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문전옥답이랴...

산골통신 2022. 9. 19. 13:12

올해 봄 여름을 겪고나서 결정했다.
집에서 먼데 밭은 묵히기로...

상당 산밭 수천여 평, 뒷골밭 수천여 평, 아쉬람터 수백여 평
그리고 동미밭 수백여 평...
나머지는 집 근처 백평 미만의 자잘한 밭들 서너군데~
얼마 안된다! 까이꺼 이정도 농사는 농사 축에도 안 끼고 그냥저냥 하는 그런 농사인데...
일손이 없다!
코로나 여파도 있어서 도시일꾼들이 못오고 나무꾼이 장기출타로 거의 집에 없다시피한다.

사실 이정도는 산녀 혼자 해도 되긴하는데 작년말 갑자기 허리가 문제가 생기고나서부터 꼭 이렇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산골 얼마안되는 젊은아낙네들... 전부 60대지만...
허리수술 무릎수술 안 한 이가 없네?!
그 윗세대인 중치기라 부르는 70대 아지매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분들은 걷기가 힘들어 전동차를 타고 밭에 댕기신다구...
80대 이후 분들은 그냥 텃밭 조금 가꾸는 정도... 큰농사는 안 하시더라... 해마다 밭에 안 보이는 분들이 늘어나...

가만 생각을 해봤지. 우리가 시방 저 큰 밭들을 꾸역꾸역 농사를 지어야만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 형편인고...
천만다행히 그건 아니더라구...
그리고 그 농사에서 제법 돈이 생기냐?! 그것도 딱히 아니더라구... 그니까 그냥저냥 먹고 나누는 정도...

그래 과감히 먼데밭들을 포기했다! 그냥 묵히긴 아까우니까 과실수들을 종류별로 심기로...
사실 수년전부터 매실이랑 감이랑 이것저것 심어 가꾸기는 했었지.
그걸 더 확대하는 거지...

이웃 아지매 하나가 산녀를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산녀네 문전옥답이다.
그이는 집만 덜렁 있고 멀리 밭이 있다.
다리수술을 한지 오래라 밭에 가려면 남편 트럭타고 가던가 전동차를 타고 가야만 한다.
그러면서 울집 앞을 지나가며 부러운 눈초리로 한참 바라보고 가지...

다행히 산녀네는 집 둘레에 자잘한 크고작은 텃밭들이 좀 있다.
사실 집 밖을 안 나가도 몇개 밭 빼고는 밭이 다 연결이 되어있어서 두문불출하며 일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들에서 산녀 보기가 힘들다고 ㅎㅎㅎ
다른 이웃들은 밭에 한번 가려면 마을을 벗어나야하는데 산녀는 보통 집둘레에서 일하니까...

그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논은 냇가 봇물을 양수펌프 호스로 연결되어있으니까 물걱정은 없는데 또 천수답이기도 하고...
밭은 가물을 타는 작물들 특성상 물이 가까이 있어야 좋다!
산녀네 밭은 멀어도 물을 끌어 쓸 수 있게 신경써서 해놨다.

문전옥답이라는 거 나이들면 참 요긴하고 필요한 거더라...
그래서 요며칠간 집 근처 밭들을 구석구석 개간?! 씩이나 하고 있다.
그냥 호박덤불이나 올리고 마는 그런 터...
대충 아무것도 안 심고 내버려두는 그런 터...
들꽃 자란다고 냅둔 터...
이런저런 과실수나 꽃나무들 심은 터 주변들을 파뒤집어 꼬마밭을 만들고 있다.

오늘도 온통 나팔꽃들이 뒤덮은 곳을 한참 걷어내고 파엎어서 작은 밭고랑 하나 만들었다. 거기에 열무 씨앗을 뿌렸지.
그리고 정구지밭이 너무 커서 삼분의일만 남기고 싹 파엎어서 얼갈이배추씨앗을 뿌렸다. 정구지뿌리를 어찌할까 그게 좀 고민이다.
어제그제는 삼동추씨앗 한줌 뿌릴 밭고랑 하나 만들었고!

가을에 서리내려 호박덤불 사그라지면 다 걷어내고 거기도 꼬마밭을 만들거다.

이제 멀리 있는 밭들은 심은 나무 묘목이 겨우 보일 정도로 풀로 뒤덮여있다.
조만간 올해 마지막으로 제초를 해줘야겠지...
여기저기 묵밭이 늘어난다... 어쩔 수 없는 세월이다.
이젠 작지만 문전옥답에서만 일할겨!!!

아... 물론 내년 봄이 와서 봄햇살아래 아지랑이들이 유혹을 하면
그때가서 또 헤까닥 정신줄 놓고 호미들고 먼데밭으로 나설지 그건 장담 못한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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