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당신 자식 닭키워서 못 잡아묵을까 노심초사~
닭잡는 전과정을 가르치셨지.
장 담그는 것도 떡쌀 소금 가늠하는 것도 썰방아 찧는 것도 농사일 하는 틈틈이 가르치셨다.
뭐 가르친다기보다는 일 시키셨지 무지막지하게~ ㅎ 오늘 장닭 네 마리 잡았다.
한데 가마솥 아궁이에 장작불 때서 물을 따끈하게 데우고~
물을 절대 끓이면 안 된다. 닭 살이 익어버리거든...
적당히 한 70도 그 즈음이 딱 좋더라구!
그러면 닭을 집어넣어 충분히 털을 적신 다음 좀 담궈뒀다가 꺼내면 닭털이 살살 뽑히는 게 아니고 그냥 손가는대로 걷혀진다.
날개죽지와 꽁지 깃털만 조금 힘을 줘서 뽑아내면 된다.
물 온도가 마치맞아 털 뽑기는 수월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중식도로 탕탕 모가지 자르고 닭발 자르고~ 핏물 뺀 다음 털을 다 뽑는다.
그 다음에 해부~
닭 다리 사이를 칼질해서 양쪽으로 벌린 다음
닭가슴을 위로 쓰윽 잘라 올려서 내장을 꺼낸다.
간이 양쪽으로 있고 염통이 그 위로
아래로 내장과 닭똥집이 차례차례 걷어져 나온다.
쓸개는 터트리면 곤란하다~ 살살 비켜서 뜯어내야 한다.
간이랑 염통 뜯어내서 보관하고 닭똥집 잘라 속껍질 벗겨 씻어두고~
닭밥통 뜯어내고 그 다음 속을 싹싹 긁어내면 끝이다.
네 마리를 차례차례 해치우고 나니 속이 다 션하다...
어제 저녁에 잡아두고 오늘 아침에 털 뽑으니 좀 수월하군...
어제 저녁에 다 했으면 힘들 뻔 했으...
이놈들 힘 좋더라...
나머지 한 마리도 잡고 중닭이 된 어린 수탉 네 마리 중 한 마리만 종자로 놔두고 싹 잡아야겠어...
봄에 까나온 병아리들 중에서도 수탉이 나올거고 또 이번 봄에 알 품겠다고 성화를 대는 암탉들 등쌀에 또 병아리 깔 거니까~ 이래저래 수탉은 아쉽지 않다! 이번에 잡은 애들은 차례차례 들이닥칠 손님 대접용이다.
계속해서 수탉들은 생기는대로 잡아낼 거니까 두루두루 먹고 나누면 되겠다.
닭 잡을 때는 잡념은 금물이다!
그까이꺼 생각 많이 해봤자 니나 내나 도움 안된다...
불필요한 사치다...
무념무상 일사천리로 해치웠다.
잘라낸 모가지랑 닭발 내장 털 등등 부산물들은 나무꾼이 땅 파서 묻어줬다.
그리 묻어준 닭무덤이 꽤 된다.
나무꾼은 그 뒤 매실나무 마저 전지하러 가고
산녀는 씨감자 박스 꺼내어 다듬어놨다.
벌써 감자 심을 철이다...
이번주는 일손이 안 되어 못 하고 천상 다음주에 밭장만해서 심어야겠다.
비소식도 좀 있으니 심고나서 비맞으면 좋겠지.
책이 펼쳐진 채로 몇날며칠 그대로 그 페이지다.
읽을 틈이 없다.
저녁엔 자기 바쁘다!
이제 그런 철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