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 낮잠자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쳐내기 좋은 날...
그런 날이 오늘같은 날이다.
잔뜩 날이 흐리고 그리 덥거나 습하지 않은... 바람도 간간이 불고...
시방 산녀는 어제부터 계속 방콕 중이다.
아침 저녁으로 딸린 마당 식구들 돌보러 휘리릭 나가서 둘러보고 살펴주고 여기저기 물 주고 들어오면 끝이다.
밥도 하루 두끼로 초간단으로 때우고...
그러고나선 소파에 딱 들어붙어서 안 일어난다.
자다 깨다~ 하루를 그냥 멍하니 보낸다...
워낙 산녀가 오지스러운 인간인지라 산골이웃들도 전화로 하지 찾아오지 않는다.
나무꾼이 있으면 그나마 삼시세끼 그럴듯하게 차려먹는데
워낙 공사다망하신 나무꾼께서는 어데 가기 바쁘다.
왔는가 싶으면 어데 가고 없고 갔나 싶으면 어느새 와 있다.
평생을 그리 살다 갈 사람이다...
책은 그냥 베개로 쓰일 뿐이고 리모콘을 들고 티비를 켰다 껐다~ 폰은 그냥 무음으로 내동댕이 쳐놓고 안 딜다본다.
저녁이나 되어야 조금 정신이 돌아와서 나 요새 왜이러고 사나... 자아성찰을 쪼매 하다가 다시 잔다... 담날 아침까지...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나니 마치 폐인이 된듯하더라...
이거 무기력증에 우울증 아닐꺼나?! 그치? 맞지?!
검색을 부랴부랴 해보니 무기력증에 우을증 맞구먼!!!
흐미 잡것~ 별걸 다 걸리고 그랴~ 치아라~
온봄내 일만 하다가 지친거여...
이럴땐 옆에 누가 있어서 맛난 것도 해주고 재롱도 떨어주면 되는데~
다 떠나고 어데가고 없으니 이런겨!
그래... 하루종일 멍만 때리고 앉았다가 마당에 나왔다...
요새 날씨가 어찌된거이 집안보다 마당이 더 시원하네...
그냥 해거름까지 집안팍 살펴보고 둘러보고 들어갈 작정이었는데 이노무 봉덕이 녀석이 앞에서 알짱거리며 놀러가자고 고개를 디밀고 야단이다!
그래 아무 생각없이 목걸이를 채워서 데리고 나섰다.
좀 바람이라도 쐬면 기분이 나아질듯해서...
가다가 이웃집 강아지를 만나 한바탕 씨름을 하고~
일오재랑 아쉬람터 밭을 둘러보니 또 고라니가 들어와서 난리법석을 치고간 흔적이... 이그...
꽃밭마다 풀이 난리인데 좀 뽑아줘야 하는데 구찮네... 그냥 지나치고...
연못에 잉어들 밥 좀 몇 줌 뿌려주고 먹는거 구경하다가...
이래저래 기분이 좀 나아져서 상당까지 내처 올라갔다.
아니 봉덕이한테 끌려간겨!!!
이놈이 늘상 가는 길이니 마구 앞장서는데 우짤겨~ 딸려갔지 뭐!
기왕 온거 고추밭에 물이나 주자 싶어 호스 들이대고 션하게 물 뿌려주고...
좀 쉬다가 내려왔다. 봉덕이는 온 상당 골짜기를 쏘댕기며 놀고...
고추는 병이 간간이 와서 수확량이 좀 떨어질듯...
고랑고랑 풀은 언제 뽑아주나 심란하고...
저녁에 나무꾼이 와서 저녁밥상 꺼리로 가지 몇개 따고 토마토 두개 따고~ 가지찜하고 열무겉절이해서 그냥 밥 묵었다.
다시금 저녁이 되니 정신이 쪼까 돌아와서 자아비판을 좀 한 다음...
소파에 또 늘어붙었다!!!
아무래도 좀 쉬어야 할까봐...
3마리 아기냥이들이 여전히 저기서 살고 있다. 원래 저 밥그릇은 똘망이건데... 쟈들 먹고 살라고 큰냥이들이 얼씬도 안 하더라...
그리고 똘망이는 아랫채 아궁이칸으로 와서 산녀보고 밥내놓으라고 막 야단야단~
하긴 여기가 원래 니 터였지! 이제 집에 돌아온거냐?! 그랴 밥 묵어라~ 노랭이랑 그만 싸우고!
봉덕이는 산녀를 끌고 상당에 가서 신나게 한판 뛰댕기며 놀았더라~
일 다 하고 내려가야하는데 저리 뛰댕기며 안 오네!
이놈아~ 집에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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