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밭이여~ 뭐여?!

산골통신 2022. 5. 7. 22:05






집을 나서면 80평 남짓의 작은 텃밭과 비닐하우스가 있고 좀더 올라가면 언덕밭이라는 고만고만한 밭이 하나 있고 거기서 더 기어올라가면 닭집과 그비슷한 크기의 밭이 하나 있다.

산녀가 자잘한 텃밭이라고 부르는 세군데 밭이다.
집옆 텃밭에는 정구지와 루꼴라 토마토 오이 상추 깻잎 딸기 등등이 자라고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오만잡동사니 모종들과 삽목둥이들과 고추 80여 포기가 살고 있다.

언덕밭에는 두메부추와 애호박 조롱박 멧돌호박하고 더덕 도라지 부지깽이나물 달래 곰취 곤달비 방풍 참취 눈개승마 참나물 강낭콩 완두콩 생강 등등이 살고 있다.

그 위 닭집 앞 밭에는
현재 정구지 당귀 더덕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쪽파 대파 고수 모듬상추 등등이 자라고 있고
곧 열무와 아욱 알타리가 파종이 될 예정이다.
당근 파슬리 샐러리 바질 등등도 모종으로 심겨질 거고~
소량 다품종 텃밭인 셈이다.

매일 아침마다 닭집에 들러 알 꺼내오고 세군데 텃밭에 차례차례 들러 노란 마트바구니에 이것저것 뜯어넣으면 삼시세끼 밥상 쯤은 그냥 차려진다.
이게 가능하게끔 수십여 년 땅강아지로 살았고 이걸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땅강아지로 살고 있다.

손님들이 간간이 온다. 주로 나무꾼 손님들이다.
매번 시장봐다가 손님상 차리려면 진작에 거덜날 정도의 손님들이다.
그래서 풀떼기로 가득찬 밥상으로 정해놓고 그냥 밀어부치고 있다.
이 이상도 이 이하도 내는 할 수 없소! 이게 최선이요! 하고 배째라 정신으로 산다.
그래도 넘쳐나는 손님들은 산녀가 이해할 수 있는 지경을 넘어섰노라...
왜케 오는겨?! 여그 뭐 볼게 있다고?! 먹을거라곤 풀밖에 안 주는구만~
일 시키면 새참도 안 주고 무지막지하게 막 부려먹는데...
왜들 못 와서 안달들이여?!

그나저나
이제 큰 밭들 일은 얼추 끝났고 한숨 돌리고 쉬려는데 자잘한 텃밭에 난리가 났네그려...
저게 풀밭이여 나물밭이여?
상추밭이고 쪽파밭이고 정구지밭이고 간에 풀이 더 많네...
어제 하루 날 잡아서 죄 뽑아냈다.
아침 식전에는 시간을 놓쳐 못 했고 해거름에 밭에 그늘이 지는 시점을 맞춰 나가 일했다나...
어제는 참 뜨거웠어... 뭔 날씨가 아침저녁으론 춥고 손시리고 낮에는 덥냐 그래...
그러니 비닐하우스 안 고추들이 낮에는 맥을 못추고 축 늘어져있더라. 고랑고랑 물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안되는구만... 해가 져야만 조금 기운을 차리더라구...

헛고랑을 풀밀어로 좌라락 션하게 밀어버린 후
바퀴의자를 타고 댕기면서 고랑고랑 풀을 뽑아냈다.
첨부터 일을 세밀하게 하려면 안된다.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진다구...
헛고랑을 풀밀어로 밀어놓으면 본고랑이 산뜻하게 드러나갈랑~ 그러면 풀 뽑아야 할 면적이 확연히 구분이 되어지니까 일할 용기가 쪼매 생겨 ㅎㅎㅎ
나름 꾀를 내는 거지~

풀이라고 해봤자 주로 냉이랑 망초 명아주 봄까치풀 지챙이 바부쟁이 쇠별꽃 등등이다.
죄 뽑아서 닭집에 갖다 부어준다. 갖고 놀라고~
요즘 뒷산에 사는 매가 호시탐탐 닭들을 노리니까 문을 안 열어주거든~ 그래서 풀 뜯어묵으라고 일부러 던져 주고 있지.

시금치랑 고수가 씨를 맺으려고 하고 있어서 씨받으려고 냅두고 있다.
쪽파도 션찮지만 그럭저럭 씨알은 될거같아 냅두고 있고...

풀을 좀 정리하고나니 밭이 좀 꼬락서니가 살아났네. 그전엔 엉망이었거든~ 밭이웃들이 지나가면서 보면 흉 볼 정도로 ㅎㅎㅎ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푸른 초원 위를 달리는...  (0) 2022.05.10
뭐든 갖다 심기~  (0) 2022.05.10
봉덕이 꼬라지~  (0) 2022.05.06
고추밭 물주기~  (0) 2022.05.05
그냥 놀았다...  (0) 202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