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생각해본다.
아까 일오재 들러서 연화분에 물 보충시켜주고 내처 올라가 아쉬람터 고구마밭 콩밭 옥수수밭 깨밭 등등을 둘러봤지..
흠... 고라니 흔적이 여기저기... 똥도 마이 싸놓고 발자국이 어지러이...
도데체 사방 울타리망을 쳤는데 어디로 들어가는겨?!
이거 고구마 얻어묵을 수 있으려나?!
옥수수는 이제 따면 되려나 하고 딜다보니 허걱!
멧돼지님께서 댕겨가셨네!!!
온통 자빠뜨려놓고 잡수셨어!!! 힝...
의기소침... 털털거리고 내려오다가 불끈! 분기탱천~ 다시 겨올라가 울타리망을 한바퀴 돌면서 손을 봤다!
노각오이덤불이 타고 올라가 낮춰진 곳도 일일이 걷어내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마치 한바탕 쌈박질 한 사람 모냥...
내려오다 만난 희득이할매가 뭘하고 왔길래 그리 얼굴이 벌겋냐고 ㅎㅎㅎ
이차저차 사정을 말씀드리니 당신네들도 멧돼지 고라니 오소리 등등 산식구들때문에 농사 못 해먹겠다고...
이밭 저밭 풀들이 어마무시하다. 며칠전에 쳐줬는데 쳤다는 말을 못하겠네... 쩝~
서울 병원 진료차 간 나무꾼 낼모레 돌아오걸랑 예초기 짊어지게 해야지~
우리 형편에 일손 구할 수 없으니 해야지 뭐~ 우짤겨! 산녀가 하리?!
산녀 소원 하나~ 전용 머슴!!!
꿈이려나... 꿈일게야~
울 나무꾼은 종합병원환자다. 온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데가 없다...
그럼에도 정신력 하나는 엄청 강해서 버티고 산다!
항암치료 5차를 다 못 마치고 4차에서 두손두발 항복선언을 하고서도 직접 운전해서 이 산골로 온 사람이다!
같이 치료받은 6명의 병원동지?! 들 중 나무꾼 혼자 살았다!
나무꾼이 제일먼저 죽을거라고 의사도 반포기했는데...
씩씩하게 웃으며 우리보고 남은 치료 잘 받으라고 손 흔들며 간 사람들... 차례차례 가셨다는 소식...
그래서 병원이라면 절레절레... 수술실 앞은 더 절레절레...
아득하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그 기분...
그래도 다아 지난 날이고 이젠 그렇게까지는 암담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아침마다 나무꾼 혈색과 표정을 살피며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인다!
선물같이 주어진 하루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만 잘 살자! 오늘 하루만이야!!! 내일은 없어! 라고 늘 생각한다.
그러다가 제물에 제가 지쳐 나가떨어지지만 다시금 헤헤거리며 일어선다.
우짤겨! 산목숨...
얼굴 벌겋게 된채로 들어와 뭐 다른 일을 하자니 의욕도 안 생기고 해는 저물고... 맥주 한병 꺼내서 까고 있다!
풀...
온봄내 아무리 열심히 밭을 깔끔히 해봤자~ 7월 8월에는 바랭이 독새풀 방동사니 세갱이풀 천지가 된다!
제대로 된 농사꾼은 여름에 그 밭을 보면 안다네...
고로 산녀는 영원한 얼치기다! ㅎㅎ
그래서 풀은 그냥 내빌라둘라고...
눈에 보이긴 하지... 속에서 천불이 나지...
하지만 호미로도 안되고 낫으로도 이미 선을 넘었는걸...
첨부터 제초제를 팍팍 쳤으면 되지만 우린 그런거 안하고...
농사지어 우리 먹고 뭐 좀 남으면 나누고 하는 정도니까
그냥 이 여름의 징글러브유 풀들은 냅두자!!!
니들은 그래 자라라...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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