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벌레랑 한판 붙자!

산골통신 2022. 9. 16. 13:08

배추벌레 이놈들! 아주 파튀를 벌렸구나~
꼴랑 250포기밖엔 안되는데 거의 80% 벌레가 들앉아있었어!
아주그냥 올해 배추농사 망칠뻔~

작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에 800여 포기 심었어도 벌레들하고 쌈박질은 안 했다구!!!

오늘 아주 작정하고 핀셋 하나 들고 배추밭으로 갔다.
무려 의료용 핀셋이여!!!

작업방석 차고 앉아 하나씩 하나씩 배추잎을 들쳐가며 잡아냈다.
한 포기에 많게는 대여섯마리씩 들앉아 파먹고 있네!
가차없이 핀셋으로 집어내어 죽였다!
니들은 억울하겠지만 내도 억울햐!!!
여기는 내 영역이야! 나는 이 배추들이 아주 필요해!
살생유택이다!

아직 진딧물도 없고 풍뎅이닮은 까만 벌레도 보이다가 없어진듯하고
끈질긴 나방 애벌레하고 배추흰나비 애벌레 그리고 달팽이 몇 마리...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귀엽기라도 하지... 잎만 뜯어묵고...
배추순나방이라는 아주아주 고약한 나방 애벌레는 꼭 배추속 꼬갱이 깊이 들앉아 꼬갱이를 다 파먹는다!
그러면 배추 자라지도 못하고 죽어버려...
그건 안되잖아?! 그치?!

일일이 고개 숙여서 뒤적뒤적 한장 한장 살펴가며 샅샅이 잡아냈다. 아이고 고개야~
나방애벌레는 꼬갱이 속에 거미줄같은 고운 솜같은 이불을 만들어 들앉아있고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연한 중간 배춧잎 뒷편에 주로 붙어있다.
아마도 쟈들 어미가 그렇게 알을 낳아줬나보다. 거기서 파먹고 살라고...

두어 시간만에야 다 잡아냈다. 엄청 많구만~
잡다가 에라 약을 쳐 말어?! 유혹이 막막... 화산 분화구처럼 솟구친다!
우짤겨~

저 까만 것들이 애벌레가 배춧잎 갉아먹고 싸놓은 똥들이다.

의료용 핀셋이라 아주 잘 잡아내네~ 이제 니들 다 주거써!!!
이건 내 배추여!!!

니들 종족번식 잔치 벌리라고 심은 것이 아니란 말이지!!!
천연약재를 만들어 뿌리면 되는데 그거 딱히 효과가 없어...
일일이 잡아내는게 최선이여!

산골 이웃들 배추는 아주 멋지게 자라고 있더라~
곡식은 넘의 밭 작물이 좋고
자식은 내 자식이 좋다더니 딱 그짝이다!

내도 마실나가서 집집마다 산녀보고 뭐라 한소리씩 하걸랑 그럼 배추 열포기씩 주실라우?! 한번 해봐야겠다!!!

오늘은 날이 잔뜩 흐려서 뭔일이라도 하기 좋은 날씨인데 식전에 벌레들하고 실갱이 하다가 지쳐버렸네...
좀만 쉬다가 나가봐야지.

뭐 딱히 할 일은 없는데 일을 안 하고 있으면 뭔가 망한 기분이란 말이지... 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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