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하고 한판 맞장을 뜨다!

산골통신 2022. 8. 27. 12:39


닭집 올라가는 길 중간에 밭 하나가 있다.
언덕밭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산나물들하고 콩하고 노각오이하고 두루두루 심어뒀었다.

세상에 유월까지는 저 밭에 들어갈 수 있었어.
7월부터는 정글로 변하더니 8월에는 발도 못 들이밀겠더라...
언제고 저기를 손봐야하는데 뭐 다른 일 하느라고 눈길이 안 가... 늘 오르내리면서도...

오늘 드뎌 낫을 두개 잘 갈아갖고 양손에 쥐고 올라갔다!!!
이름하야 쌍낫 든 산녀!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할지 암담...
우선 나무 위에 감고 올라간 환삼덩굴들을 쳐내야 하니까~
환삼덩굴은 위에서 치면 안 된다. 주저앉아서 그 뿌리를 찾아서 댕강 자르면 끝난다! 뿌리가 마치 칡뿌리마냥 굵고 질기더라구...

오른편에서 시작해서 풀 밑둥을 쳐서 걷어내고 또 걷어내고...
가을 풀은 베기 수월하다. 옆으로 안 번지고 위로 자라고 또 씨앗 맺느라 더 안 크니까!
비가 잦은 덕에 쑥쑥 뿌리도 잘 뽑히고~

이짝 골은 칡하고 환삼덩굴 박주가리가 쳐들어와서 아주 난리다.
얘들도 그 줄기를 찾아 댕강댕강하면 끝이다.
줄기를 잡아채어 죽 죽 끌어내어 던져 무지면 되니까~

한발 한발 땀을 훔치며 낫질 하며 전진 또 전진...
엄두도 안 나던 일이 시작이 반이라고...

비닐하우스 골조를 사방 돌아가며 쳐냈다.
하우스 안 고랑은 나중에 하자~ 이따 해거름에 하던지...

저 바랭이 풀산 좀 보소! 마치 누가 가꾼듯~ 참 잘 가꿨네~

이짝 저짝 속 후련하게 쳐냈다.
저 위에가 마을에서 제일 끝집인 금동할매네인데~
금동할매가 내려다 보시고 한 소리 하시겠네~
풀 잘 쳤소!! 라고 ㅎㅎㅎ

하긴 해야하는데 엄두가 통 안 나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적당히 날도 흐리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줘서 일 잘했다.

식전에 배추밭 문안인사 여쭙고 벌레 몇 마리 잡고 고랑 흙 파서 북도 좀 주고~
어제 내다 심은 핫립세이지랑 봉숭아랑 물 좀 주고~

바로 풀을 치러 가려다가 밥을 안 먹고 하게되면 더위 먹을까 싶어 부랴부랴 들어와 시레기볶음에 김자반에 밥 훌훌 비벼먹고 나갔다.
내친김에 일 할 욕심을 더 내어 막 하면 큰일나~ 몸 상해!

하늘이 참 파랗다!
저게 정상인데 그간 너무 찌푸려져 있었어...
땡볕이긴 한데 기온이 서늘해서 기분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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