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여유있게 일하기~

산골통신 2022. 4. 24. 13:20
식전 고추 500포기를 심자는 나무꾼~
어차피 늦은거 하루쯤 더 늦어도 좋으니 담에 하자는 산녀마눌~
나무꾼은 무슨 일을 군대 일 지휘하듯 일사천리로 하는 스탈이다.
군대 지휘관 했으면 딱인 사람이다.
무슨 프로그램 프로젝트 등등 기획 수립 진행하는 건 식은죽 먹기고 일 시키는 건 전문이다!
그런데 돈 버는 거하고는 별 연관이 없는 사람이다 ㅎㅎㅎ

그러니 무슨 무슨 일을 해야한다 라고 말 꺼내기 무섭게 착착 일정을 짜서 일을 해나가는데...
어디 농사일이 그리 사람 말대로 계획대로 되냐구요!!!
특히 농사일은 하늘보고 땅보고 해야하는디 말이지...

지난번 감자밭 타이밍 못 맞춘 사건 이래로 마눌한테 두고두고 말듣게 생겼는지라 나름 조심하는 편인데...
그때 마눌 말 안 듣고 하늘 말 안 듣고 생땅 돌땅에 거름 90포 들이 붓고 트렉터로 살짝 갈아놓고서는~
고대로 비를 맞췄으니... 그 밭흙이 고대로!!! 곤죽이 되어버려... 발 한발자욱도 못 들이밀게 해놨으니 뭔 감자를 심냐고오...
비 온뒤 땅이 굳는다고 그 곤죽이 된 흙이 고대로!!! 굳어버려 딱딱한 생땅으로 돌아가버렸더라는...

그뒤 감자는 어거지로 골을 따고 비닐을 씌워 우겨박듯이 심었으나... 나머지는 되도 않더라...

그 사연많은 밭을 마을에서 제일 크고 좋은 트렉터가 있는 이웃에게 부탁해서 갈아달라 해서 무사히 무사히 골을 따서 비닐을 씌웠더라...
그러고는 뻗었는디... 담날 아침에 그것도 식전부터 고추를 심는다고라...
사람 잡을 일 있어?! 그것도 비닐하우스 일을?! 이 봄날 때아닌 염천에?!

오늘 거름 트럭이 세 차나 들어오기로 했고 또 손님도 오신다는데...
고추 심다말고 위 상당밭으로 아래 마을로 오르락 내리락 미친년처럼 뛰어댕길 일 있냐고요!!!
손님 오면 밥상도 차려야하는디...

그래 산녀는 그대로 누워서 안 일어났더라~
몰러... 난 그렇게는 일 안 혀!!!
아무리 우리가 고추 심는게 늦었다한들~ 그리는 못 혀!!!
찜질팩을 하나는 허리밑에 깔고 하나는 또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침 9시가 되도록 안 일어났다는~ ㅋㅋㅋ

늦은 아침밥 먹다말고 들이닥친 거름 15톤 트럭 세 대를 무사히 부려놓는데 나무들이 걸리적거려 다섯 그루를 파서 물 줘가며 옮겨 심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거름산이 만들어졌다.
이웃 면에서 소 천두를 키우는 농장에서 온 부숙이 잘 된 거름이다.
농장주가 직접 와서 부려주고 갔다.
이따 해거름에 포크레인이 와서 다독거려야 할 정도의 대량 거름이다.
이제 내년까지 거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밥 안 묵어도 배가 부르겠으~
그동안 사다 쓴 땅시미 거름은 이제 안 쳐다볼겨~

이따 포크레인 와서 작업해준 다음에 비닐을 씌워놔야 한다.
되도록이면 비를 맞추지 말라네..
마침 비닐하우스 뜯은 폐비닐이 있으니 그걸 끌어다 덮으면 되겠으!

해마다 2월 전에 거름을 주문하면 갖다 준댜!!!
이제 거름 걱정 끝!!!

그러니 오늘 이 일만 해도 정신 없는데 고추까정 심었으면 사람 꼴이 뭐가 되냐고...
좀 여유있게 일 합시다~
좀 놀아가며 하자구요!
뭔 일을 그리 전투적으로 하냐고요!!!

가끔 대처 볼일 보러 나무꾼이 출타를 하면
산녀는 휴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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