어주면 좋겠더라. 해마다 부지런히 국화삽목해야겠다.
심을 곳은 천지빼까리로 널렸다. 그동안 해마다 뭐든 갖다 심었는데 아직도 휑하다 ㅎㅎ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다. 저 물로 연못 하나 더 만들어도 되겠다 세상에…
이른봄 수량이 저정도면 올 여름 장마철엔 폭포가 되겠네 ㅠㅠ

나무꾼이 저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고 난리다~
그래서 산녀가 그랬지! “ 그럼 삽질을 하셔야죠!”
삽질 하겠단다 ㅎㅎ
자발적으로 삽질하겠다는데 말릴 생각은 없다 ㅎㅎ
산 양쪽으로 장마철에만 흐르는 계곡만 있어서 사철 물흐르는 계곡이 아쉬웠던 나무꾼~
이번에 공사중 나온 물줄기와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이용해 작은 계곡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면 산녀는 그 계곡 중간중간에 물가에서 잘 사는 꽃들을 심어야징!!! 재주는 없어도 어슬픈 흉내는 잘 내거등~

청소를 대충 끝낸 비닐하우스 안에서 씨앗파종을 시작했다.
아스파라거스 두 봉지하고 여주 한 봉지~
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해보자!
들냥이들은 산녀 눈치를 봐가며 드나든다. 그래도 포기가 힘든 모양이여~
오늘같이 하루종일 비도 오는데 비닐하우스 만치 좋은 놀이공간이 어디 있겄으…

시금치가 슬슬 꽃대를 올리려고 해서 솎아냈다.
매주 반찬 보내는 곳에 한박스 만들어 보냈다. 다듬는 건 알아서 하쇼~

대충 차린 밥상이다. 나물이 태반이라 멸치볶음 하나 놓고 달걀후라이 좀 했다.
검정콩하고 흑임자를 넣어 갈은 두유? 콩물도 한잔씩~
반찬 보내드린 곳에서 산녀만! 먹으라고 딸기 한 바구니를 보내와서 맛나게 먹고 있다.
저기 있는 삼 한 뿌리는 복실이네 아지매가 한봉지 주신 건데 나무꾼만! 먹고 있다.
산녀는 열이 많아 삼 종류는 못 먹는다.
자꾸 뭐든 주시려고 해서 난감하다. 전엔 티비도 한대 던져줘서 아랫채에 놓고 잘 보고 있구마는…
그래서 우리 밭에 심은 작물들 맘대로 뜯어가시라 했다.
달걀도 가끔 한판씩 드리고 나름 나누고 산다.
이 작은 산골에서 이웃은 산녀네 하나 뿐이라고 선언하시더라. 그간 왕따당한 설움이 북받치시는듯…
산녀는 마을 전체를 자발적으로 왕따시키고 사는데
뭐 까이꺼 사는데 아무 문제 없더라!!!
아쉬운건 저들이지 내가 아녀…
무심히 사는게 좋다… 공적인 일에만 열심히 참여를 하고 있다. 어쨌든 내 할일은 해야지.
불가근불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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