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손이 커서 탈이여…

산골통신 2023. 11. 1. 20:26

고들빼기 스무단 절여서 큰 다라이로 하나 그득 버무렸다.
쌉싸름한 것이 아주 맛있네!
고들빼기는 써야 제맛이지~
요즘 재배한 건 쓴 맛이 안 나서 별루여~

알타리무도 담아야하는데 다음주에나 뽑아야 한단다. 아직 굵기가 적당하지 않다네.

본격적인 김장 전에 자잘한 김치 만들어두기 시작이다.
고들빼기 알타리무 쪽파김치 열무김치 돌산갓김치 등등…
열무도 내일 뽑아 절여야겠네…
쪽파가 자꾸 키가 커서 그놈들도 솎아내야 하겠고…

김치양념을 작년 김장때 남은 것을 소분해서 냉동고에 두었더니 일년내내 김치양념 걱정없어서 좋더라구!!!
올해도 넉넉히 만들어서 저장해놔야지~
아주 요긴하게 썼으요~
오늘 고들빼기 김치도 작년 김장양념으로 버무렸다구!!!

배추고 무고 간에 뭐든지 절이기만 하면 양념 꺼내서 그대로 버무리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하냐구…
할 때마다 김치양념 만들기가 어디 쉬워야지~

다알리아가 막판에 화려하게 피어난다.
춥기 전에 구근을 캐야한다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제 슬슬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 춥지가 않아서 낮에는 반팔 차림으로 돌아댕겼다.
참 날씨가 희한한게 해마다 11월에 내복을 입고 4월에 벗었단 말이지!
근데 11월에 반팔?!?!
거참… 이 무신 해괴한 일인고…

그러고보니 김장무 꼬리가 짧더라구~
작년엔 참 길었거든~ 쥐꼬리마냥 쥐고 흔들정도로 길었다구…
근데 올해는 잔뿌리 정도? 쥐고 흔들 수도 없던데?!
그러면 올 겨울은 안 춥다는 결론이구나.
김장무 꼬리가 길면 길수록 그해 겨울은 춥다고 그랬으요…

뭐 그건 그렇고 다음주에 좀 추워진다하니 마당에 나와있는 화분들을 정리했다.
공조팝 화분 두개는 한쪽에 심고 클레마티스랑 큰꽃으아리 참으아리 화분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기고
아랫채 툇마루를 막아 만든 썬룸에 있는 화분들을 교통정리 해줬다.
제라늄들을 마루 위로 올리고 아이비들을 내리고 등등…

봉이 살림살이를 정리하면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지지가 평소 안 하던 행동들을 해서 더 맘이 거시기해졌다.
이넘이 도도하기 그지없던 애인데 산녀가 앉아있으면 냉큼 무릎 위로 올라오질 않나…  
밥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지 않나…
마치 강아지모양 산녀를 엄마처럼 졸졸 따라댕긴다.
없으면 찾아댕기고… 나올때까지 울어제낀다.

너 지지 맞아?!
너 애기때부터 이런 행동 전혀 안 했잖아!!!
도도하고 오만하고 건방지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던 시크하고 까칠했던 애 맞아?!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죽을때가 된 거라던데 너 그러지 마라…

고양이나 사람이나 늙으면 애기가 되는건가…
지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매일 빨래며 물청소를 해야한다.
오늘은 마루에 둔 쿠션에 볼일을 봐놓아서 그거 빠느라고 애먹었다.
이넘이 실례해놓을 만한 걸 다 치워버렸다.
그리고 꼭 현관 신발 신는 곳에 볼일을 봐서 아침마다 지뢰? 안 밟으려고 신경을 써야한다.

아마도 치매도 온듯…
밥을 방금 먹었는데도 또 달라고 야단이다.
그래서 밥을 주면 또 안 먹는다…
그 바람에 봉덕이가 눈치껏 닥아묵는듯…

농사일을 줄이고나니 가을인데도 그리 할 일이 없다.
고구마 토란 등등은 박스에 담아 들여놓기만 하면 되고
마늘양파 농사는 안 지으니 큰일거리 없고…
그저 무 배추 잘 자라나 그것만 살피면 된다.

이제 힘든 일 안 하려고…
이젠 놀고 먹을겨~
큰밭들 모조리 묵히고 나무 심어버렸다.
자잘한 텃밭 몇 개 남겨놨다.

감자랑 고구마 무 배추 열무 심고
고추도 심고 들깨나 쪽파 등등 자리 차지하는 애들 심으려고…

이젠 그래도 된다!
생전 엄니 일 좀 그만하시라고 잔소리 했지만 끝내 말 안 들으시던 게 생각난다.
지금 산녀도 아이들한테 그 말 듣고 산다구…
퍼뜩 정신이 들더라구!!!

그랴그랴 내
이제 일 안 할란다~
내도 좀 놀고먹자!!!
울 엄니도 못한 놀고 먹는 일~
내는 좀 해볼란다~

근데 타고난 손이 커서 될라나 모르지…
고들빼기 김치도 저리 많이 담아놨는디…
알타리무도 장난아니게 많던디…

그래도 재미있을 정도만 하자구!
힘들게는 안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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