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봉이가 갔다…

산골통신 2023. 10. 30. 10:06

어제 보니 오늘낼 하겠구나 싶었다.
아침 저녁으로 볼일보러 밥 먹으러 나왔다가 들어가는데
어제는 나와서 다시 들어갈 힘이 없었는지 마당 구석에 앉아있더라…
파리가 몇마리 주변을 맴돌고… 가슴이 철렁…
아 갈 때가 되었나보다!

안아서 옮기려고 손을 대니 옆으로 픽 쓰러져서 못 일어나더라.
그대로 안아서 봉이 잠자리로 옮겨주었다.
밥 먹은 흔적은 있는데 모르겠다.

어젯밤 봉이를 부르면서 숨쉬는지 확인을 몇차례나 했다.
오늘 아침…
툇마루로 나와서 숨숨집 옆에서 죽어있더라.
아마도 늦은 어젯밤이거나 오늘 새벽에 갔나보다.
덤덤하다. 그간 며칠간이지만 이별연습을 한 때문인지..

지지가 하도 아파서 먼저 갈 줄 알았는데 건강하던 봉이가 저리 서둘러 갈지 뉘 알았나…
정작 지지는 털에 윤기도 나고 이빨과 다리만 좀 션찮지 다른 곳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봉이를 수습하고 있는 동안에도 밥 달라고 아웅거리는데 참… 이것아~ 니 동생 죽었어!!!
밥 생각이 나냐?!

현관 앞 매트에 묽은 변과 살짝 핏방울 점점이 묻어 있더라.
이게 지지것인지 봉이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이별인사를 하러 왔다갔나…
지지가 그랬다고 하기엔 지지는 멀쩡한데…

마음이 겉으론 덤덤하면서도 깊은 곳엔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오래오래 갈 듯하다.

그저고저 더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기를…
마당 모과나무 밑에 묻어줬다.

아이들에겐 나중에 알려야겠다.
아직 아침이고 또 어차피 알게될거…

앞으로 집고양이는 안 키우려고 한다.
이름도 안 지어주고…
지지와 봉이는 아이들 어렸을적 데리고 온 아이였는데 14년동안 같이 고락을 같이했네…
마지막엔 산골로 들어와서 반은 마당냥이로 살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삶 아니었을까?!

지지는 이빨이 션찮고 다리가 아프지만 눈이 초롱초롱한게 털도 다시 윤기를 되찾고…
밥도 전투적으로 찾아 먹는 걸 봐서는 더 살 것 같다.
다만 대소변 처리를 고양이답게 하질 못해서 그게 문제긴 하다.

지지와 봉이를 보면서 삶의 단계를 생각한다.
생로병사가 마치 봄여름가을겨울같다.
모든 유정 무정들이 다 거치고 가는 그런 과정~
너도 가고 나도 가는 그런 삶과 죽음의 세월…

봉이야!
잘 가라…
우리 징징이 애기적부터 하도 지지를 따라댕기며 징징거려서 밉상이기도 했지.
부디 편안하기를…

검은 턱시도가 지지
고등어치즈태비가 봉이
지지언니 껌딱지로 붙어다닌다.

도도한 포즈의 지지

햇살바라기 하던 저 툇마루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


저 지지녀석 눈빛 좀 보소!

뭔가 늘 억울한 봉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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