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배추벌레랑 하는 숨바꼭질~

산골통신 2022. 8. 25. 19:47

밭 입구쪽을 더 갈아엎어 꼬마고랑 네 개를 더 만들었다.
어차피 풀만 나고 사람 다니는데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니께~
거름 두 포 쏟아붓고 괭이로 팍팍 뒤섞어 슬슬 고랑을 따서 다듬었다. 이젠 이런건 일도 아니네~

비닐을 씌워놓고보니 제법 귀엽다.

한참 일하다 쉬고 있는데 지지냥이 쫓아와 무릎에 덜컥 올라앉아 안 가네...
얘야~ 좀 내려가련~ 나 일 더 해야혀~

이놈이 지 동생 봉이랑 같이 도시에서 편히 살다가 산골로 귀양온 신세라 산녀한테 이런저런 구박도 받으며 사는데...
아무래도 산녀한테 잘 보여야 지네들 신간이 편하다 판단했는지 어느해부턴 산녀바라기가 되어버렸다.

하긴 가끔 다녀가는 도시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 순 없지...
현실은 이 산녀가 꽉 잡고 있는걸~ ㅋ

몇년간 산녀 손길을 거부하던 이놈들이 현실을 처절하게 느꼈는지 이제는 산녀 껌딱지가 되어버렸네...

도도하고 오만방자하던 도시냥이 지지와 봉이는 그렇게 산골냥이가 다 되어버렸다는...

참깻단을 다 정리했다.
잦은 비에 시커멓게 썩어 참 볼품이 없더라...
겨우내 불쏘시개로 두고 써야지~
참깨는 겨우 깨소금 한봉지할꺼리와 기름 두어 병 나오려나...
에라~ 이제 참깨 농사 안 지을란다!

식전에 배추밭에 가서 안부인사 여쭙다가 배추 꼬갱이에 들앉아 파먹는 벌레 발견!
그 즉시 퍼질러 앉아 하나하나 꼬갱이 뒤집어가며 벌레 잡아 족치기!
쬐만한 놈이 말야~ 배추 한 포기를 초장에 작살내더라구!!!
지금 이놈을 안 주워내면 그 배추는 죽는다구!

앞으로 아침저녁으로 벌레잡는 안부인사를 각별히 잘 해야한다.
그래야 김장김치 해먹을 수가 있다.

진딧물도 난리고 톡톡 튀는 놈도 잡아야 하고 민달팽이 오나 안 오나 살펴야 하고 배추벌레 고놈도 찾아내 족쳐야 하고...
이게 바로 문안인사 여쭙는 일이네~ ㅎㅎㅎ

어찌나 잘 숨어있는지 숨바꼭질의 귀재여!!!
샅샅이 뒤져야 한다구!
일단 오늘 전부 훑어 잡아줬으니 내일 또 보자구!
오늘 잡은 애들은 약을 쳐도 안된다구! 배추잎사귀를 이불삼아 텐트삼아 뒤집어쓰고 숨어있거든!!!
잘 봐서 잡아내는 수밖엔 없어!

토마토 덤불을 정리하고 저짝으로 던져놨더니 그새 퍼런 토마토가 저리 붉어졌어라~
아이고 큰일났다 어여어여 익혀라~ 라고 특명을 내렸나...
퍼런 애들이 단 며칠만에 저리 붉었어!
그래 하나하나 따담아서 푹푹 끓이고 있다.

물 하나 안 넣고 토마토만 저리 썰어서 끓이는데 나중에 잘 갈아서 소분냉동해놓으면 아주 요긴한 요리 재료가 된다.
작은놈이 아주 잘 먹어!!!

토마토 그냥 먹으라하면 두어개 먹으면 많이 먹는거지~
이건 수십개를 끓이는거니까~ 어마어마한 양이여! 근데 참 헤퍼~ 금새 동이 나버려! 나무꾼도 한 그릇은 후루룩~ 그냥 마셔버린다니께~

방울토마토도 제법 나왔고~ 버리는 줄 알았는데 언제 이리 익어서리 ㅎㅎㅎ
좋은 애들만 골라서 애들 먹으라고 따로 담아놨다.

오늘 드뎌 기다리던 책이 와서 잼나게 읽고 있다.
여전히 수면제 효과가 있어서 참 난감하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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